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헬스산업은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전 세계적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바이오헬스 분야 성장을 견인할 핵심 인재인 의사과학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원장 권덕철)이 지난 31일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을 위한 의사과학자 양성 방안’을 주제로 개최한 ‘제6회 헬스케어 미래포럼’에서 전문가들이 모여 국내 의사과학자 부족 현황과 원인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김종일 서울대학교 생화학교실 교수는 국내와 해외의 의사과학자 양성 현황과 양성 체계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에 필요한 대안을 내놨다.

‘의사과학자(physician)’란 의사이면서 충분한 기간에 걸쳐 과학자로서 훈련을 받은 자로, 현재 의생명과학 연구에 참여하는 연구진은 ▲비의사출신이거나 의과대학만 졸업한 생명과학 기초의학 연구자 ▲임상 수련 과정만 마치고 연구에 대한 경험은 파트타임 임상 대학원 과정과 단기 외국 연수가 전부인 임상 연구자 등 2개 집단이 대부분이며, 충분한 임상 수련과 전일제 연구를 마친 경우가 매우 희귀하다.

김 교수는 “현재 의과대학 졸업 후 수련 및 교육과정에서도 대부분 2개의 트랙 중 하나만을 선택하고 있으며, 두가지 트랙을 다 이수하더라도 최종적인 직업은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하도록 강요되고 있다.”면서, “양쪽 도메인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균형 있게 갖춘 전문가로서, 연구를 잘 하고 실제로 직업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임상 의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바이오 메디컬 산업이 21세기 유망산업으로 각광받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오 메디컬 산업을 비롯한 첨단 연구 분야에서 융ㆍ복합 기술의 중요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 20년간 국내 최고수준의 인재가 의대에 집중했고, 의료기술ㆍ서비스는 이미 의료한류 등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지만, 국가적인 바이오 메디컬산업 발전에 기여할 의사과학자 양성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970년대 우수 인력의 이공계 진출이 ICT 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듯이, 국내 최고 수준의 인재가 배출되는 의과대학이 미래 바이오 메디컬 산업의 중추역할을 할 인력을 양성해야 할 시대적 사명이 있다고 역설했다.

미국의 의사과학자 양성 현황을 보면, 현재 매년 전체의대생의 약 4% 정도가 MD PhD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있다.

주요 의과대학이 1ㆍ2 학년 과정을 ‘pass/fail’로 운영하고 오후 시간을 비우며 강의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등 학기 중에도 연구에 참여하는 것을 지원한다. 주요 의과대학 학생들의 상당수가 1년 이상의 ‘갭 이어(gap year)’를 두고 전일제 연구를 수행한다.

하지만 미국도 의사출신 연구자가 서서히 감소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다양한 대비책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운영 중이다.

김 교수는 미국 의대생들이 연구에 참여하는 이유로 ▲연구에 대한 흥미와 열정(관심) ▲경제적 도움(MD PhD program)-단기적 혜택(유인책) ▲의과대학에서 강조하고 지원하기 때문(MD PhD 학생에게 임상 실습 프로그램 우선 선택권 부여 등-단기적 혜택(유인책) ▲장기적으로 원하는 과에서 레지던트를 하거나 교수가 되는데 유리하기 때문-장기적 혜택(진로) ▲다양한 연구 참여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고 여기에 참여하는 것이 쉽기 때문-좋은 프로그램(인프라) 등을 꼽았다.

반면, 국내 의사과학자 양성 현황을 보면, 의과대학 졸업 후 기초분야에 남는 사람은 졸업생 중 1~2% 미만으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서울의대의 경우 병리학 예방의학을 제외하면 2017년 0명, 2018년 1명에 그쳤다.

의과대학원 내 기초의학 과정은 전일제로 교육을 수행 중이나, 현재 의사의 진학률이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임상의들 대부분의 의학대학원 과정은 의학박사 학위 이수를 위해 임상진료와 부분제 대학원 과정을 병행하므로 졸업 후 주체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후천적인 개인의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김 교수는 “국내의학은 임상진료 위주로 발전해 생명공학 발전의 원천이 되는 기초의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미흡 및 투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의료기관의 우수인적자원의 활용과 인프라 활용이 저조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교육이나 연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교수인력 확보가 중요하나, 기초의학 교수는 2004~2013년까지 10년 동안 87명만이 증가했으며, 이 중 의사 출신은 32명 , 비의사 출신이 55명이다.

기초의학 교수에서 의사출신 교수 비율은 2004년 71.7%에서 2013년 69.3%로 줄었고, 전공의 제도가 있는 병리학, 예방의학을 제외하면 의사출신 비율은 50% 미만이다.

국내 의사과학자 양성 관련 프로그램을 보면, 교육부의 ‘MD PhD 양성 프로그램’이 있는데 의학전문대학원만을 대상으로 하며 일몰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의학전문대학원이 많을 때에도 지원자수가 많지 않아 활발하게 운영되지 못했다. 또한 우리나라 학제상 학ㆍ석사, 석ㆍ박사 통합은 가능해도 학ㆍ석ㆍ박 통합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의과대학에서는 불가능하다.

