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약제에 대해 기존 급여정지에서 약가인하로 변경된 제재처분을 소급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지만, 보건당국이 법적 안정성과 특정 제약사에 대한 특혜 등을 이유로 반대입장을 전했다. 이처럼 법안을 개정할 경우 소급적용 대상이 동아에스티(주) 1개뿐이기 때문이다.

앞서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은 지난 4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최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다.

 
 

지난해 3월 개정되기 전의 ‘국민건강보험법’은 의약품공급자가 ‘약사법’ 제47조제2항을 위반해 의료기관 종사자 등에게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경우 해당 약제의 요양급여 적용을 정지하거나 급여정지를 갈음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동일 위반행위로 2회 이상 적발된 경우 약제의 요양급여 적용을 제외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일명 ‘리베이트 투아웃제’다.

그러나 요양급여정지처분은 환자들의 약제 선택권을 제한하며, 비의학적인 사유로 환자들이 약을 교체할 경우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고, 약을 교체하지 않는 환자들은 비급여 부분에 대한 비용 부담이 높아지는 등 리베이트 행위와 관련 없는 선의의 환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한 일회성 처분인 급여정지 처분에 비해 요양급여비용(약가) 인하는 그 효과가 항구적이어서 의약품공급자에게 효과적인 제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위반행위자에 대해 급여정지 외에도 요양급여비용 상한금액 감액(이하 약가인하) 처분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요양급여 적용 제외 처분은 삭제하는 내용으로 지난해 3월 법률이 개정돼 같은 해 9월 28일부터 시행중이다.

그런데 개정법률은 부칙 적용례에 따라 ‘개정법률 시행 후 최초로 약사법 제47조제2항의 위반과 관련된 약제(즉,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 제공의 종기(終期)가 개정법률 시행 이후인 약제)’부터 적용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이에 따라 이 법 시행 전에 위반행위가 종료된 경우로서 아직 제재처분을 받지 않은 약제는 개정법률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어 급여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고, 이처럼 약가인하 처분 대상을 제한적으로 규정한 적용례가 의약품에 대한 환자의 접근권을 보호하려는 개정법률의 취지를 희석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윤종필 의원 개정안은 부칙을 개정해 이 법 시행 전에 위반행위가 종료돼 아직 처분이 부과되지 않은 경우 또는 처분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에도 개정법률을 소급적용할 수 있도록 하도록 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법적안정성과 특혜 논란 등을 이유로 ‘수용 곤란’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는 “개정법률에 따른 약가인하 처분을 법률 시행 전 위반행위와 관련된 약제에 소급 적용하는 것은 소급입법금지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판단해 과거 법안심사소위(2018년 2월 22일)에서 개정법률의 적용례를 장래효로 결정한 바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개정법률을 소급 적용할 경우 개정법률 시행 전 발생한 동일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의 내용(급여정지/약가인하)이 달라짐으로 인해 처분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소급적용을 통해 처분 진행 중인 약제에 대한 처분을 급여정지에서 약가인하로 변경할 경우 법적안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아울러 개정 법률안에 따른 소급적용 대상이 현재 ‘동아에스티(주)’ 1개 제약사로,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특정 제약사 특혜 논란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법무부도 법적 이유를 들며 ‘신중검토’ 의견을 내놨다.

개정안은 법률의 시행 전에 이뤄진 리베이트 행위에 대해서 개정 법률에 따른 처분을 내리도록 규정하므로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대한민국헌법’ 제13조제2항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해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해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침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라고 역설했다.

