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관련 범죄 처벌수준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법무부가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마약류 중독자 실태조사 주기를 단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보건당국은 신중 검토 입장을 내놨다.

앞서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은 지난 8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달 14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다.

최근 5년간 마약류사범 현황*자료: 2018 마약류 범죄백서, 대검찰청*단위: 명, ( )는 증감률
최근 5년간 마약류사범 현황*자료: 2018 마약류 범죄백서, 대검찰청*단위: 명, ( )는 증감률

박 의원은 “최근 연예인 등 유명인사의 마약 투약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고, 마약류 범죄의 적발 건수도 2013년 9,764건에서 2018년 1만 2,613건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전체 마약류 사범 중 제조ㆍ매매 또는 수출입 등 마약류 공급관련 범죄가 약 30%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실제 처벌은 벌금이나 집행유예 등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처벌의 수준이 국민의 법 감정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법 제58조에서는 이 법에서 가장 무거운 형벌을 과하는 마약류 범죄를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마약을 수출입ㆍ제조ㆍ매매하거나 매매를 알선한 자 또는 그러할 목적으로 소지ㆍ소유한 자, 마약 또는 향정신의약품을 제조할 목적으로 그 원료가 되는 물질을 제조ㆍ수출입하거나 그러할 목적으로 소지ㆍ소유한 자 등에 대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이를 영리를 목적으로 하거나 상습적으로 한 경우에는 사형ㆍ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가중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제58조제1항 각 호에 따른 마약류 범죄 처벌 요건
제58조제1항 각 호에 따른 마약류 범죄 처벌 요건

이에 대해 개정안은 마약류를 수출입ㆍ제조ㆍ매매하거나 매매를 알선한 자 등에 대한 처벌을 현행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서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강화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입법취지에는 공감하나, 일률적으로 법정형을 상향하는 것은 범죄행위의 태양 및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현행 법정형이 낮다고 보기 어렵고, 마약류를 수출입ㆍ제조ㆍ매매하거나 매매를 알선한 자와 그러한 목적으로 소지ㆍ소유한 자를 동일하게 일괄적으로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또,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을 규정하고 있는 ‘형법’ 상 현주물건조물방화치사죄, 존속살해죄, 강도상해죄 등과 비교할 때, 개정안은 헌법상 비례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효적 처벌을 위해 현행법 체계 하에서 구체적 사안에 따라 양형문제로 접근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역설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마약류사범 중 제조ㆍ수입ㆍ매매 등 공급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자 하는 개정취지에는 공감하나, 일률적으로 법정형을 상향하는 것은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현재의 법정형이 낮다고 보기 어렵다는 법무부 의견이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공감했다.

제58조제1항 각 호에 따른 마약류 범죄 처벌 요건
제58조제1항 각 호에 따른 마약류 범죄 처벌 요건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2018년 마약류사범에 대한 1심 재판결과를 살펴보면, 실형, 집행유예, 벌금 중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비율이 56%로 가장 높기는 했으나, 절반 가까이 집행유예(40.0%)나 벌금(4.0%)을 선고받고 있고, 실형 중에서도 약 90%가 징역 3년 미만(1년 미만 포함)으로 선고받고 있어 처벌 수준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음을 고려할 때, 개정안은 법정형을 상향 조정해 마약류 범죄 처벌의 실효성을 제고하려는 입법취지로 이해된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현행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도 ‘형법’ 제250조제1항의 살인죄와 동일한 형벌 수준이다.”라며, “이미 마약류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무겁게 규정돼 있고, 현재 대검찰청에서 마약류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상향을 검토하는 중에 있음을 고려해 심사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제58조제1항 각 호에 따른 마약류 범죄 처벌 요건
제58조제1항 각 호에 따른 마약류 범죄 처벌 요건

한편, 박 의원은 “현행법에서는 이 법의 적절한 시행을 위해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5년마다 실시하도록 하고 있으나, 마약류 중독자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실태조사의 주기를 단축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5년마다 하여야 하고, 실태조사의 내용에는 마약류 중독자의 중독 원인ㆍ유형 및 정도, 치료보호 이력과 비용, 소득과 주거 등 복지와 경제 수준 등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2008년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실태조사 규정이 신설된 이후 현재까지 2009년, 2014년, 2016년 3차례 실태조사를 실시했으며, 실태조사 결과는 정책 수립 등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2014년 이후 2년만인 2016년에 실태조사를 실시하게 된 것은 보건복지부에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른 정신질환에 관한 실태조사에 마약류 중독자 실태조사를 포함해 병행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양자의 실태조사 주기를 2016년을 기준으로 함께 맞췄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실태조사 주기를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실태조사와 관련해 관계 기관 및 단체 등에 자료 제출 및 의견 진술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며, 해당 기관은 이에 협조하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해 실태조사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했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개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무상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마약류 중독자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실태조사 주기를 단축하자는 개정의견에 공감한다.”라면서도, “마약류 중독자 실태조사는 2009년, 2014년에 실시했고, 2016년에는 ‘정신건강복지법’이 정하는 정신질환 관련 실태조사에 포함하여 마약류 중독자 실태조사를 병행 실시했다.”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마약류 중독자 실태조사와 정신질환 실태조사는 조사대상이 다르나, 성별ㆍ연령 등 인구학적 특성, 유병(중독) 원인, 치료 이력, 취업ㆍ소득ㆍ주거 등 경제와 복지상태 등 조사 내용, 설문 또는 방문 조사를 통한 조사방법 등이 유사해 함께 실시하는 것이 실무상 더 효과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정신질환 실태조사를 5년마다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마약류 실태조사를 3년으로 단축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마약류 중독자의 실태조사 주기를 단축해 그 관리를 철저하게 하려는 개정취지에는 공감하나, 마약류 중독자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복지부에서 ‘정신건강증진법’에 따른 정신질환 실태조사(5년 주기)와 병행해 조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있음을 고려할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공감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2018년 마약류사범은 전년 대비 10% 감소하기는 했으나 1만 2,613명에 이르고 있고, 이 중에서 ‘투약’ 사범이 6,177명으로 전체 마약류사범의 49.0%를 차지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급증하는 마약류사범에 대비해 마약류 중독 재활 치료 등에 관한 시의적절한 정책 수립을 위해 실태조사의 주기를 단축하려는 입법취지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전문위원실 역시 “현재 복지부에서는 국민의 정신건강 실태를 통합적으로 파악하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2015년에 ‘마약류 중독자 실태조사와 정신질환 역학실태조사 연계방안 마련’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고, 이를 근거로 2016년부터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른 정신질환 관련 실태조사에 마약류 중독자 실태조사를 포함해 병행 실시하기 시작했는데, 정신질환 관련 실태조사가 5년 주기로 규정돼 있음을 감안해 심사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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