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이 휴업 또는 폐업할 때 환자에게 직접 문자로 안내하도록 하는 법개정은 환자에게 도움도 안될 뿐더러 행정낭비만 초래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현행 의료법상 의료기관의 휴ㆍ폐업시 환자의 진료기록부는 관할 보건소장에게 이관해야 하므로, 환자 및 환자보호자의 불편을 줄이는 노력도 보건소의 업무라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기관이 환자 및 보호자에게 휴ㆍ폐업 전 직접 문자안내’를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협회의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29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지난해 12월 11일 의료기관이 연락처를 수집한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에게는 휴업ㆍ폐업 이전에 직접 문자로 관련 사항을 안내하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에서 진료기록부는 10년간 보관해야 하며, 의료업을 폐업 또는 휴업하는 경우 진료기록부 등은 관할 보건소에 이관하도록 하는 한편,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환자 권익 보호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령에서는 폐업ㆍ휴업 예정일 14일 전까지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 및 인터넷 홈페이지에 폐업ㆍ휴업 예정일, 진료기록부 등의 이관ㆍ보관 및 사본 발급에 관한 사항 등을 안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 폐업ㆍ휴업 이후 진료기록부 등의 보건소 이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진료기록부 등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폐업ㆍ휴업 이후 환자들은 사실상 진료기록부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진 의원은 “의료사고 이후 보상절차ㆍ소송준비를 위한 진료기록 확보나 실손 보험 관련서류 제출을 위해 진료기록부 등이 필요한 환자들은 결국 과거 진료기록 확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의료기관이 연락처를 수집한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에게는 폐업ㆍ휴업 이전에 직접 문자로 관련 사항을 안내하도록 함으로써 의료기관의 휴ㆍ폐업으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의협은 “이미 의료법은 진료기록부 등은 보건소로 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하위 법령으로 인터넷 홈페이지 및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안내하도록 규정돼 있어, 추가로 의료기관의 의무사항으로 환자 등의 개인정보 활용을 통해 직접 문자 안내를 법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한 입법이다.”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의료법 제40조(폐업ㆍ휴업 신고와 진료기록부 등의 이관)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폐업이나 1개월 이상 휴업(입원환자가 있는 경우 1개월 미만의 휴업 포함)시 지자체장에게 신고하고 기록ㆍ보존하고 있는 진료기록부등을 관할 보건소장에게 넘겨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동 법 시행규칙에서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폐업 또는 휴업하려는 때에는 폐업 또는 휴업 신고예정일 14일 전까지 환자 및 환자 보호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 및 인터넷 홈페이지에 예정일자, 진료기록부등의 이관ㆍ보관 또는 사본 발급 등에 관한 사항 등을 기재한 안내문 게시’를 명시하고 있다.

의협은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의료기관의 폐업ㆍ휴업 등의 사유로 진료기록부 등의 이관을 보건소로 넘기고자 할 때, 해당 보건소에서는 행정 편의 및 보건소 내 진료기록부 등을 보관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의료기관의 진료기록부 등의 이관을 거부하고 있다.”라며, “보건소의 행정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환자 및 환자보호자 관점에서 의료기관의 휴ㆍ폐업으로 인한 현실적인 애로사항은 휴ㆍ폐업 당시보다 이후 불특정 시기에 진료기록부 확보 문제라는 것이 의협의 설명이다.

의협은 “불특정 시기에 진료기록부 등을 필요로 하는 경우 제 때 발급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형성돼야 한다.”라며, “의료법상 진료기록부 등을 이관받아야 하는 보건소에서 사실상 이를 거부하고 있는 현실에 따라 환자 본인의 진료기록부 등을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 가장 큰 문제이다.”라고 꼬집었다.

의협은 “의료기관에서 환자 또는 환자보호자가 제공한 휴대폰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통해 의료기관이 문자를 발송하더라도 실제 환자 또는 환자보호자가 당장의 진료기록부 등을 발급하기 위해 의료기관을 찾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문자 안내를 강제하는 것은 경영 악화 등 폐업 및 휴업을 하는 의료기관에 더욱 부담만 가중시키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의료기관 휴ㆍ폐업 전 의료기관을 방문한 모든 환자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은 행정 및 비용 낭비이며,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에 근거해 환자 및 환자 보호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 및 인터넷 홈페이지 안내로 충분히 환자 및 환자 보호자에게 고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행 의료법 상으로 규정된 바와 같이 보건소가 의료법상 의무를 다해 휴ㆍ폐업 의료기관의 진료기록부 등을 이관받아 환자 및 환자보호자의 불편을 줄이도록 관리해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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