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보건복지부의 의약품 재분류 결정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7일 열었다.

기자회견장에는 작심한 듯 ‘국민불편 외면하는 보건복지부장관 사퇴하라’는 현수막도 걸었다.

기자회견을 마련한 이유로 의사협회는 ‘보건복지부가 국민이 요구하는 가정상비약의 슈퍼판매 추진을 사실상 거부한 데 대해 책임있는 전문가 단체로서 더 이상 침묵하고만 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를 향해 국민 불편을 외면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시민사회에는 의료계가 국민 건강을 위해 나선다고 어필하는 자리였던 셈이다.

하지만 기자회견장 분위기는 녹록지 않았다.  경만호 회장이 기자회견문 읽기를 끝마치자마자 기자석에서는 의사협회가 원하는 게 일반약 슈퍼판매인지, 선택의원제 반대인지 똑바로 해 달라는 질문이 날아들었다.

이 질문에 대해 한동석 공보이사는 “오늘 나눠드린 보도자료에서 가정상비약 슈퍼판매와 선택의원제에 대해 언급한 분량을 비교해 보면 어느 쪽에 집중하는 지 알수 있을 것이다”며 기자들에게 판단을 떠넘겼다.

그러자 기자석에서 “떼쓰기로 보인다”는 비판이 나왔다. 약사회 반대로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철회한 것처럼, 의료계가 반대하니 선택의원제도 양보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비쳐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자회견 현장에서는 의료계가 선택의원제 반대를 주장하기 위해 가정상비약 슈퍼판매 카드를 이용하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경만호 회장은 다음주중 집회를 위해 장소와 시간도 정해 놓았다고 운을 떼놓고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연이어 기자들이 “집회를 하겠다는 건가, 안하겠다는 건가”, “복지부에 어느 수준까지 요구하는 건가”라는 구체적인 답을 요구했지만 의협은 뚜렷한 답을 하지 않았다.

의협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정상비약은 국민의 건강과 편의성을 위해 이뤄져야 하고, 의사협회는 국민의 의사를 지지한다고 주장하면 될 일이었다.

약사회가 반대하니 가정상비약 슈퍼판매를 철회한 것처럼 의사협회가 반대하니 선택의원제도 철회하라는 의협의 주장은 오판이다.

의협의 주장대로라면 가정상비약 슈퍼판매가 허용되면, 선택의원제도 군말없이 따르겠다는 말인가?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일간지, 경제지, 전문지 등에서 수십여명의 기자들이 모였다. ‘국민이 원하는 일반약 슈퍼판매를 의사들은 지지한다’는 말만 반복했어도 점수를 딸 수 있는 자리였다.

의약 전문지 기자라면 이해하겠지만 다수 일간지와 경제지 기자들에게 일반약 슈퍼판매 관련 기자회견에서 선택의원제를 언급하는 의사협회를 곱게 봐줄 리 만무하다.

다음에는 좀더 다듬어진 기자회견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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