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안전사고 발생 시 설명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국회 전문위원실이 상반된 의견을 보여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지난 9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환자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 14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다.

현재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병원 측의 과실이 확실하고 병원이나 의료인이 이를 인정하는 경우에도 피해자에 대한 사고경위 설명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

실제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의료인이 향후 소송에 있어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해 피해를 입은 환자 및 그 보호자에 대한 설명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정 의원은 “환자안전사고의 내용 및 경위 등은 피해를 입은 환자에게는 중요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 필요한 조치가 지연돼 환자의 건강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인에 대한 불신을 야기해 의료분쟁을 야기하는 등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개정안은 보건의료기관의 장과 보건의료인은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그 때부터 7일 이내에 피해를 입은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에게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환전안전사고의 내용 및 사고경위 등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하고, 이에 대한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려는 내용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검토의견을 통해 “의료인에게 환자안전사고의 내용 및 경위 등을 설명하도록 의무화할 경우, 헌법 상 의료인에게 보장된 진술거부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라고 우려했다.

반면,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환자의 건강과 관련된 당연한 권리인 알 권리를 보장하는 한편, 의료인과 환자의 소통을 통해 환자안전사고가 불필요한 의료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최소화한다는 측면에서 그 취지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실제 2001년부터 미국 미시건대학교 의료원은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관련 의료인이 환자 및 그 보호자에게 직접 설명하고, 조사 결과 과실이 인정되면 의료인이 이를 인정하고 사과하며, 그 해결방법 및 보상에 대해 논의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오히려 손해배상 청구건수 및 소송건수, 의료분쟁 조정 처리 기간 등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도 2018년부터 소통과 공감의 환자안전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환자안전사고 발생 시 ‘먼저 설명하기&함께 공감하기’ 캠페인으로써 정보지 제작ㆍ배포 및 이벤트 개최 등을 추진 중이다.

전문위원실은 복지부의 지적에 대해서는 “실제 환자안전사고의 책임 및 과실 여부 등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까지 환자 및 그 보호자에게 설명하도록 하는 것은 해당 사항이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구성요건을 입증하는 자료로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스스로 범죄의 단서를 제공하는 것으로서, 형사상 ‘자기부죄(自己負罪) 거부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라고 인정했다.

‘자기부죄 거부의 권리’란 범죄를 저질렀다고 기소되거나 의심받는 사람이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하는 권리를 말한다.

그러나 전문위원실은 “피해를 입은 환자 및 그 보호자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의료 관련 정보의 비대칭성을 고려할 때 의료분쟁 발생 시 환자 및 그 보호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최소한 환자안전사고의 일시ㆍ장소, 내용, 정도 등 객관적 사항에 대해서는 의료인이 환자 및 그 보호자에게 설명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와 유사한 사례로서 (구)‘도로교통법’ 제50조제2항에 따른 교통사고 발생 시 신고의무가 헌법 상 진술거부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위헌심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구)‘도로교통법’ 제50조제2항이 피해자의 구호 및 교통질서의 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범위 내에서 교통사고의 객관적 내용만을 신고하도록 한 것으로 해석하고, 형사책임과 관련되는 사항에는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전문위원실은 “개정안과 같이 의료인에게 환자안전사고 발생 시 설명의무를 부과할 경우에는 설명의 대상을 환자안전사고에 관한 객관적 사항으로 한정하도록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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