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장에서도 사용되는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 포 온콜로지(이하 WFO, Watson for Oncology)’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JoHTA(보건의료기술평가)’에서 이경아(서울대학교병원 의학연구협력센터), 김찬희(가천대학교 일반대학원 간호학), 백정흠ㆍ심선진ㆍ안성민ㆍ안희경ㆍ이언(가천대학교 길병원), 이선희(가천대학교 간호대학 간호학과)는 ‘인공지능 왓슨과 다학제 진료의 치료방법 일치율 평가 및 의료진 만족도 조사’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WFO는 치료 방법의 결정에 있어서는 높은 일치율을 보이나, 국가별 인종적, 지역적, 문화적, 환경적 차이의 반영과 환자의 특수한 상황에서의 적용에는 아직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FO는 환자의 성별, 질병 등 특성을 입력하면 그에 알맞은 치료법을 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제시해주는 인공지능 컴퓨터로, 2012년 IBM에서 뉴욕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 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됐다.

한국에는 2016년 가천대학교 길병원을 시작으로 부산대학교병원, 건양대학교병원,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조선대학교병원, 전남대학교병원, 중앙보훈병원, 지샘병원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현재 WFO는 유방암, 폐암, 결장암, 직장암, 위암, 자궁암, 난소암, 전립선암 등에 적용 가능하며 지속적으로 적용 가능 암종을 늘리고 있으며, 암의 치료법에 대해서는 추천(recommended), 고려(for consideration), 비추천(not recommended)으로 제시하고 있다.

WFO는 직접적으로 환자 치료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인에게 환자의 건강정보 또는 진료정보를 정리 및 추적하는 툴을 제공하거나 의학정보에 쉽게 접근하도록 도움을 주는 소프트웨어로 의료기기에서는 제외됐으며, 가천대학교 길병원은 현재 WFO를 활용해 다학제 진료를 수행하고 있다.

WFO는 논문, 가이드라인 등 최신 지견에 대한 의료진의 접근성이 용이하게 하고 근거에 기반해 치료 방법을 제시해 주기 때문에 다학제 진료를 활성화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길병원은 WFO를 도입 후 1년간의 분석을 통해 WFO가 제시한 추천(recommended) 치료방침과 의료진의 의견 일치율이 7% 증가했으며, 높은 환자 만족도를 보인다고 제시했다.

연구에서 126건의 암 환자 진료 건수를 분석한 결과 최종 치료 방법이 WFO이 제시한 추천(recommended)과의 일치율은 66.7%이었고, 고려(for consideration)까지 포함할 경우 96.0%로 분석됐다. 이는 기존 연구 결과보다 다소 높은 수치로, 연구 방법의 차이로 인한 결과로도 고려할 수 있다.

4%의 불일치율은 WFO이 비추천(not recommended)으로 제시한 방법을 이용하거나, 아예 WFO에 제시되지 않은 방법을 최종 치료 방침으로 결정한 것이다.

그 이유로는 보험 적용과 의료비 차이로 인한 비용적 차이, 인종과 지역마다 통상적 치료 방법의 차이로 인한 문화적 차이, 환자 연령 및 특수 상황에 따른 차이 등으로, WFO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환경, 문화적, 환자의 개별적 특성으로 인한 것이다.

진료분석 결과, 실제로 WFO에서 추천(recommended)으로 제시한 방법이 한국에서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치료법인 경우도 있었으며, 통상적으로 외국에서는 시행하나 한국에서는 우선적으로 시행하지 않는 방법이 추천(recommended)이나 고려(for consideration)로 제시된 경우도 있었다.

또한 환자의 컨디션과 선호도, 협조 정도에 대한 특수한 판단은 WFO가 고려할 수 없기 때문에, 의료진에서는 이를 고려해 WFO가 비추천(not recommended)으로 제시했거나, 아예 제시하지 않은 치료 방법을 최종 치료 지침을 결정한 경우도 발생했다.

즉, WFO는 치료 방침에 많은 도움을 주지만 아직은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하며, 의료진은 WFO를 이용해 환자를 진료할 때 환자의 상황을 고려해 최선의 치료 방침을 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WFO 사용국가가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는 각 국가의 치료 지침 및 약물 이용 가능성, 보험 등의 차이를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 WFO 내부적으로 고안돼야 한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WFO를 사용하는 의료진의 WFO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74±2.08점으로 분석돼 높은 편은 아니었다. 진료과 별로는 전반적으로 외과 파트에서 내과 파트보다 WFO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의료진의 연령에 따라서는 연령이 높은 집단에서 젊은 연령의 의료진에 비해 WFO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실제 WFO를 이용한 다학제 진료에 참석하는 빈도가 높을수록 WFO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분석돼 WFO 다학제 진료의 참여 정도는 의료진의 선호도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WFO의 장점으로는 병원 홍보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 의료진이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WFO로 인해 의료진에 대한 환자의 신뢰도가 증가하고 의료진 간의 의사소통이 증가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환자 순응도 증가는 외과가 다른 진료과보다 높은 장점으로 생각하고 있는 항목이었다. WFO 도입으로 인한 의료진의 진료 부담 감소에 대한 항목은 가장 낮게 평가된 항목이지만,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의 의료진에서는 유의미하게 높게 평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WFO의 약점으로는 WFO 사용을 위한 추가적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고 현재 WFO에서 사용하는 변수가 부족한 것으로 조사돼 시스템적 개선이 필요하며, 인종 및 문화적 차이 미반영과 한국의 건강보험 급여 여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항목도 높게 조사돼 한국형 WFO 개발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구조적으로는 EMR system과 연동되게 해 WFO 프로그램에 환자 정보를 중복하여 입력하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고 입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이어 치료 방법에 있어서는 각 국가의 보험 체계와 콘텐츠를 반영하고, 최신 지견을 반영해야 하며, 인종과 문화적 차이를 반영한 현지화된 왓슨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WFO에서 제시하는 최종 결과의 표현 방법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라며,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WFO가 추천(recommended)으로 제시한 치료 방법보다 고려(for consideration)로 제시한 치료 방법이 더욱 적합해 선택했어도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환자의 입장에서는 추천(recommended)을 선택하지 않고 고려(for consideration)를 채택한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 경우 의료진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환자 입장에서는 오해를 발생시킬 수 있어 추천(recommended), 고려(for consideration) 대신 방법 1, 방법 2 등으로 구분해야 의료진의 의견과 WFO가 제시한 치료 방법이 달라도 환자가 받아들이고 더욱 합당한 치료 방법을 적용하는데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의료진의 입장에서도 WFO를 이용한 진료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치료 방법의 결정에 있어 환자 뿐만 아니라 의료진 간에도 충분한 논의보다는 WFO의 결과에 대한 일부 맹목적 신뢰로 의료진 간의 의사소통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의료진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한국의 일개 병원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암 종별로 연구 결과를 분석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제한점이 있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환경에서 추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