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임시총회가 개최된 지 2주가 지났다.

임시총회는 상정된 최대집 회장 불신임안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이 모두 부결되면서 싱겁게(?) 끝났다.

별다를 게 없는 임시총회였지만 비대위 구성이 회장 불신임보다 찬성률이 낮았던 점이 기억에 남는다.

회장 불신임안은 출석대의원 204명 중 찬성 82명(40.20%), 반대 122명(59.80%)으로 부결된 반면, 비대위 구성안도 출석대의원 202명 중 찬성 62명(30.69%), 반대 140명(69.31%)으로 부결됐다.

대의원들은 회장 불신임이 부결된 만큼 비대위 구성도 부결시켜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을까?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지난 2017년 열린 임시총회에서는 회장 불신임안이 부결됐음에도 비대위 구성안은 찬성 139명, 반대 8명으로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대의원들은 2017년에는 비대위를 구성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반면, 2019년에는 비대위를 구성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면 2년 사이에 무엇이 달라진 걸까?

아무래도 이 기간 활동한 4기 비대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4기 비대위는 2017년 9월 16일 임시총회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과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법안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이 의결되면서 탄생했다.

9월 28일 첫 회의를 열고 활동을 시작했으며, 2018년 4월 30일 약 7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대의원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4기 비대위는 기존 비대위보다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비대위가 활동하는 동안 집행부는 움츠러들수 밖에 없었다.

비대위는 거듭된 장외투쟁으로 복지부를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10차 회의까지 진행된 의정협상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비대위는 요란했지만 실속은 없었다.

추무진 집행부는 투쟁보다 협상을 통해 실익을 얻는 방향으로 회무를 진행했다. 비대위가 구성되지 않았다면 상황이 더 나빠졌을까?

비대위 활동기간중 치러진 의협회장선거에서 비대위 투쟁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최대집 후보가 당선됐다. 당시 비대위의 최대 성과는 의협회장을 배출한 것이라는 뼈있는 농담(?)도 나왔다.

4기 비대위 뿐만 아니라 1~3기 비대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조직을 갖추는 데만 상당 기간을 소요하고, 첫 회의에서 비대위 명칭과 차기회의 일정잡는 게 고작인 경우가 많았다.

의료계 리더들은 2012년 노환규 집행부에서 구성된 비대위가 첫 회의에서 투쟁로드맵을 발표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이번 임시총회에서 비대위 구성안은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됐다. 차기회장선거가 있는 내년 2월까지 비대위 구성을 요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비대위가 아니면 안 된다는 주장이 또 나올지도 모르겠다. 만약 비대위를 다시 구성한다면 한가지만 제안하고 싶다.

비대위원장 뿐만아니라 모든 참여 인사가 선출직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도록 하자. 그러면 차기회장선거 후보군을 비롯해 다른 리더들까지 좀 더 협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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