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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대책위원회가 전가의 보도인가?추무진 집행부서 비대위 1-4기 활동…성과 미미ㆍ내부 분열 불러
장영식 기자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19.12.20 6:10

“조선시대 남인과 북인으로 나뉘어 당파싸움을 하는 것 같다. 단합을 해도 모자른데 회장 불신임과 비상대책위원회가 웬말인가?”

이는 전문과의사회 한 임원이 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최근 의사협회 한 대의원이 ‘최대집 회장 불신임’과 ‘비대위 구성’ 안건을 내걸고 임시대의원총회 소집을 요청했다.

임시총회는 80명 이상의 대의원이 서명해 발의 요건이 갖춰줬고, 대의원회 운영위에 의해 오는 29일 개최로 확정됐다.

의사협회 정관에 따르면, 총회는 재적대의원 과반수 출석으로 성립하고, 안건은 출석대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며 가부동수인 경우 부결로 결정한다.

다만, 정관 개정과 회장에 대한 불신임은 재적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출석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최 회장에 대한 불신임은 부결 전망이 많고, 비대위 구성 여부는 의견이 분분하다.

회장 불신임은 가능성이 낮고, 혹여 불신임된다고 해도 보궐선거로 새 회장을 선출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회장 불신임이 불발된 상황에서 비대위 구성이 통과되면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비대위가 구성되면 어떤 변화가 올까? 다른 단체의 예를 찾아볼 필요도 없고, 먼 과거를 살필 필요도 없다.

바로 추무진 전 집행부에서 비대위를 네차례나 가동했기 때문이다. 의사협회 대의원회는 강한 투쟁체가 필요하다며 비대위 구성을 거듭 의결했다. 비대위의 수명이 다했다 싶으면 이름을 바꾼 비대위를 다시 출범시켰다. 마치 비대위가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인 것처럼 말이다. 

2014년 4월 27일 1기 비대위 첫 회의 모습

1기 비대위는 2014년 3월 30일 임시총회에서 당시 노환규 집행부와 정부간 의정협의 결과를 실패로 규정하고, 노환규 회장을 배제한 비대위 구성을 의결함으로써 탄생했다.

전국적인 투쟁체를 조직해 제대로 투쟁하겠다는 것이 비대위 구성 이유였다.

하지만 비대위는 출발부터 신통치 않았다. 4월 15일로 예정된 발대식이 위원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19일로 연기됐다. 19일 발대식을 겸해 열린 첫 회의에서는 ‘비대위 명칭’과 ‘비대위 운영비로 사용할 특별회비 금액(회원 당 5만원)’만 결정됐다.

4월 27일 열린 2차 회의에서는 울산시의사회 김정곤 대의원의장을 위원장으로 선출하고 집행부로부터 의정합의 내용을 보고받았다.

노환규 집행부의 의정합의가 잘못됐다며 새판을 짜겠다던 비대위는 수개월째 의정합의 파기선언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냈다.

조인성 비대위 부위원장은 7월 2일 경기도병원회 총회에 참석해 다음주부터 정부와 3차 의정협상이 시작된다면서 병원계 인사가 참여해야 한다고 발언해 구설에 올랐다.

복지부와 의협 집행부가 의정합의 이행추진단을 구성하고 원격의료 시범사업 등 합의 이행 방안을 논의중인 상황에서 느닷없이 3차 의정협의 발언이 나온 것이다.

복지부는 7월 16일 의정합의 이행추진단 회의에서 일주일 안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하라고 압박했다.

이때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같은 날 김정곤 비대위원장이 돌연 사퇴한 것이다. 그는 비대위 SNS에 ‘무능력함과 일신상의 사정으로 위원장직을 수행할수 없어 사퇴한다’는 짧은 글을 남겼다. 전화기를 꺼놓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후 비대위는 7월 31일 화상회의에서 조인성 부위원장을 공동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당연히(?) 뒷말이 나왔다. 조 위원장은 같은 해 1월 11일 전국의사 총파업 출정식에서 파업 반대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조 위원장은 수시로 파업에 반대하는 발언을 해 왔다.

당시 회원들은 “투쟁의지가 없는 분이 갑자기 투쟁의지가 생기겠나. 협상을 주장해 온 조인성 회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았다니 믿을 수 없다. 투쟁이 험난할 것 같다.”라고 우려했다.

