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진단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법 개정이 추진중이지만, 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모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앞서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지난 9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달 14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다.

현행법 제17조에 따른 진단서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대하여 진단을 한 후 진단 결과와 자신의 의견이나 판단을 작성해 환자에게 교부하는 문서이다.

현행법 시행규칙 제9조에 따르면, 진단서에는 환자의 성명, 병명, 치료 내용 및 향후 치료에 대한 소견 등이 기재되며, 특히 질병의 원인이 상해로 인한 것인 경우에는 상해의 원인, 부위 및 정도, 입원 필요 여부, 외과적 수술 여부, 상해에 대한 소견 등이 추가로 기재돼야 한다.

진단서는 기본적으로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와 환자 간의 사문서에 해당하나, 사건, 사고 발생 시 증거로서 사용되는 등 특정한 경우에는 공문서로서의 효력을 지닌다.

그런데, 진단서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사항에 관해 교부하는 문서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지 않는 전문용어로 기재돼 있어 실제 환자 본인이 그 내용을 이해하고 활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을 발의한 곽상도 의원도 “최근 정확한 진단을 위해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 전산화단층촬영장치(CT) 등 특수의료장비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를 통한 진단결과는 일반인이 알아보기 어려운 의학용어 중심으로 기술돼 있어 환자와 보호자는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진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를 이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꼬집었다.

곽 의원은 “반면, ‘약사법’ 제24조제4항에서는 복약지도서 작성 시 환자가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설명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면서, 개정안을 통해 ‘의료법’에도 특수의료장비를 통한 진단결과를 포함한 진단서는 환자가 읽고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작성해야 한다고 명시하도록 했다.

곽 의원은 “이를 통해 환자의 권익을 증진하고 보다 적절한 치료를 담보해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전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환자의 구체적이고 정확한 건강 상태의 기재를 위해서는 전문용어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건복지부도 ‘환자가 읽고 이해하기 쉬운’ 자체가 주관적ㆍ불확정개념이라며, 해당 용어의 사용 ‘노력’ 의무가 아니라, 해당 용어의 ‘사용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또, “현행법 상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에는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수술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등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으므로 실익이 크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다만, 이는 중국, 일본 등을 거쳐 의학이 유입됨에 따라 국내 언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외래 전문용어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음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으므로, 국어학적 검토를 통해 이를 순화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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