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급여비용을 부당청구ㆍ수급한 요양기관 개설자에 대한 벌칙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이 추진중이지만, 보건의약단체는 중복 제재가 우려된다며 반대했다. 특히 이 개정안은 의료기관의 부정수급 범죄에 대해 보건복지부 및 지자체 공무원에게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 더욱 주목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지난 6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달 14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다.

신 의원은 해당 건보법 개정안과 함께, 병ㆍ의원 등 의료기관과 노인요양기관의 보험금 부정수급 범죄에 대해 보건복지부 및 지자체 공무원이 수사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노인장기요양보험법도 발의했다.

요양기관 보험급여비용 부당청구 내역(2014∼2019년 10월/단위: 건, 100만원)*자료: 보건복지부
요양기관 보험급여비용 부당청구 내역(2014∼2019년 10월/단위: 건, 100만원)*자료: 보건복지부

신 의원은 “최근 5년간 사무장 병원을 제외한 병ㆍ의원 등 의료기관의 국민건강보험 부당청구는 10만 5,863건에 달하며, 환수결정금액만 7,092억 8,700만원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사무장 병원을 제외한 병ㆍ의원 등 요양기관의 건강보험 부정수급 비리는 업무정지 및 과징금 처분, 부당이득금 환수만 가능할 뿐 별도의 벌칙 규정이 없어 범죄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과 영국의 경우 공공의료보험의 부정수급 수사권을 공무원에게 부여하고 있다.

신 의원은 “국민건강보험 업무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에 따른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보험급여 비용 부당청구에 대한 형사상 벌칙 규정의 신설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개정안은 의료기관 및 노인요양기관의 보험급여 부정수급 행위에 대한 벌칙규정을 신설하고, 보건복지부 및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관련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도록 했다.

요양급여비용 부정수급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및 그 소속기관 공무원에게 수사 권한(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기 위해 현행법에 보험급여비용 부당청구 및 수급에 관한 처벌 근거를 신설하려는 것이다.

신 의원은 "건강ㆍ요양보험 부정수급은 범죄행위다.“라며, “보험재정 안정을 위해 건강보험 수사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한병원협회ㆍ대한의사협회ㆍ대한한의사협회ㆍ대한치과의사협회ㆍ대한약사회 등 보건의약단체는 모두 ‘수용곤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요양급여비용 부당청구 시 이미 현행법상 요양기관 업무정지 및 위반사실 공표, ‘의료법’ 및 ‘약사법’에 따른 면허ㆍ자격정지, ‘형법’상 처벌(사기죄)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개정안의 벌칙 규정이 추가될 경우 중복 제재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요양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속임수(거짓)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청구해 지급받는 경우 현행법상 별도의 처벌 근거는 없지만, ▲공단을 속이거나 착오에 빠뜨리려는 의도로(사람을 기망할 의도) ▲실제 받아야 할 보험급여비용보다 많은 비용을 청구ㆍ수급한 경우(재산상 이익 취득)에 해당하면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현재 해당 사기죄에 대한 수사는 일반 범죄와 동일하게 검사의 지휘를 받아 경찰(일반사법경찰관리)이 수사를 개시ㆍ진행하고 있다.

이들 보건의약단체는 또, “보건복지부는 현행법상으로도 현지조사 등을 통해 거짓ㆍ부당청구 의심 요양기관에 대한 조사를 수행할 수 있으므로 개정안의 내용에 반대한다.”라고 전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요양기관의 거짓ㆍ부당청구를 근절하기 위해 해당 요양기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면서, ‘수정수용’ 입장을 밝혔다.

다만, 단순 부당청구는 제외하고 거짓청구에 대해서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요양기관 개설자가 아니더라도 거짓청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자라면 처벌 대상에 포함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수정의견을 제시했다.

요양기관 거짓ㆍ부당청구 유형 및 사례
요양기관 거짓ㆍ부당청구 유형 및 사례

한편,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보건복지부 공무원의 전문성을 수사에 활용하기 위해 보험급여비용 부당청구 및 수급 행위가 처벌 대상 행위임을 개별법에 명확히 하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라고 판단했다.

최근 5년간 보험급여비용 부당청구 건수 및 액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적발을 용이하게 하고 건강보험재정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공무원에게 강제수사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다만, 개정안은 속임수 뿐만 아니라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청구하여 지급받은 요양기관 개설자도 처벌 대상에 포함하고 있는데, 이 경우 고의성이 없는 단순 착오나 고의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돼 관련 당사자의 기본권이 과도하게 침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속임수(거짓) 등 부정한 방법을 사용한 경우와 같이 고의성이 명확한 경우만 처벌 대상에 포함되도록 법문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헌법재판소 판례(2015년 7월 30일 2014헌바298, 2015헌바120(병합) 결정)는 ‘부당(不當)’에 대해 ‘반드시 위법은 아니더라도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타당성을 결하거나 부적당하다는 의미’로 판시하고 있으며, 대법원 판례(2002두5177)는 ‘행정법규 위반에 대해 가하는 제재조치는 위반자의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부당한 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전문위원실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개정안과 같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청구해 지급받은 요양기관 개설자’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할 경우 고의나 과실이 없는 경우까지 처벌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일례로 현행법 제57조제1항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해 그 보험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을 징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해당 규정을 근거로 요양기관의 고의ㆍ과실을 불문하고 원인 없이 지급된 보험급여비용을 모두 부당이득으로 징수하고 있다.

전문위원실은 “현재 보험급여 대상이나 보험급여비용 산정 기준 등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등 보건복지부고시 개정을 통해 수시로 변경돼 보험급여비용 착오청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으로, 고의ㆍ과실이 없거나 그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까지 모두 처벌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요양기관 개설자에게 과도한 제재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개정안 제안의 원인이 된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신창현의원안)’을 보더라도 특별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의 업무 범위를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비용)의 부정수급에 관한 사무’로 설정하고 있어 특별사법경찰권 부여를 위해 ‘부당수급’이 반드시 처벌 대상이 돼야 하는 것 또한 아니라고 판단했다.

전문위원실은 이어 “개정안은 보험급여비용을 부당청구ㆍ수급한 ‘요양기관의 개설자’만을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처벌 대상이 요양기관 개설자인지 아닌지에 따라 행정벌의 필요성과 특별사법경찰의 수사 권한을 다르게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처벌 대상을 요양기관 개설자로 한정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개정안에 따를 경우, 특별사법경찰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 부정수급 범죄에 대한 수사 권한만을 가지므로 요양기관 개설자가 요양급여비용을 부정수급하는 경우 특별사법경찰이 수사 권한을 가지는 반면, 요양기관 개설자가 아닌 자(종사자 등)가 요양급여비용을 부정수급해 사기죄의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일반사법경찰이 수사 권한을 가지게 된다.

전문위원실은 “이처럼 ‘요양급여비용 부정수급’이라는 동일한 위법행위에 대해 위반행위의 주체가 다름을 이유로 수사 권한을 달리 부여하는 것은 합리적인 결과로 보기 어려우므로, 개정안에 따른 처벌 대상을 요양기관 개설자로 한정하지 않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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