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사법입원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중이지만, 관련부처와 단체 모두 부정적 의견을 보여 20대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자유한국당 김재경 의원은 ‘안인득 방화사건’을 계기로 지난 7월 ▲사법입원제도 도입 ▲정신질환자 퇴원 사실 통보기관 관할 경찰서장까지 확대 ▲보호의무자의 의무 및 벌칙 삭제 등의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 14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다.

▽사법입원제도 도입
현행법상 자발적 입원은 자의입원(제41조)과 동의입원(제42조)의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자의입원은 입원과 퇴원이 신청자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완전히 자유로운 입원 유형으로, 정신질환자 외 정신건강상 문제가 있는 사람도 그 대상이 되지만, 동의입원은 정신질환자만 대상이 되며 입원은 완전히 자유로우나, 퇴원은 치료와 보호필요성이 있는 경우 72시간 동안 거부할 수 있으며 그 사이 다른 강제입원으로 전환이 가능한 입원이다.

김안과병원 연간(2010-2019) 백내장 수술 환자수 그래프
김안과병원 연간(2010-2019) 백내장 수술 환자수 그래프

강제입원(비자의입원)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43조), 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 의한 입원(이하 행정입원)(제44조) 및 응급입원(제50조)의 세 가지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보호의무자 2명 이상의 신청으로 정신과전문의가 정신질환자를 진단한 결과, 자타해 위험 등으로 인한 입원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시키는 제도다.

행정입원은 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 정신질환자로 의심되는 사람을 정신과전문의에게 진단 의뢰한 결과, 자타해 위험이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시장등이 정신질환 의심자를 강제입원시키는 제도다.

응급입원은 정신질환 추정자로서 자타해 위험 가능성이 큰 사람을 발견한 사람이 그 상황이 매우 급박한 경우에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정신의료기관의 장에게 입원을 신청하면,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정신질환 추정자를 3일 이내 기간 동안 강제로 입원시키되, 입원 이후 정신과전문의의 입원 필요성 진단을 거쳐 입원유형의 전환 또는 퇴원조치를 하는 제도다.

‘입원적합성 심사제도’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정신의료기관에 강제입원된 모든 정신질환자의 ‘최초 입원’ 적합성 여부를 검토ㆍ결정하고, 심사한 강제입원이 부적합한 것으로 판정된 경우에는 정신질환자를 퇴원시키도록 하는 제도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최초 입원일로부터 최대 1개월 이내에 당해 강제입원이 적합한지를 판단하며, 3개월의 최초입원 기간이 종료한 이후의 1차 연장입원 및 후속 연장입원 필요성 심사는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설치된 ‘기초정신건강심의위원회’가 심의ㆍ결정한다.

김재경 의원은 “그러나 보다 신중한 정신질환자 입원 관리를 위해 가정법원에서 입원 심사를 전담하도록 하고, 입원 경로를 자의입원과 가정법원의 심사에 의한 입원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개정안은 정신질환자의 입원 경로 중 자의입원과 응급입원을 제외한 동의입원,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행정입원을 폐지하고, 응급입원의 적합성 심사를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에서 가정법원으로 이관해 이른바 ‘사법입원’ 제도를 도입하도록 했다.

