의료 전문가들이 지금까지 봉쇄로 일관해 온 코로나19 대응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주장했다.

신종 감염병인만큼 초반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해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잘 대처한 건 사실이지만, 그동안의 임상으로 치명률은 낮은 것으로 확인된 만큼, 의료현장의 어려움을 고려해 가이드라인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확진환자가 1명이라도 발생하면 전국 대형병원 응급실이 줄줄이 폐쇄되는 상황에서는 정작 위급한 환자들이 제대로 된 진료를 못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대한병원협회, 대한감염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대한예방의학회는 지난 19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코로나19 대응 긴급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은 “이제는 접촉자를 모두 자가격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중 ‘접촉자 자가격리’를 ‘완화 시기’에는 수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엄중식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정책이사(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는 환자 조기 발견을 위해 진단검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검체 채취 기관을 현재 407개에서 440개까지 확보하고, 박스 형태 밀실 등 안전한 환경에서 검체 채취가 가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엄 이사는 또, 채취자의 개인보호구 수준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레벨D의 양압기 착용 상태에서 검체를 확보하도록 돼 있는데, 이 경우 환자 1명 검체 채취 후 다시 새옷을 입고 다음 환자를 보려면 30분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엄 이사는 “이는 효율성이 너무 떨어진다. 개인보호구 수준을 어떻게 할지, 지금 지침대로 할지 재검토해야 한다.”라며, “치명률이 높지 않고 수준 높은 보호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가정이 가능하다면 훨씬 많은 사람의 검체 채취를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보건소의 결핵관리사업을 위한 음압채담실을 활용하고, 중소병원에 음압채담실을 지원해 선별진료소를 확충할 것을 제언했다.

아울러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현재 참여가 제한될 수 밖에 없고, 의심환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오염될 가능성도 있으니 검체 채취를 위한 이동팀을 구성해 집에서 채취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입원이 필요한 폐렴환자는 선제격리를 통해 다른 환자와 분리하고, 선제격리 후 코로나19 확진검사를 시행해 결과에 따라 격리해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선제 격리(음압)실 확보 및 운영의 어려움이 있는 만큼, 의료기관의 경영손실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 이사는 이외에도 ▲기존 외래진료 공간과 분리된 발열 호흡기 클리닉 운영 ▲요양병원 등 취약시설 감염예방 ▲치료역량 강화 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비상대응본부 실무단장(명지병원 이사장, 대한병원협회 국제위원장)도 “이제는 봉쇄전략으로 일관했던 1차 방역시스템에서 완화전략을 겸비한 2차 방역단계로 빨리 프레임을 전환할 상황이다.”라며, “의료기관 중심의 방여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진단, 격리, 입원, 치료, 퇴원기준 등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발목 잡는 병목현상이 우려된다.”면서, “실제로 일선 의료기관은 지역사회 감염이 전면화되며 월요일부터 심각한 병목현상을 겪고 있고, 비상대응본부에도 여러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는 신종플루처럼 치사율은 낮지만 초기 확산력이 높고, 메르스처럼 훨씬 방역구조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는 만큼, 양날의 전략을 만들어 새로운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 단장은 검사키트 기준이 다소 보수적인건 아닌지 검토하고, 모든 검체 채취를 레벨D 수준에서 해야 하는지도 정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확진 환자가 한 명만 진단돼도 무조건 응급실을 48시간 폐쇄하는 것은 다른 응급환자가 위험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전국 240곳의 보건소가 기존 선별진료소에서 스크리닝센터로 전환해 의원급, 중소병원이 의뢰하는 검체를 검사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탁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도 “코로나19 대응 때문에 정말 중요한 중증응급질환 진료 균형이 무너지는 상황이 우려된다.”면서, 대응전략을 수정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그는 “지금은 너무 쉽게 응급실을 폐쇄한다.”라며, “학회 권고는 응급실에 의심환자가 왔다고 바로 폐쇄할게 아니라 의심환자 격리 후 검사결과 나올 때까지는 주의하며 정상적인 응급진료를 하는 것이다.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면 그때 폐쇄하고 소독하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일부 병원에서 단순히 의심환자가 다녀 갔다는 이유로 폐쇄하는데, 더 중요한 중증응급질환 환자의 진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또한 허 이사장은 “학회 차원에서 선별진료소 운영에 있어 의심환자 사례 틀을 바꿔야 한다. 의심환자가 경증인지 중증인지 구분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선별진료소에 와서 환자가 대기하고 주변에 사람이 있고, 음압격리실에서 결과 나올때까지 기다리는 시스템인데, 평상시 건강한 사람까지 잡아두는건 자원 낭비다. 검사후 결과가 나올때까지 기다리는 많은 의심환자를 선별진료소에서 경증은 바로 귀가시켜 자가격리하며 결과 기다릴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입원이 필요한 중증환자인데, 이런 환자들은 검체 채취 후 결과를 기다리며 선제적으로 격리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다른 선별검사를 하러온 환자들과 일반외래나 응급실에서 진료하는 환자들과 격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이사장은 이어 “선별진료소와 환자대기공간, 선제격리공간, 입원공간 등 별도의 공간과 동선을 확보해야 한다.”라며, “현재 일부 선별진료소는 응급실에서 환자 진료하다가 보호복을 입고 나와 선별진료소에서 진료하는 병원도 있다. 진료하는 사람도 힘들고 응급실에서의 진료공백도 초래하고, 급하게 하다보면 양쪽간 감염 초래 우려되므로 선별진료소와 응급실 진료는 철저히 구분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또, 의심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할 경우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수용여부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말 무서운 부분은 요양병원이라며, 보건복지부가 폐렴환자 전수조사 방침을 밝히자 전국의 요양병원이 지레 겁먹고 폐렴 의심환자를 선별진료소, 응급실로 전원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 이사장은 “요양병원 환자들이 선별진료소나 응급의료센터로 들어오기 시작하면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것이다.”라며, “평소보다 폐렴환자를 많이 응급의료기관으로 전원시키고 있는데 이런 부분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필요하면 환자이동을 최소화하면서 보건소에서 검체채취 등 확인하고 올 수 있는 시스템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성순 인제대학교일산백병원장(대한병원협회 의무이사)도 “초반에는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한 것이 잘했다고 생각되지만, 지금 돌아보면 전체 사망률은 0.3% 정도로 아주 위험한 질환은 아니라는데 공감대를 이룬 만큼 어느정도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역사회 감염으로 국면전환된 상황에서 지금의 봉쇄전략은 불가능한 만큼, 조기진단과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적절한 치료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원장 역시 정부의 요양병원 폐렴환자 전수조사 정책으로 인해 환자 전원이 급증한 사실을 언급하며, 봉쇄전략으로 인한 현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원장은 아울러 “응급실, 병원 폐쇄도 문제다. 환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접촉 의료진이 14일간 격리되는데, 정작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라며, “마스크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면 감염 가능성이 매우 낮은만큼, 무조건 의료진을 14일 자가격리시키기 보다는 의료진 스스로 증상을 모니터링하고 미열 등이 있으면 격리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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