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18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병원비 100만원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중이지만, 보건당국과 재정당국 모두 난색을 표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지난 10월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 14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다.

윤 의원은 “최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정책으로 어린이병원비 중 요양급여항목에 대한 본인부담율이 종래 10∼20%에서 5%로 낮아졌으나, 과중한 부담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라며, “아동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는 병은 희귀난치병이나 중증질환으로 그 치료법, 치료약이 비급여인 경우가 많고, 예비급여(선별급여) 항목으로 분류되더라도 본인부담율이 50%∼90%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2017년도 연령 구간별 건강보험 보장률 현황(단위: %, 비급여 포함)*자료: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2017년도 연령 구간별 건강보험 보장률 현황(단위: %, 비급여 포함)*자료: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또한 건보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도 6∼18세의 법정(급여) 본인부담률과 비급여 본인부담률을 제외한 건강보험 보장률은 54%로, 19∼44세 구간을 제외하면 건강보험 보장률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개정안은 만 18세 미만 아동의 건강보험 급여ㆍ비급여를 합한 본인부담 의료비가 연간 1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금액은 공단이 부담하도록 해 아동의 의료 접근성을 대폭 향상시키도록 했다.

2018년 18세 미만 진료비 추계 결과(단위: 만명, 만건, 억원)*주: 비급여 본인부담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상 2015년∼2017년 18세 이하 연도별 진료비 대비 비급여 본인 부담률 평균치(20.8%)을 바탕으로 추계
2018년 18세 미만 진료비 추계 결과(단위: 만명, 만건, 억원)*주: 비급여 본인부담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상 2015년∼2017년 18세 이하 연도별 진료비 대비 비급여 본인 부담률 평균치(20.8%)을 바탕으로 추계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신중검토’ 의견을 통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아동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법률 개정 취지 및 방향에는 공감하나, 18세 미만 아동에 대해서만 별도의 본인부담상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장애인ㆍ노인 등 타 취약계층과의 형평성 등 건강보험 제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복지부는 비급여를 건강보험 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은 건강보험제도의 기본원칙과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아울러 “개정안에 따를 경우 의료급여 수급자인 18세 미만 아동 역시 동일한 혜택을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의료급여재정 부담 역시 가중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도 ‘수용곤란’ 입장을 전했다.

기재부는 “18세 미만 아동은 피부양자로서 부양자의 소득수준(1∼10분위)에 맞춰 현재 본인부담상한제가 적용되고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개정 조치 시행 시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 전환된 상황에서 건강보험재정에 큰 부담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비급여를 포함해서 100만원을 초과하는 의료비를 모두 지원할 경우 의료서비스 과다 이용 및 의료비 급증 우려가 있다.”면서, “기존 본인부담상한제를 기반으로 아동의료비 개별 본인 부담률을 완화해 나가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대안을 고려하는 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건보공단은 실례로 2006년 ‘6세미만 무상 입원비’ 정책 시행 결과, 매년 4∼6%였던 6세미만 입원비 지출 증가율이 39.2%까지 증가해 2008년 1월에 본인부담률을 10%로 조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연도별 본인부담상한액 현황*자료: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본인부담상한제로 저소득층 의료비 부담 크게 감소, 2019년 8월 22일)
연도별 본인부담상한액 현황*자료: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본인부담상한제로 저소득층 의료비 부담 크게 감소, 2019년 8월 22일)

한편,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전문위원실은 “개정안의 18세 미만 아동 본인부담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과정에서의 보완적 조치로서 그 취지가 타당하나, 비급여 진료에 대한 관리 가능성, 건강보험재정 현황, 소득 수준에 따른 수혜 역전 현상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먼저 의학적 필요가 있음에도 재정 문제로 인해 건강보험으로 편입되지 못한 고가 약제나, 대상ㆍ횟수 등 제한이 있는 진료, 수 년 뒤 급여화 여부 재평가 대상이 되는 진료 등 건강보험에 완전히 편입되지 못한 의료행위가 있음을 고려할 때, 아동에 대한 비급여 의료비를 보장하는 것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과정에서의 보완적 조치로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저출산ㆍ고령사회 정책 로드맵(2018년 12월)’에 따라, 출산ㆍ양육비 경감을 위한 중점 추진 과제로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아동의 의료비를 대폭 경감할 필요가 있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참고로 외국 사례를 보면, 독일의 경우 18세 이하 아동에 대해서는 의료비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고 있으며, 벨기에의 경우 19세 미만 아동에 대해서는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더 낮은 본인부담상한액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전문위원실은 “비급여 통제 수단이 부족한 상황에서 비급여까지 포함한 본인부담금을 건강보험재정으로 보장할 경우 비급여 의료비가 급증할 우려가 있다.”라며, “비급여에 대한 관리 가능성, 건강보험재정의 지속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현 건강보험 제도로 개정안에 따른 입법 조치를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비급여는 건강보험에 편입되지 못한 의료행위, 약제 등으로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진료여부ㆍ진료량ㆍ가격을 결정하며 공단이 이를 통제할 수 없어 건강보험재정에서 이를 보장할 경우 비급여 진료비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복지부에 따르면, 18세 미만 아동에 대한 2018년 비급여 본인부담금 추정치는 1조 6,519억원으로, 동 수치와 법정 본인부담금(1조 3,764억원)을 합한 2018년도 총 본인부담금은 약 3조 283억원으로 추계된다.

또한 전문위원실은 “개정안에 따를 경우 100만원 이상의 의료비 부담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은 100만원 상한 규정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반면, 오히려 충분한 의료비 부담 여력이 있는 소득계층은 상한 규정의 주요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개정안의 시행을 전제로 한다면 소득 수준에 따라 상한액을 달리 설정하는 등의 보완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라고 역설했다.

실제로 현행법상 운영 중인 본인부담상한제는 소득수준별 의료비 부담 여력을 고려해 매년 구간별로 본인부담상한액을 설정하는데, 2019년 기준 1분위의 상한액은 81만원, 2ㆍ3분위의 상한액은 101만원으로 저소득층의 연간 의료비 부담 여력이 1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임을 추정해볼 수 있다.

경기 성남시 만 12세 이하 아동 본인부담의료비 지원 제도 개요*자료: 보건복지부
경기 성남시 만 12세 이하 아동 본인부담의료비 지원 제도 개요*자료: 보건복지부

참고로 개정안의 조치와 유사하게 경기 성남시에서 지난 7월부터 본인부담 의료비가 100만원을 초과하는 1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초과 금액을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 중인 상황이다.

전문위원실은 추후 해당 정책에 따른 의료 이용량ㆍ의료비 변화 및 재정 지출 수준 등 시행 경과가 확인될 경우, 아동 본인부담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의 효과와 부작용을 보다 면밀히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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