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개설자 소유의 약국 인접 시설 내에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중이지만, 보건복지부와 법무부, 병원계 모두 ‘인접’의 의미가 불명확하고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반대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지난 9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달 14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다.

현행 대비 개정안의 내용
현행 대비 개정안의 내용

현행법은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장소가 약국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 ▲약국의 시설 또는 부지의 일부를 분할ㆍ변경 또는 개수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  ▲약국과 의료기관 사이에 전용 복도ㆍ계단ㆍ승강기 등의 통로가 설치돼 있는 경우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현행법이 약국과 관련해 의료기관 개설 장소를 제한하고 있는 이유는 의료기관과 약국의 업무를 분리해 담당하도록 한 의약분업 제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료기관과 약국 간 담합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의료기관과 약국이 장소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경우 사후적인 행정감독을 통해 담합행위를 적발하는 것이 어려운 측면이 있으므로, 의료기관과 약국 간 일정한 장소적 관련성이 있는 경우 약국 개설등록을 제한함으로써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취지다.

그러나 세부적인 규정이 없어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의료기관 개설 여부에 대해 혼선을 겪는 경우가 있다.

또한, 약국과 같은 건물에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위장점포를 개설해 약국과 같은 층에 의료기관을 입점시키는 등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권을 제약하고 의약분업의 취지를 훼손하는 경우가 있으며, 환자 처방전을 독점시켜주는 대가로 의료기관의 임대료나 인테리어 비용을 약국에 요구하는 등 약국 및 의료기관 간 담합도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개정안은 현행 약국의 시설 안 또는 구내 뿐만 아니라 약국과 인접한 시설로서 해당 약국의 개설자, 종사자 또는 배우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가 소유하는 시설 안 또는 구내에 대하여도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함으로써 현행 의료기관 개설 제한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또한, 현행법 상 약국의 시설 또는 부지의 일부를 분할ㆍ변경 또는 개수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에는 의료기관 개설이 금지되고 있으나, 약국의 시설 또는 부지의 일부를 분할ㆍ변경 또는 개수한지 5년이 경과한 경우로서 해당 약국의 특수관계자가 아닌 자가 소유한 경우에는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도록 했다.

아울러, 개정안은 제4호를 신설해 그 밖에 약국과 의료기관 간 경제적ㆍ구조적ㆍ기능적 독립성을 유지할 수 없다고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도록 해 추가적인 의료기관 개설 제한 사유를 하위 법령으로 위임하려는 것이다.

기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현행 규정의 미비점을 보완해 의약분업의 취지를 살리는 한편 의약품 유통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려는 것이다.”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전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약국 개설자 등이 소유한 약국 인접 시설에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는 것은 인접 시설의 개념이 불명확하며, 재산권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약국 일부를 분할ㆍ변경 또는 개수 후 5년이 경과한 경우로서 약국 개설자 등이 소유하지 아니한 시설 또는 부지에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게 되면 실제 담합을 금지하기 위한 현행 입법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도 “개정안의 ‘인접’의 의미가 무엇인지 불분명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으므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분할ㆍ변경ㆍ개수 후 5년이 경과한 약국 내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는 것이 당초 의료기관 개설 제한 사유를 규정한 입법취지에 반하는 것은 아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복지부와 같은 입장을 전했다.

대한병원협회도 “개정안의 경우 사인 간 자유로운 계약관계까지 제한하게 돼 위법성이 강하고,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자’ 중 선의의 법 위반자 발생 및 헌법상 보장된 직업수행의 자유 및 재산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관과 약국 간 담합 감시를 강화하는 등, 담합행위를 효율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약국의 특수관계자가 소유하거나 임대한 시설을 임대하거나 재임대해 개설하는 의료기관의 경우 해당 약국에 의료기관의 개설ㆍ운영이 일정 부분 종속되는 측면이 있어 담합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개정안과 같이 약국과 인접한 시설로서 약국의 특수관계자가 소유한 시설 안 또는 구내의 경우에도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함으로써 약국과 의료기관의 담합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취지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약국의 특수관계자의 재산권 뿐만 아니라 약국의 특수관계자가 소유한 시설 안 또는 구내에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자의 재산권이 과도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는 반면, 약국과 의료기관의 공간적ㆍ기능적 독립성이 충분히 확보돼 있다면 해당 장소가 약국의 특수관계자가 소유한 시설 안 또는 구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인근의 타 의료기관 대비 약국과의 인접성ㆍ접근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담합 행위를 시도하더라도 그 이익이 크지 않으므로 담합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는 반대의견이 제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약국과 의료기관의 담합 실태 및 원인에 대한 조사 및 연구와 함께 현행법 상 의료기관 개설 제한 규정이 약국과 의료기관의 공간적ㆍ기능적 독립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일관성 있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개정안은 현행법 제3호에 단서를 신설해 약국의 시설 또는 부지의 일부를 분할ㆍ변경 또는 개수한지 5년이 경과한 경우로서 약국의 특수관계자가 아닌 자가 소유한 경우에는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고 있다.

전문위원실은 “이 경우 분할ㆍ변경 또는 개수 이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기만 하면 현재 운영 중인 약국과의 공간적ㆍ기능적 독립성 여부와 관계없이 의료기관 개설이 허용되는 것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어 현행법의 취지가 저해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역설했다.

현행법 제3호와 동일하게 의료기관의 시설 또는 부지의 일부를 분할ㆍ변경 또는 개수해 약국을 개설하는 것을 금지하는 ‘약사법’ 제20조제5항제2호와 관련된 판례의 경우에도 시설 또는 부지의 일부가 과거에 분할돼 그 분할된 장소가 의료기관 이외의 용도로 사용돼 왔다고 하더라도, 약국 개설등록 신청 당시 그 분할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여전히 의료기관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어 사실상 의료기관의 시설 또는 부지의 일부를 직접 분할하는 경우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경우에는 현행법 제3호가 적용돼 약국 개설등록이 금지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전문위원실은 “개정안과 유사한 목적에서 의료기관 내 시설 안 또는 구내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과 인접한 시설로서 해당 의료기관의 특수관계자가 소유하는 시설 안 또는 구내에 약국 개설등록을 금지하려는 내용으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기동민의원안)’이 현재 보건복지위에 계류 중이므로 개정안과 병합해 심사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각 개정안의 대상 규정은 의약분업제도의 도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료기관과 약국의 담합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동일한 취지의 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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