회원들의 우려대로 비대위는 투쟁로드맵을 공개하지 않은 채, 대국민 홍보용 자료와 대회원 교육자료 준비에 몰두했다.

10월 5일 기자회견을 마련한 조인성 비대위는 10월까지 투쟁 준비단계이며 11월부터 본게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날 비대위는 원격의료 반대 캠페인의 슬로건으로 ‘의사와 환자는 만나야 합니다’를 발표했다.

슬로건을 정한 이유에 대해 “일반 노동자처럼 머리띠를 두르고 결사항전을 외치는 의사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국민은 없다.”라며, “의사답게, 멋지게, 믿음직하게, 재미있게 원격의료 반대를 주장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전국적인 투쟁체를 조직해 제대로 투쟁해야 한다는 취지로 구성된 비대위에서 ‘투쟁’은 국민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숨겨야 하는 단어가 됐다.

비대위는 활동을 시작한지 약 9개월만인 2015년 1월 9일 ‘사임의 변’을 통해 전원 자의로 물러났다.

비대위는 활동 성과로 “고소고발, 법정공방, 회원들의 경제적, 법률적 피해를 남기지 않고 파업이나 휴진 등으로 인한 내부분열 없이 수임된 임무를 완수했다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비대위의 자평에 동의하는 의사회원이 얼마나 될까?

10월 기자회견에서 11월부터 본게임이라던 비대위는 이후 사임 선언을 하기까지 국회앞 1인 시위, 대회원 설명회 및 서명을 진행한 것이 전부였다.

이 과정에서 집행부와 비대위는 ▲협상과 투쟁 권한 ▲비대위 회계 ▲집행부의 비대위 파견 위원 철수 등을 놓고 끊임없이 대립했다.

홍보활동의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으며 1기 비대위는 그렇게 활동을 마감했다.

2015년 2월 9일 2기 비대위 첫 회의 모습

2기 비대위는 2015년 1월 17일 ‘보건의료 규제기요틴 대응을 위한 범의료계 긴급 연석회의’에서 구성을 의결하면서 발단이 됐다.

1월 25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대의원들은 기존 비대위를 존속시키기로 하고 규제기요틴 저지를 목표로 활동하도록 임무를 부여했다. 이날 추무진 의협회장의 비대위 참여도 결정됐다.

2월 7일 비대위 첫 회의에서 김주형 전북의사회장, 김용훈 정형외과개원의사회장, 유용상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강청희 의사협회 상근부회장 등 4인이 공동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청희 상근부회장은 현병기 경기도의사회장으로 교체됐다.

추무진 회장은 비대위원장을 맡아 규제 기요틴 저지에 앞장서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의협회장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아 배제됐다.

2기 비대위는 의협회장 선거와 메르스 여파로 지지부진한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자, 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9월 12일 경기도 안성에서 만나 공동위원장 체제여서 비대위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내세워 추무진 회장이 단독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데 합의한다.

시도회장들은 추무진 회장이 위원장을 맡지 않으면 비대위에서 모두 사퇴하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추무진 회장은 시도회장들로부터 단독 비대위원장을 맡으라는 공식 요청이 없었고, 비대위 구성과 운영은 대의원회 소관이라며 회피했다.

결국, 11월 15일 비대위 7차 전체회의에서 이광래 인천시의사회장이 단독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이후 2기 비대위의 활동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의료계의 총의를 모으겠다며 2016년 2월 13일 ‘원격의료 및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저지를 위한 향후 투쟁방안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 그나마 기억에 남을 정도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는 추무진 회장을 비판하는 발언이 쏟아지고, 비대위 무용론이 제기되는 등 네탓 공방으로 마무리됐다.

2기 비대위는 활동을 시작한지 14개월만인 2016년 4월 24일 정기총회에서 대의원들이 기존 비대위를 해체하고 집행부가 비대위를 재구성하라고 의결함으로써 활동을 마무리했다.

2016년 6월 16일 3기 비대위 첫 회의 모습

3기 비대위는 6월 15일 의협 상임이사회에서 ‘범의료계 비대위 구성’을 의결하면서 탄생했다. 정기총회에서 비대위 구성이 결정된 지 52일 만이었다.

추무진 회장이 위원장을 맡은 3기 비대위도 1기ㆍ2기 비대위와 다르지 않았다.

