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의료기관간 진료정보 교류 체계와 별도로 의사ㆍ치과의사 및 한의사가 환자의 진료이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개인맞춤형진료지원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지만, 의료계에서는 개인정보 유출과 의료인의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반면, 보건당국은 환자와 의료기관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지난 9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달 14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다.

현행법 제21조의2제1항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의 장이 다른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의 장으로부터 진료정보 전송을 요청받은 경우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이에 응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장관은 동조제3항에 따라 2016년(시범사업)부터 진료정보 전송에 동의한 환자의 진료정보를 의료기관간에 전자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진료기록전송지원시스템’을 구축ㆍ운영하고 있다.

 
 

현재 진료기록전송지원시스템을 통해 의료기관간 교류되고 있는 진료정보는 환자정보, 진단내역, 약물처방내역, 검체검사 결과, 병리검사 결과, 영상검사 결과, 기능검사 결과, 수술내역, 알러지 및 부작용, 소견 및 주의사항 등이다.

현행 진료정보 전송 체계를 살펴보면, 의료기관에서 진료정보 교류에 동의한 환자를 대상으로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에서 표준문서 형식으로 진료정보를 생성하고, 이는 24시간 진료정보 확인이 가능한 거점저장소(상급종합병원 중 지정)에 분산 저장된다.

진료기록전송지원시스템은 의료기관으로부터 진료정보 전송 요청이 있는 경우 해당 의료기관이 거점저장소에 저장돼 있는 진료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환자의 진료정보 전송이 요청된 경우 그 위치를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거점저장소 연계정보(진료정보 위치 등 색인정보를 제공한다.

2019년 8월 말 기준 진료정보 교류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전체 의료기관 3만 4,704개소 중 12.5%인 4,346개소이다.

 
 

현행 진료정보 전송 체계는 환자의 진료정보를 의료기관이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진료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한편, 중복적인 CT, MRI 등의 촬영을 방지해 진료비를 절감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다만, 현재 진료정보 교류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전체 의료기관의 12.5% 수준에 불과해 환자가 직접 과거 진료를 받았던 의료기관에 방문해 별도 비용을 부담하면서 진료기록을 발급해야 하는 불편이 있고, 실제 진료정보 교류 과정에서도 의료기관의 요청 및 진료정보의 전송이 전제돼 있어 시간적ㆍ물적 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 개정안은 의사ㆍ치과의사 및 한의사는 진료이력의 확인이 필요한 경우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환자의 진료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은 진료이력정보의 확인을 지원하기 위해 개인맞춤형진료지원시스템을 구축ㆍ운영하되 진료지원시스템 구축ㆍ운영을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정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의료 질 향상 및 국민ㆍ의료기관의 경제적 부담 경감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전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개정안에 대해 우려하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과거 진료를 담당했던 의료인의 동의 없이 진료기록을 열람하도록 하는 것은 정보 유출 위험이 있고, 의료인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개인맞춤형진료지원시스템 구축 시 진료정보의 통합관리 문제 외에도 시스템 호환을 위한 비용 부담이 제기될 수 있다며 개정안에 반대했다.

대한병원협회도 “유사한 취지의 법률 조항이 이미 ‘의료법 제21조의2(진료기록의 송부 등)’에 있고, 이에 따른 진료정보교류사업이 추진중이므로 개정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하나, 전문기관 위탁운영 시 진료정보 유출 위험이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진료기록 전송에 따른 환자와 의료기관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진료이력을 의료인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려는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며,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환자의 진료기록 발급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고, 환자의 진료정보 확인에 있어 의료인의 편의를 제고하려는 취지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또한, 개정안은 환자 개인별로 진료이력을 저장ㆍ관리함으로써 개인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인정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이와 유사하게 모든 병원에서 진료 시 환자의 의료 ID로 진료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전 국민 ‘의료 ID 시스템’을 2020년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다만, 전문위원실은 “현행 진료정보 전송 체계의 구축은 2016년부터 시범사업을 거쳐 2019년 현재까지 초기 단계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서 진료정보의 활용과 관련된 별도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한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제언했다.

또한, 진료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민감정보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현행법 제21조제2항에 따라 원칙적으로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금지되는 중요한 정보이나, 개인맞춤형진료지원시스템의 구축ㆍ운영을 위해 국가가 환자 개인별 진료정보를 수집ㆍ처리ㆍ제공하는 과정에서 당초 목적 외의 용도로 활용되거나 외부로 유출되는 등의 침해 우려가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전문위원실은 “따라서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개인맞춤형진료지원시스템의 구축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으며, 이와 관련해 진료정보의 침해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개정안에 따른 진료정보 확인이 필요한 환자의 범위 및 진료정보의 종류와 범위 등을 명확히 하고, 진료정보의 목적 외 활용 및 외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장치를 마련하는 방안 등에 대한 논의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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