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 중 종합병원에 산부인과를 필수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중이지만, 보건복지부와 법무부가 모두 신중검토를 주문하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병원계는 인력자원 개선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지난 7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 14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다.

 
 

윤 의원은 “최근 출산율이 감소함에 따라 전국 산부인과 개설 의료기관과 분만실의 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라며, “의원급 뿐만 아니라 병원이나 종합병원 또한 경제적 부담 등으로 인해 산부인과를 진료과목으로 두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산부인과, 특히 분만과 관련된 진료는 국민에게 반드시 제공돼야 할 필수의료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개정안은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 중 종합병원은 ‘의료법’ 제3조의3에도 불구하고 필수적으로 산부인과를 갖추고 산부인과 전문의를 두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으로서의 지정을 취소하거나 협약을 해제해 필수진료 영역인 산부인과 진료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이란 국민에게 양질의 공공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ㆍ지방자치단체가 설치, 지정하거나 협약을 맺은 보건의료기관이다.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은 역할에 따라 ▲공공보건의료기관 ▲의료취약지 거점의료기관 ▲공공전문진료센터 ▲협약을 체결한 의료기관으로 구분된다.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해 정부와 병원계 모두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개정안 취지에 공감하나,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 대다수에 산부인과가 이미 설치돼 있고, 최근 분만은 대부분 병ㆍ의원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낮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또한, 응급 등 특수기능 수행을 위해 지정ㆍ협약을 체결한 기관에도 일률적으로 산부인과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으며, 지역 중소 종합병원은 전문의 확보가 어렵고, 분만실 등 시설 확장에 따른 부담 가중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아울러 “지역별 수요, 수행기능 등을 고려하지 않고 산부인과 설치 등 미충족시 지정을 취소하고 협약을 해제하도록 할 경우, 일괄 지정 취소, 협약 해제시 응급 등 다른 진료과의 의료공백 발생 우려가 있다.”라고 역설했다.

법무부도 “취지에는 공감하나, 지정 취소 또는 협약 해제 시 산부인과 외의 다른 진료과목에서 의료서비스 제공이 어렵게 될 우려가 있다.”면서,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 지정을 취소하거나 협약을 해제하는 것이 타당한 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산부인과 전문의의 의료기관 종별 분포, 분만건수 등을 고려할 때 의료기관이 이를 준수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공공보건정책 참여 저조 유발, 정부의 분만취약지 지원사업 취지 퇴색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산부인과 의무설치에 앞서 산부인과 인력수급 및 취약지 근무여건 조성과 유인책 마련 등 인력자원 개선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산부인과 의무 설치에 대하여는 찬성하나,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2조제4호라목에 해당하는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위한 협약 체결 의료기관에 대하여는 적용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지방의료원연합회는 “지방 중소도시에 위치한 지방의료원 특성상 산부인과 전문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확보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문의를 두지 못한 경우 지정 취소 등 예외 인정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도 취지는 타당하지만, 일부 검토할 점을 제시했다.

전문위원실은 “산부인과는 국민의 건강 및 보건을 위하여 필수적으로 제공돼야 하는 의료분야인 반면, 낮은 의료수익 및 사고에 따른 위험기피 영역으로 민간의 자발적인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산부인과 확충을 통해 산부인과 관련 공공의료 기능을 강화하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해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특히, 분만의 특성 상 출산에 따른 진통 및 대량 출혈, 태아의 호흡 곤란 등 응급 상황이 야기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응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수술이 가능한 분만병상과 마취과 의사, 혈액 등이 사전에 준비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시설 및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한 종합병원의 산부인과를 확충할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이 공공의료의 제공을 위해 설치ㆍ지정 및 협약을 맺은 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에 산부인과를 두도록 하는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전문위원실은 다만, 2018년 기준 종합병원의 병상당 분만 건수는 50.1건으로, 병상당 분만 건수가 각각 321.6건, 152.9건인 병원이나 의원에 비해 충분한 분만 의료수요가 확보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속 전문의 확보 어려움 및 의료수지 적자에 따른 종합병원의 부담 가중으로 이어져 의료기관들의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 참여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개정안은 산부인과를 갖추지 않거나 산부인과 전문의를 두지 않은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에 대해서는 지정을 취소하거나 협약을 해제하도록 하고 있어 산부인과 설치 등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의료기관은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에서 제외되는 점을 우려했다.

아울러 전문위원실은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 중 대부분이 특정 분야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정되거나 협약을 맺은 기관이라는 점에서, 전체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에 산부인과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의료취약지 거점의료기관은 ‘응급의료취약지’와 같이 특정 분야의 의료공백이 발생한 지역에 해당 분야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정된 의료기관이다.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의 산부인과 개설 현황(2018/단위: 개소, 명)*자료: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의 산부인과 개설 현황(2018/단위: 개소, 명)*자료: 보건복지부

공공전문진료센터는 지역암센터, 권역심뇌혈관센터, 중증외상전문진료센터, 권역재활선터, 지역신생아집중치료센터, 권역어린이병원, 노인보건의료센터 등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전문진료 분야별로 의료기관이 지정돼 있다.

협약을 체결한 의료기관은 예방접종, 호스피스, 외국인근로자 지원, 만성질환 관리, 의료감염 등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공공보건의료 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개별 사업의 목적에 따라 협약을 체결한 의료기관이다.

2018년 의료기관 종별 분만 건수 및 분만병상 수(단위: 건, 병상, %)*주: (  )은 계 대비 의료기관 종별 분만 건수 또는 분만병상 수의 비율*자료: 보건복지부
2018년 의료기관 종별 분만 건수 및 분만병상 수(단위: 건, 병상, %)*주: ( )은 계 대비 의료기관 종별 분만 건수 또는 분만병상 수의 비율*자료: 보건복지부

한편, 2006년 이후 국내 산부인과 기관 수 및 분만병상 수 추이를 살펴보면, 국내 산부인과 기관 수는 2006년 2,373개소에서 2018년 1,987개소로 386개소 감소했고, 국내 산부인과 분만병상 수는 2006년 2,957병상에서 2018년 2,047병상으로 910병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의 산부인과 설치율은 2006년 92.2%에서 2018년 87.5%로, 종합병원의 산부인과 설치율은 2006년 90.9%에서 2018년 85.9%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 수 추이(단위: 명)*자료: 보건복지부
산부인과 전문의 수 추이(단위: 명)*자료: 보건복지부

산부인과 기관 수와 병상 수 감소 및 분만 의료사고 등에 따른 기피 현상으로 산부인과 전문의의 비중 또한 감소하고 있다. 내과 전문의 수는 2006년 9,976명에서 2018년 1만 7,316명으로 7,340명 증가한 반면, 산부인과 전문의 수는 2006년 5,654명에서 2018년 6,851명으로 1,197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