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감염병 사태와 관련해 발의된 해외여행력 정보제공시스템(ITS, International Traveler Information System) 의무화 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지 주목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김세연)는 지난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7건과 ‘검역법 일부개정법률안’ 2건 등, 9개 법률안을 상정해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했다.

해외여행력 정보 제공체계*자료: 보건복지부
해외여행력 정보 제공체계*자료: 보건복지부

이 중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허윤정 의원이 발의한 ‘감염병 예방관리법’은 해외에서 발생한 감염병의 국내 유입 및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기관의 장 등에게 환자의 해외여행력 정보를 확인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려는 내용이다.

허윤정의원안은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및 그 종사자와 약사, 약국개설자 및 그 종사자로 하여금 감염병 관련 여행이력 정보 등을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확인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도록 했다.

김승희의원안은 보건복지부장관에게 해외여행력 정보제공시스템을 구축ㆍ운영하도록 하고, 보건의료기관의 장은 해당 정보시스템을 통해 환자가 감염병 발생 국가로부터 입국한 사람인지를 확인하도록 하며, 이를 위반한 자에게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현행법 제76조의2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질병관리본부장은 감염병 예방 및 감염 전파의 차단을 위해 필요한 경우 감염병환자등 및 감염이 우려되는 사람의 인적사항과 출입국관리기록 등의 정보를 수집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 및 감염병 관련 업무를 수행 중인 의료인, 의료기관 등에게 제공할 수 있다.

또, 같은 법 시행규칙 제47조의2 제2항에서는 질병관리본부장이 위의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정보시스템 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정보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수진자 자격조회 시스템’에 출입국관리기록을 연계해 환자의 건강보험 자격과 해외여행력 정보를 함께 제공하고 있으며, ‘해외여행력 정보제공 프로그램(ITS, International Traveler Information System)’을 직접 개발ㆍ배포해 이를 의료기관의 자체 전산시스템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DUR, Drug Utilization Review)’과 연동되도록 함으로써 환자의 접수ㆍ문진 또는 의약품 처방ㆍ조제 단계에서 환자의 해외여행력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개정안에 대해 “해외에서 감염병이 발생해 국내 유입 및 확산이 우려되는 경우 의료기관의 장 등이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으로, 그 입법취지는 타당하다.”라고 판단했다.

감염병 증상을 보이는 내원 환자가 감염병 발생국가로부터 입국한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의료인 또는 약사 등은 해당 환자에게 감염 예방ㆍ대응 방법을 지도하는 등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감염병의 빠른 확산과 유행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현행법은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질병관리본부장으로 하여금 필요한 경우 감염병환자등 및 감염이 우려되는 사람의 인적사항과 출입국관리기록 등의 정보를 수집해 감염병 관련 업무를 수행 중인 의료인, 의료기관 등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정보제공대상자에게 환자의 해외여행력 정보를 확인하도록 하는 의무규정은 두지 않아 각 의료기관에서의 정보 조회실적이 저조했다.

실제로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당시 의료기관의 ITS, DUR 및 수진자 자격조회 시스템 이용률은 전체 기관의 절반 정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종별 해외여행력 정보 조회현황(단위: 개, %)*주: ITS, DUR, 수진자 자격조회 시스템을 활용해 해외여행력 정보를 조회한 의료기관 현황*자료: 보건복지부
의료기관 종별 해외여행력 정보 조회현황(단위: 개, %)*주: ITS, DUR, 수진자 자격조회 시스템을 활용해 해외여행력 정보를 조회한 의료기관 현황*자료: 보건복지부

다만, 전문위원실은 “두 개정안은 감염병의 예방 및 감염 전파의 효과적인 차단을 위해 의료기관의 장 등에게 환자의 해외여행력 정보를 미리 확인할 의무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그 내용 및 취지가 유사하나, 구체적으로는 의무대상자의 범위와 해외여행력 정보의 확인방법, 과태료 수준 등에서 내용의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먼저, 의무대상자의 범위와 관련해 허윤정의원안은 ‘의료법’에 따른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과 ‘약사법’에 따른 약사 외에도 의료기관 및 약국의 종사자를 포함하고 있고, 김승희의원안은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른 보건의료기관의 장을 의무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다.

전문위원실은 “환자의 진료 또는 의약품의 처방ㆍ조제에 권한과 책임이 있는 의료인, 약사 또는 보건의료기관의 장에 한정해 해외여행력 정보를 확인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검토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라고 제언했다.

또, 해외여행력 정보의 확인을 위한 방법적 측면에서 허윤정의원안은 구체적인 방법ㆍ절차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는데 대해 “위임사항이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사항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나, 수범자로서는 어떠한 방법으로 환자의 해외여행력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 국민이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예시를 들거나 위임될 내용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승희의원안은 보건복지부장관이 구축ㆍ운영하는 해외여행력 정보제공시스템을 통하여 정보를 확인하도록 그 수단을 한정하고 있는데, 의료기관 등에서 환자의 해외여행력 정보를 확인하는 수단으로는 ITS, DUR 및 수진자 자격조회 시스템 등 다양한 매개체가 있음을 고려할 때, 그 수단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이 법의 실효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의무위반자에 대해 허윤정의원안은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김승희의원안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해 과태료의 상한 기준도 달리 정하고 있다.

과태료 부과 처분의 적정성과 관련해 전문위원실은 “감염병의 전파 및 유행의 가능성이 현저히 적은 상황에서도 환자의 해외여행력 정보를 확인하지 않은 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에 비해 침해되는 의무위반자의 권익의 정도가 더욱 크다고 보인다.”라며, “감염병의 국내 유입 및 전파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정해 과태료 처분을 적용받도록 하는 것이 법익의 균형성 측면에서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라고 주문했다.

참고로 법 제35조의2에서는 “누구든지 감염병에 관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8조제2항에 따른 주의 이상의 예보 또는 경보가 발령된 후에는 의료인에 대하여 의료기관 내원 이력 및 진료이력 등 감염 여부 확인에 필요한 사실에 관하여 거짓 진술, 거짓 자료를 제출하거나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ㆍ은폐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한 사람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도록 하고 있다.

과태료 금액의 적정성과 관련해서는, “보호법익의 성격과 침해의 정도, 감염병의 발생 및 유행이라는 사안의 중대성, 과태료 조항의 실효성 및 예방효과, 유사 위반행위에 대한 과태료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무 위반행위의 비난 수준에 상응하는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판단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개정안 취지에는 동의하면서, 과태료 관련 일부 수정의견을 제시했다.

복지부는 검토의견을 통해 “감염병 전파 차단 및 예방을 위해 보건의료기관에서 해외여행이력 등의 정보를 확인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에 동의한다.”라며, “다만, 해외여행이력 등 확인 의무에 대한 과태료는 감염병 위기경보 주의 단계 발령 시로 한정하여 부과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보건복지위는 오늘(19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감염병 관련 법안을 논의한 후 20일 전체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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