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뇌혈관질환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중앙심뇌혈관센터 설립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이달 중으로 ‘심뇌혈관질환 중앙지원단’ 형태로 공모해 빠른 시일내 지정하고, 내년부터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심뇌혈관질환의 체계적 국가 관리를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이건세 건국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국내 심뇌혈관질환 관리의 현황 및 계획’을 통해 “심뇌혈관질환관리법이 제정되고, 제6조에 ‘심뇌혈관질환 조사통계사업’에 따라 심뇌혈관질환 관련 통계를 산출하도록 돼 있지만 개인정보 문제 등 여러 이유로 통계가 없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또, 제9조에는 심뇌혈관질환센터를 지정하도록 돼 있지만 예산이 부족하며, 제4조에는 심뇌혈관질환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돼 있는데 이 역시 미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심뇌혈관질환 관리를 위해서는 중앙의 리더십이 중요하다며, 중앙심뇌혈관센터 지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시ㆍ도의 역량을 강화하고, 권역 단위 심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발제를 진행한 차재관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협의장도 ‘중앙심뇌혈관질환센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차 의장은 “2006년 ‘제1기 심뇌혈관질환 종합대책’을 세우고 전국에 거점병원을 만들어 각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에서 많은 성과가 있었다.”라며, “우리나라 뇌졸중의 평균지침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고, 서울보다 오히려 뛰어난 지방의 심뇌혈관센터를 만들었다고 자부한다.”라고 밝혔다.
차 의장은 “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권역센터만으로 심뇌혈관 질환에 대해 최선의 진료를 하고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심뇌혈관질환 사망률이 OECD와 비교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급성심근경색은 OECD 평균 대비 8%, 노르웨이 대비 2.2배 높은 상황이다.
그는 심뇌혈관질환 관리 문제를 꼽으며, “심뇌혈관질환은 퇴원환자의 35%가 장애를 겪고 요양병원으로 간다. 후유 장애의 빈도가 크고, 계층간의 격차가 크다.”라며, “뇌졸중 발병 후 3시간 이내 응급실 도착 비율은 25% 이하로, 외국의 60% 이상에 비해 매우 낮다. 급성심근경색 발병 후 2시간 이내 응급실 도착 비율도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지역에 사는 환자와 권역에 사는 환자의 초급성기 뇌경색 발생시 처치 시간에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그럼 대도시는 안전할까? 2014년 통계에 따르면, 급성심근경색환자 1년 내 사망률은 부산시가 가장 높다.
이에 대해 차 의장은 “부산은 의료기관이 밀집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이 사망하는 대도시다. 이유는 무늬만 심혈관센터를 달고 있는 병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환자를 보고 퇴근하고, 밤에 환자가 오면 전원하는 경우가 많아서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상당히 높다.”라고 꼬집었다.
결국 시골에 살든, 대도시에 살든 환자가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가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급성심근경색 환자 진료병원 중 약 절반은 치료역량이 부족하다.”면서, “정부 지정 심혈관센터 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문제의 핵심은 필수의료 양극화를 해소하고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권역과 지역센터를 이끌 ‘중앙심뇌혈관센터’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지정토론에서도 중앙심뇌혈관센터 설립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나정호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은 “중앙심뇌혈관센터에서 정부의 정책을 조정하면 학회는 안전망 구축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학회에서 안전망 구축을 위해 뇌졸중센터 인증사업을 진행해 61개 센터를 인증했는데 민간학회의 인정이다 보니 구속력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119 구급대원의 병원 전단계 역할이 중요한데, 소방청과 업무협약을 맺는데 그칠 뿐, 역시 업무 관련 강제성이 없다.
나 이사장은 이어 “뇌졸중은 장애도 많고 사망률도 높은데 중증도가 낮은 질환으로 분류돼 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면서, “보건복지부가 수정 노력은 하고 있는데, 여러 정책적 이슈 등에서 중앙심뇌혈관센터가 있으면 교정기능을 발휘해서 학회로서는 일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성도 필요하다면서, 심뇌혈관질환 인력난도 해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 일환으로 전공의를 줄이려고만 하지 말고, 일시적으로 심뇌혈관질환 관련 인력이 충원이 될 때까지 전공의를 늘리는 등 유연성 있는 정책을 주문했다.
