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미나마타 협약’에 따라 수은혈압계 사용이 전면중지되지만, 정부 차원의 기존 수은혈압계 수거 지침이나 계획이 없어 의료현장에 혼란이 예상된다.

‘수은에 관한 미나마타 협약’은 보건과 환경을 위해 치명적인 유해물질의 사용과 소비, 유통을 규제하고, 폐기ㆍ저장을 관리하기 위한 국제협약으로 2013년 체결됐다.

이후 2017년 8월 16일 발효된 해당 협약에 따라 2020년 이후 수은 제품 일체의 제조ㆍ유통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2019년 8월 현재 128개국이 협약에 서명하고 111개국이 비준했지만, 2014년 9월 서명한 한국은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환경당국은 우리나라도 미나마타 협약 비준작업을 진행중이며, 내년 2월쯤 발효될 것이라고 전했다.

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 관계자는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년 1분기 안에 비준이 될 것이다. 협약도 법령처럼 작용하기 때문에 국내 법령을 정비했고, 관련 작업을 마무리하는 단계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법령정비만 끝나면 바로 발효되는게 아니라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비준안이 국내에 특별하게 작용하는게 있는지, 어떻게 논의가 필요한지 등 별도의 검토과정을 거쳐서 우리나라가 이 협약을 받아들이겠다는 비준서를 유엔에 제청하게 된다. 그런 절차를 밟는 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비준절차 후 90일이 지나야 발효되기 때문에 내년 2월 정도 우리나라에서도 협약이 발효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전했다.

문제는 미나마타 협약이 발효되면 기존 수은혈압계의 사용이 전면금지되는데, 별다른 수거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이미 지난 2015년부터 수은 제품의 제조와 수ㆍ출입은 금지됐다. 내년 2월경 협약이 발효되면 사용도 금지될 것이다.”라며, “수은혈압계 사용금지의 법적 강제성은 식약처가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으로, 관련법령에 따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혈압계 처리 및 수거계획에 대한 지적에는 “정상적으로 처리하려면 잔여물과 회수 수은은 전문업체가 처리해야 하는데, 국내의 수은 유통이 많지 않다보니 수은을 회수할 수 있는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폐기물 관련과에서도 제도를 고민중이다. 다만, 미나마타 협약에서도 아직 회수를 어느 정도까지 할지 확정이 안 된 상황이고, 관련법령에서 회수기준이 마련돼야 하는데 그것도 없다.”면서, “아직까지는 수은 처리 전문업체에 맡겨서 처리해 달라고 관련과에서 안내하는 수준이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환경부에 따르면, 수은은 그 물리적 특성으로 인해 소각ㆍ매립 등의 방법으로 처리 시 생활환경에 잔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수은이 포함된 제품류를 폐기하고자 하는 경우 수은 회수 등 적정 처리가 가능한 업체로 위탁 처리해야 하며, 폐기물처리업 허가증 상 수은회수가 가능한 업체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위탁해야 한다.

이와 관련, 의료계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의료계, 의료기기업체, 시민단체 등과 함께 TF를 만들어 체계적인 수은혈압계 회수과정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유예기간을 줬다고 해도 ‘돈 주고 산건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개인이 소유한 가정용 수은혈압계도 있을텐데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빈병 회수시 돈을 주는 것처럼 공익 차원의 유인책이 있는데, 식약처가 이런 방침이 있는지 의문이다. 강제로 수거 및 폐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유인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강제로 처리하게 할 경우 오히려 수은의 오용을 막으려는 협약의 취지와 반대로 갈 것이라고 우려하며, 유인책을 마련하고 관련 내용도 홍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수은 함유 제품 폐기 소관은 환경부다. 의료기기도 마찬가지다.”라며, “다만, 폐기 관련 방안은 환경부가 마련하고, 식약처도 수은혈압계 사용중지에 대비해 홍보방안 등을 포함해서 검토중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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