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초면 마약보다 중독성 강한 담배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금연’ 바람이 불지만, 금연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8년 17개 시도의 평균 6개월 금연 성공률은 38.14%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가오는 경자년에 금연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약 한 달 전부터 ‘금연계획’을 세워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폐 질환의 주 원인 ‘담배’
담배 연기와 직접 닿는 폐는 담배에 가장 취약한 장기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 있다. COPD는 돌이킬 수 없이 기도가 좁아져 숨이 차는 대표적인 호흡기 질환이다.

주로 담배를 피우거나 유해가스 노출, 실내외 대기 오염, 폐 감염 등에 의해 기관지와 폐에 만성 염증이 발생하면서 생기며, 흡연이 가장 대표적인 원인이다. 폐암도 흡연이 가장 잘 알려진 원인이다.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최천웅 교수는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폐암 발생 위험이 15~80배 가량 증가하며, 간접흡연에 노출돼도 폐암 발생 위험이 1.2~2배 높아진다.”라며, “특히 폐암 가족력이 있으면서 담배까지 피우면 폐암 발병 가능성이 10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설명했다.

▽폐만 문제 아냐, 독성물질 온 몸 돌면서 질병 유발
담배 연기 속에 들어 있는 4,000여 종의 독성화학 물질은 호흡기를 망가뜨릴 뿐 아니라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돌면서 모든 장기를 좀먹는다.

최근 유명인들의 투병으로 많이 알려진 췌장암과 구강암은 담배가 확실한 유발인자로 알려져 있다.

또한, 발암물질이 대사돼 신장을 거쳐 방광에 모였다가 몸 밖으로 배출되면서 신장암과 방광암도 유발한다.

뇌졸중에 따른 사망 위험이 2~4배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으며, 건선(피부질환)ㆍ백내장ㆍ난청ㆍ충치ㆍ골다공증ㆍ위궤양ㆍ임신부의 유산ㆍ남성의 정자 문제ㆍ버거씨병(팔과 다리에 혈액순환이 안 돼 결국 절단하는 난치병) 등 수많은 질환을 부른다.

남성 흡연자는 13.2년, 여성은 14.5년 단축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니코틴에 뇌 중독되는 ‘질환’, 금연 어려운 이유
많은 사람이 금연에 실패하는 이유는 흡연이 뇌가 담배의 니코틴에 중독되는 ‘뇌질환’이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면 연기 속의 니코틴 성분과 함께 독성물질이 폐에 진입한다. 담배 한 개비에 1~2%의 니코틴이 함유돼 있다면 2~3mg의 니코틴이 우리 몸에 흡입되는 것이다.

폐를 거친 니코틴은 혈액으로 녹아 들어가 뇌의 쾌락 중추까지 미친다. 니코틴을 흡입해 뇌의 쾌락 중추까지 가는 시간은 7초에 불과하다.

쾌락 중추에는 니코틴이 달라붙을 수 있는 니코틴 수용체가 있는데, 수용체에 니코틴이 결합하면 즐거움과 쾌락을 주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상을 받거나 로또에 당첨되는 등 즐거움을 느끼면 뇌에서 분비되는데, 술ㆍ담배ㆍ마약 등 약물의 영향으로도 분비된다.

문제는 약물로 분비되는 도파민양이 훨씬 많다. 이로 인해 맛있는 음식, 화목한 가정, 연애, 성관계 등으로 분비되는 도파민으로는 쾌감을 못 느끼게 된다.

특히 흡연 양이 많고 기간이 길수록 수용체 수가 점차 늘어 더 많은 양의 니코틴이 필요하다. 금연해도 니코틴 수용체 숫자가 흡연 전으로 돌아가려면 최소 6개월이 걸린다. 흡연자들이 담배를 쉽게 끊지 못하는 이유다.

▽1년간 금연 성공하면 장기간 금연도 가능
흡연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은 담배를 끊는 것밖에 없다. 흡연자가 1년간 단 한 개비의 담배도 태우지 않으면 일단 금연에 성공한 것으로 본다. 1년간 금연한 사람의 80~90%는 장기간 금연을 이어간다.

이미 니코틴에 중독된 흡연자가 스스로 금연에 성공하긴 어렵다. 금연 전문가들은 만약 금연을 시작할 날짜를 정했다면 보름~한 달 전부터 금연을 준비해야 성공률이 높다고 강조한다.

새해부터 금연할 계획이라면 지금이 적기다. 무작정 금연에 도전하면 신체적ㆍ심리적 금단증상을 이기지 못해 대부분 금연에 실패한다.

▽약물 치료도 함께 받으면 금연 성공율 증가
금연을 미리 준비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금연 치료제’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흡연은 뇌의 니코틴 중독이 원인이기 때문에 뇌에 작용하는 약물들이 개발됐다. 약물요법은 니코틴 중독이 심해 수차례에 걸쳐 금연에 실패한 흡연자들에게 도움 된다.

임상연구결과에 따르면, 금연 성공률이 30~40%에 이른다. 금연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제로는 항우울제의 일종인 ‘부프로피온’과 ‘바레니클라인’이 있다.

금연 전문치료제의 성분으로 쓰이는 바레니클린은 도파민 분비를 늘려 니코틴 보충 없이도 기분을 좋게 해 흡연 욕구와 금단 증상을 동시에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니코틴 성분을 함유한 패치나 껌ㆍ사탕도 있다. 담배의 독성물질은 제거하고 뇌가 필요로 하는 니코틴만 서서히 공급해서 금단증상과 흡연욕구를 완화시킨다. 니코틴 용량을 줄여가며 세 달 동안 사용한다.

▽금연 성공 TIP 5가지
▲질환으로 인식하고 금연 치료제 등 치료를 적극 받는다
▲흡연한 시간, 누구와 어디서 흡연했는지, 흡연 욕구가 높은 때가 언제인지 파악하기 위해 ‘흡연일지’를 쓴다
▲자극적인 음식, 과식, 고지방 음식, 카페인은 흡연 욕구를 증가시므로 삼가고 최소 일주일에 두 번 충분한 양의 야채를 먹으면 담배와 관련된 독소 성분을 줄일 수 있다
▲금연 의지를 무너뜨릴 수 있는 과도한 음주는 피한다. 술자리가 있다면 음주량을 정해놓고 ‘계획 음주’를 한다
▲흡연 욕구를 부추기는 담배, 라이터, 재떨이 등 담배와 관련된 모든 흔적을 없앤다

◇도움말: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최천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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