백남종 대한신경재활학회 이사장도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중앙심뇌혈관센터가 필요하다는걸 모든 권역센터가 느끼고 있다.”라며, “지금까진 민간위탁 형태라 여러 학회가 연관돼 있고, 학회 간 갈등이나 이해관계가 있었다. 그런걸 깨고 중앙 차원에서 공공의료 차원의 그림을 그리고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백 이사장은 이어 “권역심뇌혈관센터가 예방과 심장, 뇌혈관, 재활로 이뤄져 있는데, 크게는 같으면서도 과별로 가면 이질적이다. 좀 더 아우를 필요가 있다.”면서, “권역센터가 할 일은 지역센터와의 연결, 병원 전단계, 치료후 지역사회 재활연계 등이다. 이를 중앙센터 계획 안에서 권역과 지역의 네트워크가 잘 이뤄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황경국 충북대병원 전임 권역센터장은 “지방에서 최대한 취약한 진료를 극복하고자 했으나, 권역센터에선 한계가 있다.”면서, “중앙 차원에서 총괄적으로 관리하는게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황 전임 센터장은 특히 “서울에도 많은 의사와 시설이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운영해 보면 취약점이 있을 것이다. 부산 사례처럼 많은 의사와 시설이 있다고 해서 제대로 된 안전망이 구축되는건 아니지 않느냐.”라며, “중앙센터도 서울권역 내에 있어서 1/5에 해당되는 환자들의 안전망 구축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고임석 국립중앙의료원 진료부원장은 “정부가 최근 지역의료 강화 대책으로 지역우수기관과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하겠다고 했지만, 아직은 지역 심뇌혈관센터를 어떻게 지원할지 논의 자체가 안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고 부원장은 또, 가장 중요한게 의료인력 양성인데 대책이 없다며, 뇌졸중 파트의 전공의 지원이 전무하고, 상급종병도 매년 관련 분야 전공의에 결원이 생긴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전문가들의 지적에 보건당국은 조만간 중앙센터 역할을 할 지원단을 운영할 계획을 밝혔다.
김기남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심뇌혈관질환 종합대책의 골자는 중앙-권역-지역으로 이어지는 안전망 구축이다.”라며, “암이나 응급의료, 치매, 감염병 등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큰 질환은 중앙 단위의 전문적 정책 지원조직이 있는 것처럼, 심뇌혈관질환도 전국적 구심점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중앙센터의 기능으로 ▲국가심뇌혈관질환 정책개발과 사업수행 ▲권역센터 및 지역센터 지원을 꼽으며, 지난 10일 통과된 내년도 예산에 관련 예산이 일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단, 그 명칭은 ‘중앙심뇌혈관질환센터’가 아닌 ‘심뇌혈관질환 중앙지원단’으로, 사업 첫 해인 만큼 과도기적 형태로 소규모 예산이 반영됐다고 전했다. 이후 사업 운영성과를 토대로 인력과 사업비를 더 보강해 중앙센터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과장은 또, “중앙심뇌혈관센터라는 명칭을 붙이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도 검토해야 해서 일단은 ‘심뇌혈관질환 중앙지원단’으로 출발한다. 내년부터 정책개발과 수행, 권역센터 지원 등을 위한 지원단을 운영할 계획이다.”라며, “기대하는 만큼의 큰 조직과 인력을 가진 중앙심뇌혈관센터는 아니더라도, 첫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공공의료기관이나 권역센터, 대학병원 등 전문기관을 대상으로 12월 중으로 공모해 빠른 시일 내에 지정하고, 내년부터 운영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역센터 관련해서는 “운영비와 고령의 당직체계 등에 대한 문제가 나오는데, 기능을 강화하고 적정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운영성과 및 실태를 분석중이다.”라며, “결과가 나오는대로 지원수준 등을 결정하겠다.”라고 전했다.
지역센터에 대해서는 “당초 계획에 지역사회 내 골든타임 치료를 위해 진료권별 지역센터를 지원하는 내용이 있었다.”라며, “지역내 응급의료기관과 연계해 심혈관, 뇌혈관 분야별로 지정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지역책임의료기관, 지역우수병원 중심으로 지정하고, 학회 인증과도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김 과장은 “지역 센터의 지정기준과 육성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중이다. 내년 초 결과가 나오는대로 내년 중에는 지정방안을 마련하고 지역센터 지정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앞서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대학교병원은 ‘필수의료 국가책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의 주요 내용은 ▲국가책임의 필수의료 분야의 체계와 역량 강화를 위한 상호협력 ▲범부처 공공병원 협의체 구성 및 운영 ▲필수의료 전달체계 허브(총괄지원) 역할 수행 ▲중앙심뇌혈관질환센터 유치 등 공공의료 분야 정책 공동추진 ▲기타 공공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활동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