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이 이상 있는 의료기구나 의약품을 발견할 경우 신고하고, 해당 기구 및 약품을 무단으로 폐기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중인 가운데, 병원협회 뿐 아니라 보건당국도 이중규제를 우려하며 반대의견을 밝혔다.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은 지난 4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 최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다.

이 의원은 “일부 의료기관에서 이물질이 포함돼 이상이 의심되는 수액을 사용하려다가 환자 측이 이를 발견해 다른 수액으로 교체하면서, 해당 수액은 아무런 조치 없이 폐기하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행위에 사용되는 약품, 의료용품 등은 환자의 안전과 직결된다.”라며, “명확한 이유 없이 이상이 발생한 경우에는 그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그 유해성 여부를 확인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개정안은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에 사용되는 기구ㆍ약품 및 그 밖의 재료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한 때에는 즉시 보고ㆍ신고하도록 하고, 이를 관할 보건소장의 승인 없이 무단으로 폐기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원인규명 및 환자안전에 기여하도록 했다.

하지만 보건당국과 병원협회 모두 추가적인 보고 의무를 신설하는 해당 개정안이 이중규제의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견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환자안전 보장 및 무단폐기 금지를 통한 유해성 확인으로 유사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고자 하는 개정안 취지에는 공감하나, 추가적인 보고 의무 신설은 ‘의료법’, ‘의료기기법’, ‘약사법’, ‘환자안전법’ 등에 따른 이중 규제로 중복 신고해야하는 행정적 부담과 현장의 혼선 등이 우려된다.”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현행 제도 내에서 관리를 강화하거나, 실효성을 제고하는 등 현행  제도와의 조화로운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의료기기법’ 제31조의5에 따르면, 의료기기취급자(의료기관개설자 포함)는 의료기기에 이물을 발견한 경우 이를 식약처장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있어, 의료기기가 포함되는 경우에는 이중규제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면서, “이상이 발견된 제품에서 의료기기는 제외해 이중규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의료기기법’과 환자안전사고 발생 시 자율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환자안전법’ 등 현행 제도를 고려해 합리적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라고 역설했다.

또한, 현 제도 외 추가로 의료기관의 보고 의무를 신설할 경우 중복 신고에 따른 행정적 업무 부담 및 의료기관의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면서,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도 개정안 취지는 인정하면서도, 행정력 낭비와 실효성 등의 측면에서 우려되는 점을 전했다.

전문위원실은 “기구ㆍ약품 등의 취급 단계에서 발생한 이상과 제조ㆍ수입ㆍ판매 등의 단계에서 발생한 이상을 구분해 신고 의무를 부과해야 할 필요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기구ㆍ약품 등의 취급 단계에서 발생한 이상의 경우,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종사자의 과실 또는 사용기한 경과 등으로 기구ㆍ약품 등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관할 보건소에 신고하도록 하고, 해당 기구ㆍ약품 등을 관할 보건소장의 승인 없이 폐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의료기관의 과도한 업무 부담과 관할 보건소의 행정력 낭비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행위에 사용할 의도로 이물질 포함 등의 방법을 통해 기구ㆍ약품 등에 이상을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개정안과 같이 신고 의무를 부과하더라도 위법행위를 한 자가 스스로 그 위법행위를 신고하도록 하는 결과가 돼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전문위원실은 “따라서 기구ㆍ약품 등의 취급 단계에서 발생한 이상의 경우 해당 이상이 ‘발견’된 의료기관에 대해 신고 의무를 부과하기보다는, 이상이 있는 기구ㆍ약품 등을 ‘사용’한 의료기관에 대해 시정명령 또는 업무정지, 개설허가 취소, 폐쇄 및 해당 의료인에 대한 자격정지 또는 면허취소 등 행정처분을 강화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라고 역설했다.

현재 의료기관이 이물질이 포함된 수액을 사용하는 것은 ‘의료법’ 제36조 및 ‘의료법 시행규칙’ 제39조의3제1호 위반에 해당하므로, 해당 의료기관에 대해 시정을 명할 수 있고,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업무정지, 개설허가 취소 또는 폐쇄를 명할 수 있으며, 해당 의료인에 대해서는 자격을 정지할 수 있다.

전문위원실은 다만, ‘의료법’ 제36조 및 ‘의료법 시행규칙’ 제39조의3제1호를 위반한 자에 대한 벌칙 규정은 없으므로, 이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구ㆍ약품 등의 제조ㆍ수입ㆍ판매 등의 단계에서 발생한 이상의 경우, 제조ㆍ수입ㆍ판매 등의 단계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이상 발생 원인을 파악하고 조치함으로써 환자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의료기기에서 발생한 이상에 대해서는 이미 현행 ‘의료기기법’에서 이미 의료기기취급자(의료기관 포함)에 대해 보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에 대응해 ‘약사법’에서 의약품취급자에 대해 의약품에서 발생한 이상에 대한 보고 의무를 부과하도록 하는 것이 체계 상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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