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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임과 비대위는 장수바꾸기
장영식 기자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19.12.26 6:7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이 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섣불리 조직이나 인사 개편을 단행하기보다 기존 조직과 인재를 잘 활용해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휘체계나 시스템이 지속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오는 29일 임시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최대집 회장 불신임 건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건을 다룬다.

회장 불신임이든 비대위 구성이든 결국은 장수바꾸기에 나선 것이다.

임총 소집을 요구한 대의원 및 동조자들은 내부 균열을 우려한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회장 불신임과 비대위 구성이 대의원의 사명이라며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비대위 구성안이 가결될 지, 부결될 지는 알수 없다. 다만, 임총 결과와 별개로 비대위 구성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8월로 거슬러 가보자.

전국시도의사회장단은 8월 10일 의협회관에서 제9차 회의를 열고 현안을 논의했다. 시도회장들은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 의정협상에 최선을 다하라는 의견을 집행부에 전달했다.

시도회장단 간사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집행부가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 의정협상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건의했다.”라면서, “지금은 단절됐지만 협상 기회가 생겨 공식적으로 만나게 되면 두 달이든 세 달이든 협상을 하고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하자는 의미이다.”라고 설명했다.

8월 18일 의사대표자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전국의사대표자대회도 다르지 않았다.

대표자들은 투쟁을 외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집행부에 협상도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이철호 대의원의장은 “투쟁 및 협상에 대한 완벽한 로드맵을 만들어서 투쟁해야 한다.”라며, “현재 한일관계라는 블랙홀이 모든 사회적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 시기라는 것을 고려해 투쟁 시기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장성구 의학회장은 “거리로 뛰쳐나가는 것과 파업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 만이 강력한 투쟁의 상징이며, 전가의 보도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라며, “사회적인 여건을 고려하고, 국회와 시민단체의 시선을 어떻게 우리 쪽으로 유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홍보전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향애 여자의사회장은 “수가 정상화, 한의사의 의과영역 침탈행위 근절,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등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정부에 요구해 보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투쟁에 나서자.”라고 말했다.

즉각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소수였다. 총력 투쟁보다는 대국민 홍보와 의ㆍ정 협상 의견이 우세했다.

대표자대회가 총파업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최대집 회장의 주장이 무색할 정도였다.

결국 9월 11일 최대집 회장은 김강립 복지부차관과 만나 의정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당장 투쟁에 나설 것처럼 요란을 떨던 의협이  의ㆍ정협의를 재개하자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의협 대변인은 “시도의사회장단과 대표자대회에서 정부와 협상이 필요하다는 강력한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양측은 국감을 피해 11월 13일 첫 회의를 진행했다. 이후 12월 23일까지 네 차례 회의를 열고 협의를 마쳤다.

의협은 ‘임총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과 복지부와의 신뢰관계를 고려해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복지부로부터 협상단이 제시한 제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임총이 아니었다면 협상 결과를 상임이사회가 검토 후, 시도의사회장단과 대의원회에 내용을 공개하고 협상을 이어갈 지, 투쟁에 나설지 결정하면 되는 단계였다.

이런 수순이었다면 집행부에 대한 중간 평가가 가능하다. 또, 비대위 구성을 요구한 대의원 입장에서도, 협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집행부 중심의 의쟁투를 해체하고, 비대위를 새로 구성할 명분을 쌓을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시도회장들도, 대의원회의장도, 의학회장도, 여의사회장도 집행부에 선협상 후투쟁을 권해 놓고, 협상 결과가 나오기 전에 판을 엎은 모양새가 됐다.

의협 협상단은 총파업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협상에 임했다. 복지부가 4차 회의에서 내놓은 수용 조건에서 양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비대위 구성을 주장하는 대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무엇을 위한 비대위인가?


장영식 기자  sasilbod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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