하지만 보건당국과 대법원, 당사자단체, 지자체 등은 모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검토의견을 통해 “사법입원 도입은 법원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 및 정신질환 당사자 의견 등을 충분히 듣고 논의할 필요가 있어 신중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또, 입원 유형의 변경 또한 사법입원 도입을 전제로 하고 있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도 “해외 각국마다 강제입원에 대한 절차, 심사기구 등은 매우 다르고, 어떤 특정한 방식의 강제입원 방식이 해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우선 시행한지 얼마 되지 않은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성과, 장단점, 효율성 등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대법원은 또, “판사 1인당 입원심사 사건이 많을 경우 심리 자체가 형식화될 우려가 있으며, 판사, 재판보조인력, 보조인, 호송인력 등 인적자원 및 물적자원 확보를 위한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역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이후 현재도 예산ㆍ인력 등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로, 다시 입원제도를 전반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입원기간 연장 가능 기간을 현행법처럼 법률에 규정해야 환자의 권리 보호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정신질환 당사자 단체인 ‘파도손’은 “개정안과 관련해 관련 당사자 간 논의ㆍ토론회ㆍ공청회 등이 개최된 적이 없고, 사법입원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충분한 숙의과정을 통한 합의를 전제로 논의돼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정신건강사회복지학회, 정신건강임상심리학회도 ‘수용곤란’ 입장을 통해 “현재 입원적합성심사제도가 도입된 지 채 2년이 되지 않았고, 이 제도의 실효성 등에 대한 평가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사법입원에 대한 연구나 구체적 대안은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몇몇 사건을 계기로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사법입원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법개정을 하는 것은 시기상조다.”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개정안은 정신질환자의 자타해 위험성이 높고 그 상황이 매우 급박한 경우가 아닌 한, 정신질환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입원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정신질환자들의 인권과 자기결정권을 보다 확고히 보장한다는 측면이 있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정신질환자는 정신질환 발병 여부에 대해 스스로 인지하기 어렵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정신질환자에 대한 지역사회와 국가의 관리체계가 적기에 요구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의입원 및 응급입원을 제외한 다른 유형의 입원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018년 12월 기준 정신의료기관에 입원ㆍ입소 중인 정신질환자 6만 6,027명 중 자의입원 환자는 3만 85명(45.6%), 동의입원된 환자는 1만 3,073명(19.8%),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환자는 2만 123명(30.5%), 행정입원된 환자는 2,746명(4.2%)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개정안은 강제입원 적합성 심사의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법원의 입원심사’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으로, 현행법상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ㆍ정신건강심의위원회는 강제입원 또는 강제입원의 연장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이를 보완하려는 것임.

두 위원회는 서면심사 위주의 심사 방법을 주로 채택해 입원자의 대면진술권과 절차참가권이 보장되지 않아 전문가의 의료적 관점이 과다 투영된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전문위원실은 개정안에 대해 “사법입원 제도를 도입해 정신질환자의 신체 구속을 엄격하게 판단함으로써 정신질환자의 강제 장기입원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점에서 그 입법 취지는 타당해 보인다.”라고 전했다.

사법입원제도는 정신의학적 판단만으로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가정법원이 환자의 상태 및 가족의 지지환경 등을 고려해 입원 적합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전문위원실은 “가정법원에 의해 입원적합성 판단이 이뤄진다면, 그 절차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제도적으로 보장돼 적법절차 위반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가정법원의 판사는 정신건강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입원 적합성을 심사함에 있어 전문가의 의견에 좌우될 가능성도 있으며, 판사 1인당 입원심사 사건이 많을 경우 심리가 형식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전면 개정으로 도입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제도가 전국적으로 시행된 지 아직 채 2년이 지나지 않아 현행 제도의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이른 상황에서, 성격이 전혀 다른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신질환자 퇴원 사실 통보기관 관할 경찰서장까지 확대
구 정신건강복지법(법률 제14224호)은 정신의료기관등에 입원등을 한 사람이 퇴원등을 할 때, 본인의 동의를 받아 퇴원등의 사실을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하도록 하여, 정신질환자의 재활과 사회적응을 지원하고자 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로 정신질환자 본인 또는 보호의무자의 동의율은 10% 내외의 낮은 수준에 불과해 퇴원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내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위는 지난 4월, 이른바 ‘임세원법’으로 불리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법률 제16377호)’을 통과시켰다.

당시 개정안은 일부 정신질환자의 경우 그 퇴원등 사실을 직권으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장에게 통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역사회로 돌아간 정신질환자에게 지속적인 재활서비스를 제공해 지역사회에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불행한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다.