과기정통부의 ‘기초의과학연구센터 (MRC) 프로그램’은 기초의학 교수에 대한 연구비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외에도 ‘임상의과학자 연구역량 강화 사업’을 수행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연구중심병원 사업’을 비롯해 지난해부터 서울의대 기초연구연수의, 연세의대, 고려의대, 아주의대 등에서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시행중이다.

카이스트(KAIST) 의과학대학원의 일부 성공사례를 보면, 2006년도 제1기 의과학대학원생 입학이 시작돼 임상의를 대상으로 하는 박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박사학위(1년)와 전문연구요원(3년) 과정으로 학위와 군대 문제를 해결, 매년 20명을 선발하는데 약 2: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김 교수는 해당 프로그램의 성공요인으로 ▲기초과학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 ▲일반적인 군의관 공중보건의(3년) 대신 4년만에 박사학위와 군대 문제를 해결(현재까지 여성지원자는 단 3명에 불과) ▲좋은 연구환경, 등록금과 기숙사 지원 ▲전국적인 홍보 및 공개적인 선발 과정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최근 졸업생들이 주요병원에 전임의로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이들의 성공 여부가 향후 발전 여부를 좌우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반면, 의사과학자 프로그램을 지원하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을 가지 않는 이유를 보면 ▲수도권이 아니다 ▲생활비 지원이 없다 ▲소속 병원의 임상교수들이 잘 모르거나 좋아하지 않는다 ▲임상 수련을 받는 과정에서 낙오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학위를 마친 후 진로가 불투명하다 연구를 지속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등을 꼽았다.

또, 의과대학 전일제 대학원을 가지 않는 이유로는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들은 바 없다 ▲카이스트에 비해서 수련기간이 길다 최소 5년 ▲전문연구요원 복무 가능성이 확실하지 않다 ▲대학원 과정 및 연구환경이 좋지 않다 ▲병원 옆에 있으면 진료나 기타 업무가 계속 주어질 것 같다 ▲학위를 마친 후 진로가 불투명하다 연구를 지속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김 교수는 “한국의 의사들도 (어느 정도는) 연구를 하고 싶어한다.”면서, 전국의 인턴 및 전공의 176명을 대상으로 수요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소개했다.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이 시행될 경우 지원하겠다는 의견이 135명, 지원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41명이었다.

김 교수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의과대학 입학 초기부터 연구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연구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도하고, 연구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단기적 유인책 및 연구비 장학금 등 금전적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또, 전문연구요원 등 병역 문제에 대한 유인책을 제공하고, 의사과학자의 연구 관련 커리어 패스를 지원하며, 학위 취득 후 독립된 연구자로 자리잡을 때까지 연구비를 대폭 지원할 것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이어 “연구중심병원 등을 통해서 진료부담을 줄이고 연구참여 시간이 보장된 직위 연구전임의, 연구전담 임상교수 등을 제공하고, 의사연구자의 창업을 지원하며 성공한 의사연구자의 롤 모델을 제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다양하고 질 높은 연구참여 프로그램 제공 ▲의과대학생 연구 지원 프로그램 ▲학ㆍ석사, 학ㆍ석ㆍ박사 연계 프로그램 ▲연구 전공의 프로그램 ▲전일제 학위 과정 지원 프로그램 등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또, “연구에 참여하는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더 우수하다는 인식과, 의사과학자 지원 프로그램이 이미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의사들에게 추가로 주어지는 특혜라는 인식을 불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주기적 의사과학자 육성 프로그램(안)으로 ▲Track I(의과대학생 연구 지원) ▲Track II(임상의과학자 연구역량 강화 지원) ▲Track III(신진의사과학자 연구 정착 지원)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의사과학자 맞춤형 창업지원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연구와 진료를 병행하는 의사과학자가 대학병원에서만 자리를 잡는다면 국내의 자리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임상 수요에 적합한 연구를 통해 얻어낸 연구결과로 창업을 하고 성공하는 롤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지속적인 의사과학자 수급의 핵심요인이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임상의사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혜택이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스타트업 창업자에 대한 매력이 상대적으로 더 커지고 있다. 의사는 창업 실패에 대한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더 적을 수 있다.”면서, “학부, 대학원 과정에서 창업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접근성을 높이고, 연구결과를 활용한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또, 지원의 주체로서 의과대학과 병원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의료현장의 수요를 파악해 첨단의료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산업화해 다시 의료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임상 경험과 의료지식을 갖춘 의사과학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인재인 의사들이 진료뿐만 아니라 연구에서도 중심 역할을 수행한다면 세계적인 의사과학자 배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라며, “이번 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정책에 적극 반영해 우리나라 미래 산업을 이끌 우수한 의사과학자들이 배출, 양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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