스스로 집행부와 시도의사회장이 중심이 된 강력한 투쟁체라고 내세웠지만, 기존 비대위원이 헤쳐모였다는 말이 나왔다.

3기 비대위는 집행부와 비대위가 구분이 안 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집행부가 발표할 사안도 비대위 명의로 보도자료나 성명서가 나왔다.

비대위는 11월 대의원회 운영위로부터 투쟁이 가능한 조직으로 재구성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하지만 비대위는 언론보도로 소개됐으나 운영위로부터 공식의견을 전달받지 못했고, 특별한 투쟁이슈가 없다는 이유로 현 체제를 유지하되 비상시 체제를 전환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정리했다.

3기 비대위는 활동을 시작한 지 10개월만인 2017년 4월 23일 정기총회에서 집행부와 업무가 중복되는 등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해체가 결정됐다. 

4기 비대위 이필수 위원장(좌)과 최대집 투쟁위원장(우)이 문재인 케어 저지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삭발을 감행하는 모습

4기 비대위는 2017년 9월 16일 임시총회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과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법안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의결하면서 탄생했다.

4기 비대위는 9월 28일 첫회의를 열고, 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장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4기 비대위는 그나만 비대위다운 모습을 보였다.

11월 9일 복지부 서울사무소 앞 철야농성을 시작으로, 11월 28일 청와대 앞서 최대집 투쟁위원장의 삭발식, 12월 10일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12월 22일 청와대 앞 릴레이 철야 시위를 진행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해를 넘긴 2018년에도 2월 25일 이필수 비대위원장 삭발식, 3월 18일 전국의사 대표자대회를 연거푸 개최하며 압박수위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2017년 12월 14일 이필수 위원장과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이 만나 의정협의체 구성에 합의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 열차례 이어진 의정협의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비대위는 9차 회의를 앞둔 2월 25일 복지부에 ▲일방적인 예비급여 고시 강행 철회 ▲신포괄수가제 확대 계획 철회 ▲비대위로 협상창구 단일화 등 3개 안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으면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3월 5일 의정실무협의체 9차 회의에서 복지부가 비대위의 요구안에 대한 답변을 미뤘음에도 비대위 협상단은 결렬을 선언하지 않았다.

하루 뒤 협상단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비대위도 협상 결렬 및 대정부 투쟁을 선언하지 못하고 협상단 총사퇴 카드로 한 발 물러섰다.

3월 26일 의협선거가 끝나자 비대위는 최대집 당선인에게 의ㆍ정 실무협의 및 투쟁에 대한 전권을 위임했다.

3월 30일 의정실무협의체 10차 회의에서 복지부는 “의협 비대위의 요구조건은 수용할 수 없다. 국민과의 약속이고, 기대가 커서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라고 분명히 했다.

비대위 협상단은 의정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집단휴진 등 향후 대응은 최대집 당선인과 상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4월 11일 비대위는 성명을 내고, 의정협상 파행책임을 의료계에 떠넘기지 말라고 복지부에 경고했다.

비대위는 복지부의 진정성 없는 협상 태도를 지적하며, 의정협상이 의료계의 주장 대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이는 비대위가 장외투쟁으로 복지부를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데는 성공했으나, 막상 협상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4기 비대위는 2018년 4월 22일 정기총회의 해산 결의에 따라 4월 30일 자정을 기해 활동을 종료했다. 활동을 시작한 지 7개월만이다.

그동안 비대위가 무엇을 얻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회원이 많다.

모든 비대위가 강력한 투쟁을 이끌겠다는 명분으로 출발했지만 성과물은 미미했다.

이번 임총에서 회장불신임안이 부결되고, 비대위 구성안이 가결될 경우 의협 집행부와 비대위간 내부 투쟁과, 이로 인한 의정대화 중단이 예상된다.

결국 협상도 투쟁도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차기 의협회장 선거전을 맞이할 공산이 크다.

회원들은 과거처럼 의협회장 불신임안이 부결되고 비대위 구성안은 가결되는 상황이 재연될 지 우려하고 있다. 내부 분열로 최악의 결과를 맞게 된다는 생각에서다.

대의원들이 의협회장을 불신임하고 보궐선거 후 비대위를 구성하도록 결정하거나, 아니면 의협회장에게 기회를 주고 비대위 구성을 부결하는 방안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온다.

12월 29일 의사협회 대의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장영식 기자  sasilbod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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