이번 김재경 의원의 개정안은 여기에 더해 정신질환자의 퇴원등의 사실을 관할 경찰서장에게도 직권 통보하도록 그 대상을 넓히려는 것이다.

해당 조항에 대해서는 주무부처간 입장이 엇갈렸다.

보건복지부는 “퇴원하는 대상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해 경찰서장에게 퇴원사실을 통지하도록 하는 것은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조치다.”라며, ‘수용곤란’ 입장을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수용곤란’ 검토의견을 통해 “잠재적 범죄 가능성이라는 미래의 상태에 대한 판단에 의존해 개인의 의료정보를 국가가 과도하게 관리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경찰청은 “현행법상 치료중단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전정보 부족과 반복 위협 신고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가 미비하다.”면서, ‘수용’ 입장을 내놨다.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은 “개정안은 경찰에 의한 지속적인 정신질환자 관리조치를 통해 자타해 위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점에서 입법 의의가 있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퇴원사실 통보 제도의 주된 목적은 정신질환자의 재활과 사회적응을 위한 지역사회 내 기관 간 연계 강화인 반면, 개정안의 내용은 퇴원등을 하는 정신질환자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해 국가기관을 통해 관리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그 목적이 다소 상이하다고 지적했다.

또, 개정안으로 인해 보호되는 공공의 건강과 안녕이라는 공익과 침해받는 퇴원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라는 사익을 비교 형량해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호의무자의 의무 및 벌칙 삭제
현행법은 ‘민법’에 따른 후견인 또는 부양의무자를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로 규정하고, 보호의무자에게 정신질환자가 적절한 치료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의무 등을 부여하고 있다.

보호의무자가 의무를 위반해 정신질환자를 유기하는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보호의무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보호의무자 제도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가족 공동 책임을 강조하는 연혁적 의미는 있으나, 부양의무 이상의 보호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국가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보호의무자 제도는 과거 대가족 시절 양육 및 노인ㆍ장애인에 대한 돌봄을 가족 공동으로 책임지던 사적 책임을 연원으로 하고 있다.

현행 보호의무자 제도가 보호의무자에게 부과한 보호입원 신청권 등의 권한을 남용해 강제 입원이 사적 분쟁의 해결 수단으로 오용되고, 가족 간 갈등이 회복되기 힘든 수준으로 악화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또한 현행 보호의무자 제도는 보호의무자에게 자ㆍ타해 방지 유의의무를 부여해 환자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보호의무자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강제입원을 시도하게 한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개정안은 보호의무자의 권한 남용으로 인한 폐단을 방지해 정신질환자 권익을 보호하고, 손해배상책임 부담 면제를 통한 보호의무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의무자 제도를 폐지하려는 것이다. 개정안은 의무 위반에 대한 벌칙(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역시 삭제하도록 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수용곤란’ 입장을 통해 “보호의무자 제도가 존재하는 한 보호의무자의 의무가 어떤 의무인지 설명하는 해당 조항은 존치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복지부는 “보호의무자 제도의 폐지는 입원비 지불 문제, 퇴원 시 실질적 보호 및 책임 있는 인수인계, 후견인 제도 등이 정착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할 때, 성급한 개정은 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경기도 역시 “정신질환자의 치료개입과 재활을 위한 보호의무자의 역할이 중요하고, 현 정신보건 체계하에서 보호의무자의 의무조항을 삭제할 경우 정신질환자 관리를 하는 데 역부족이어서 당분간은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면서, ‘신중검토’ 의견을 내놨다.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도 “보호의무자의 자ㆍ타해 방지 유의 의무 면제는 국민 일반의 법감정을 고려해 폐지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전문위원실은 이어 “보호의무자의 유기금지의무는 정신질환자가 유기ㆍ방치돼 생명ㆍ신체상 위험에 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과되는 최소한의 부양 의무로서, 그 의무를 면제하기보다는 유기죄를 두고 있는 다른 입법례와의 균형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벌칙의 상한을 하향 조정하는 것으로 개정방향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