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기증, 장례, 유언장 작성 등 이른바 ‘웰다잉(Well-dying)’과 관련해 국가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웰다잉 기본법안’이 추진 중이지만, 보건당국과 국회 전문위원실 모두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입법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재 웰다잉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정책 환경 등을 고려해 볼 때 기본법 제정은 중장기적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는 것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지난 9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웰다잉 기본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제정안은 지난달 14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다.

2016년 1월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현재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 중이다.

원 의원은 “그러나 죽음 앞에서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보장해 아름답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비단 연명의료결정만의 문제만이 아니다.”라며, “장기 기증, 장례ㆍ장묘, 유언장 작성, 유산의 기부 등 한 개인이 삶을 마무리하면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다양한 ‘웰다잉’의 분야가 있으나, 죽음을 앞 둔 사람들이 이 다양한 웰다잉 분야에 각각 접근하면서 진정한 웰다잉을 실현하기는 불가능한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원 의원은 “이러한 웰다잉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민이 존엄하고 품위 있게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웰다잉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웰다잉 기본법을 제정해 우리사회에 웰다잉 문화를 정착시키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국회 전문위원실 모두 입법취지는 공감하면서도, 웰다잉법 제정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검토의견을 통해 “국민이 존엄하고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웰다잉 정책 추진을 위한 입법취지에 공감한다.”라면서도, “현재 웰다잉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정책 환경 등이 미성숙한 점을 고려했을 때, 웰다잉기본법 제정은 중장기적 검토가 필요한 사항으로 판단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웰다잉 정책 추진방향, 수단 등에 대한 충분한 연구ㆍ논의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 장사법 등 타 법률 개정 또는 별도 법 제정 등 체계적인 법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도 “제정안은 웰다잉 종합계획의 수립, 웰다잉정책위원회와 웰다잉지원기구의 설립, 웰다잉종합정보시스템의 구축ㆍ운영 등의 내용을 규정함으로써, 국가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웰다잉 정책을 수행하도록 하고, 궁극적으로는 우리사회에 웰다잉 문화를 정착ㆍ발전시키려는 것으로 그 입법 취지는 인정된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현재 웰다잉과 연명의료결정의 개념이 혼재돼 사용되는 등 웰다잉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성숙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웰다잉에 관한 법률 제정은 충분한 연구와 논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면서, “우선적으로 관련 법령의 개정을 통해 제정안의 입법취지를 부분적으로 달성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라고 제언했다.

한편, 현대사회에서는 고통을 완화하고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면서 죽음이라는 자연적 현상도 의료서비스를 통하여 관리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됐으며, 최근에는 생명 및 신체의 처분, 즉 죽음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논의도 확산되고 있다.

죽음에 관한 자기결정권 논의는 특히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8년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되면서 재조명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은 임종기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이 전제된 환자에 대해 연명의료 중단결정과 같은 제한적 결정권만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죽음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보다 폭넓게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임종과정에서의 자기결정권을 보다 강조하는 개념으로서 ‘존엄사(Dignity with Death)’와 ‘웰다잉(Well-dying)’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존엄사란 인간이 죽음 앞에서 전인적 존재로서 품위를 지키며 생을 마감하는 것을 의미한다.

웰다잉에 대한 정의는 명확하게 확립되지 않은 상태이나, 웰다잉을 문어적 의미 그대로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 행복하게 잘 죽는 과정’이라고 해 죽음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죽음의 다차원성을 고려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입장이 있다.

개인의 죽음은 죽음을 맞이하는 당사자 뿐만 아니라 남은 가족과 지인의 삶과 웰빙(Well-being)에도 영향을 미치며, 중요한 타자의 죽음은 다양한 연령층이 경험하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웰다잉은 ‘당사자를 포함한 다양한 주체의 관점에서, 그리고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검토하고 접근해야 할 이슈’라고 한다.

또한, 2015년 4월 발의된 ‘웰다잉 문화조성 및 호스피스 활성화를 위한 결의안’에 따르면, ‘죽음을 앞둔 사람이 인간다운 품위를 지키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죽음에 관한 제반 사항을 스스로 결정하고 사전에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현재 웰다잉에 관해 규정한 별도의 법률은 없지만, 죽음을 앞둔 사람이 자기의 ‘좋은 죽음’을 위해 결정할 사항 중에는 연명의료결정, 장기기증 등에 관한 사항도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및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웰다잉 관련 내용을 제한적으로 규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밖에  저출산ㆍ고령사회정책의 기본방향과 그 수립 및 추진체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저출산ㆍ고령사회기본법’, 국민의 노후준비 지원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는 ‘노후준비 지원법’ 등과 웰다잉 간 연관성을 고려해 볼 수 있으나, 해당 법률의 목적은 국민의 안정된 ‘노후생활’을 지원하는 것으로, 죽음에 대한 고려는 미비한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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