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사회의 참여로 기대를 모은 전문가평가제 2기 시범사업이 저조한 민원으로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전문가평가제는 지역 의료현장을 잘 아는 의료인이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평가해 의료계 자율규제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다.

의료계는 전문가평가제를 통해 독자적인 면허관리기구 설립과 자율징계권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의사회가 공개한 민원처리 현황을 보면, 기대만큼 성과를 거둘 지 의문이다.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평가단장에 따르면, 10월 15일 현재까지 접수된 민원은 병원 4건, 의원 2건 등 모두 6건이고, 이중 3건은 처리 완료됐으며 3건은 조사중이다.

그런데 6건의 접수일을 보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첫 민원이 접수된 5월 18일부터 6월말까지 약 한 달 간 4건의 민원이 몰렸고, 이후 7월 10일과 10월 2일 각각 한 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즉, 최근 3개월 사이 접수된 민원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이 속도대로라면 1기 시범사업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

1기 시범사업은 경기ㆍ울산ㆍ광주 등 3개 의사회에서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1년간 진행됐는데, 접수된 민원이 16건에 불과해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특히, 16건중 7건은 조사 없이 마무리했고, 3건은 평가단이 조사후 자체 종결했다. 1건은 민원인이 민원을 철회해 진행을 중단했다.

결국, 1차 시범사업은 행정처분 1건, 보건소 시정조치 1건, 주의 1건이라는 성적을 남겼다. 시범사업 첫 논의 당시 6개월로 기한을 정했다가 사례가 적어 6개월 더 연장한 성적이 이 정도다.

당시 1기 시범사업에 참여한 일부 인사는 평가 사례가 적다고 실패라고 볼수 없다고 주장했다.

회원들이 전문가평가제를 인지하면서 조심해야 한다는 정서가 형성됐고, 이로 인해 의료현장에서 예방효과가 역력하게 나타났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의사협회와 복지부가전문가평가제를 시작하면서 ▲전문직업인으로서정체성 확보 ▲의료행위 적정성심의 ▲유기적 민관협동체계의 구축 ▲필요한 법과 제도 개선 등 거창한 목표를 내세운 점을 고려하면, 예방효과 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봤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문가평가제는 ‘의사들의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다.

평가단이 조사 과정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보여준다면 자율징계권 확보의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례가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의사회가 시범사업 참여를 결정하면서부터 관심이 집중된 것도 같은 이치다.

서울시에는 다른 지역보다 회원도 많고 경쟁도 치열해 다양한 평가 사례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도 지난 5월 시범사업 출범식에서 “2기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에는 전체 의사수의 3분의 2가 참여한다.”라며, “서울시의사회가 시범사업에 참여해 의미가 크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도 “한 사람이 보는게 아니라 의료사회가 보고 있고, 나아가 국민이 보고 있다.”라며, “한치의 오차도 없고 공명정대하게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접수된 민원을 조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객관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도 평가단의 역할이다. 회원들이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