다만, 예외적으로 ▲일반적으로 국민이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경우 ▲법적 상태가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워 보호할 만한 신뢰이익이 적은 경우 ▲소급입법에 의한 당사자의 손실이 없거나 아주 경미한 경우 ▲신뢰보호의 요청에 우선하는 심히 중대한 공익상의 사유가 소급입법을 정당화하는 경우 등에서는 진정소급입법이 허용된다고 결정한 바 있음을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개정안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제약바이오협회는 “당초 급여정지 처분은 환자의 의약품 건강권 및 선택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급여정지 약제를 대체하기 위한 처방코드 변경으로 의료현장의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정안에 따른 개정법률 소급적용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개정안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몇 가지 점을 고려해 소급적용 시 달성되는 이익이 손실을 뛰어넘을 만큼 충분한지를 중심으로 보다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위원실은 “약가인하 처분 대상을 확대해 해당 약제를 사용하는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권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려는 취지는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당초 개정 전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약가인하 처분으로 개정된 것은 기존 제재처분이 선의의 환자에게 예측할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임을 감안할 때, 개정법률을 소급적용함으로써 법 개정 이전의 위반행위와 관련된 약제를 사용 중인 환자의 선택권 역시 보호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위원실은 또한 개정안의 내용을 찬성하는 입장에 따르면, 해당 제재처분 대상 약제의 상당수가 경쟁 약제가 있는 제네릭 약제로, 급여정지 시 해당 약제의 시장 점유율이 타 약제로 대체돼 관련 의약품공급자가 이전의 판매 실적을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다수의 의약품공급자가 급여정지보다 약가인하 처분을 더 유리한 제재처분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개정법률을 소급적용할 경우 권익을 침해받는 의약품공급자는 소수에 불과한 반면 수혜 대상이 되는 의약품공급자는 광범위한 바, 소급적용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다만, 전문위원실은 개정안의 조치는 몇 가지 점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먼저, 처분 대상 약제가 시장에서 처한 위치에 따라 제재처분의 경중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소급적용으로 불측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는지 보다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위원실은 “적절한 대체 약제가 존재하여 급여정지 처분 이후 이전 수준의 판매량을 회복하기 어려운 약제가 있는 반면, 타 약제와의 차별성이 있어 급여정지 이후에도 시장 수요를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약제가 있다는 점에서, 제재처분으로 인한 관련 의약품공급자의 유ㆍ불리는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당초 하위법령에 따라 부과되던 의약품공급자에 대한 약가인하 처분을 급여정지 처분으로 변경하여 법률에 상향규정했을 때에도(2014년 1월 1일 개정, 2014년 7월 2일 시행), 별도의 적용례를 두지는 않았으나, 법률 개정 전에 위반행위가 종료된 의약품공급자에 대해서는 행위 시의 법률을 적용해 약가인하 처분이 부과된 바 있다.

또한 전문위원실은 “약가인하 처분은 항구적인 반면 급여정지 처분은 그 기간이 한정되어 있음을 고려할 때, 소급적용이 모든 의약품공급자에게 수혜적인 조치라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복지부 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 제공으로 약 550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글리벡(한국노바티스) 등 32개 품목의 약제에 현행 규정에 따라 12%의 약가인하를 적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약가인하 처분일로부터 약 2년 6개월 후의 경제적 손실이 과징금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동등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위원실은 이외에도 “처분 당사자에 따라 소급적용의 유ㆍ불리가 다른 상황에서 소급에 따른 환자의 의약품 선택권을 보장할 필요성 등 공익이 충분히 큰지에 대해서도 보다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역설했다.

전문위원실은 “종전 법률에 따르더라도 퇴장방지의약품ㆍ희귀의약품·단일품목 약제인 경우에는 급여정지를 갈음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이 같은 요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보건복지부장관이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약제인 경우 과징금 처분이 가능하도록 행정청의 재량을 상당부분 인정함으로써 환자의 약제 사용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체계를 마련해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즉, 당초 법체계에서도 처분청의 재량권 내에서 필요한 경우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며, 법률의 개정으로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사실상 폐지되고 약가인하 처분이 재도입된 상황에서 과징금 부과 요건을 엄격히 해석할 필요성은 상당 부분 완화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점을 함께 고려할 때, 소급적용에 따른 법적 안정성 침해보다 실현되는 공익이 더 클 것으로 단정하기에도 어려운 면이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문위원실은 “개정법률의 소급적용을 규정한 개정안의 내용은 ▲처분 대상의 특징에 따라 제재처분의 경중에 대한 판단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 ▲약가인하는 항구적, 급여정지는 한시적 처분임을 고려해 양 제재처분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보다 면밀히 비교할 필요가 있다는 점 ▲해당 약제에 대한 환자의 필요가 절박한 경우 내지는 특별히 개정법률의 취지를 반영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행정청이 재량적인 판단을 통해 처분의 구체적 타당성을 기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소급적용 시 달성되는 이익이 손실을 뛰어넘을 만큼 충분한지를 중심으로 보다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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