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계의 숙원인 ‘간호단독법’을 여야가 추진중이지만, 간호계를 제외한 보건당국, 의료계, 간호조무사협회, 조산협회 등이 모두 부정적 입장이라 제정 가능성에 주목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은 지난 4월 각각 ‘간호ㆍ조산법안’과 ‘간호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두 제정안은 최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현행 보건의료인 관련 법령 체계를 살펴보면,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ㆍ간호사ㆍ조산사 등의 경우 ‘의료법’의 적용을 받는 반면, 임상병리사ㆍ방사선사ㆍ물리치료사ㆍ치과위생사 등은 ‘의료기사등에 관한 법률’서 규율하고 있으며, 약사와 한약사는 ‘약사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즉, 현행 법령 체계는 보건의료의 유형별로 법률을 제정해 각 유형별 행위주체를 통일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각각의 행위주체별로 별도의 개별 법률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인구고령화나 만성질환 증가 등 의료환경의 변화와 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 치매국가책임제 및 방문간호서비스 확대 시행 등으로 간호서비스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이에 대응해 간호인력에 대한 독자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019년 베스트 DNA 검사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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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기준으로 간호사는 39만 4,662명, 간호조무사는 72만 9,264명에 달하는 반면, 의사는 12만 3,106명, 한의사는 2만 4,861명에 불과한 상황으로, 의료인 내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 각 제정안은 현행 ‘의료법’에서 포괄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의료인의 범주에서 간호인력을 제외해 별도의 법률로 규정하려는 것이다.

김상희의원안은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와 조산사를 규율하고 있고, 김세연의원안은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를 규율하고 있다.

각 제정안은 대부분의 내용이 유사하나, 김상희의원안의 경우 조산사에 관한 사항 외에도 요양보호사에 관한 사항, 간호사등의 처우 개선, 간호사등 종합계획의 수립 등에 관한 사항을 추가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제정안에 대해 간호협회는 “간호 인력의 업무 범위, 수급 및 교육에 대한 사항을 체계적으로 규정해 국민건강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어 제정안에 찬성한다.”라고 밝혔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인은 의료법, 의료기사 등은 의료기사법에 업무범위 및 권한을 규정하고 있어 특정 직역에 대해 독자 법률을 제정할 경우 면허제를 근간으로 하는 의료법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한병원협회도 “해당 제정안은 현행 의료법 체계에 부합하지 않으며, 법 제정에 앞서 의료체계 변경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라며,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보건복지부 역시 “간호서비스의 질 제고를 위한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나, 현행 의료법 및 보건의료 체계와 직역 간 업무범위를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도 “법률안 제정 추진부터 발의까지 유관단체 논의가 전무해 사회적 갈등이 심각하며, 법령 제정 이전에 합리적인 보건의료체계 구축 방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라며, 반대했다.

대한조산협회는 자체적으로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조산협회 내에서 단독 조산법과 간호ㆍ조산법 제정 중 어느 쪽으로 할지 의견이 대립 중인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은 “최근 간호환경 변화에 대응해 국내 보건의료에 있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간호인력의 업무과 역할을 보다 명확히 한다는 측면에서 그 취지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국외 입법례를 살펴보면,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의 경우에도 간호인력에 관해 별도의 개별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국외 간호 관련 법 체계
국외 간호 관련 법 체계

다만, 전문위원실은 “우리나라의 경우 그 동안 모든 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을 포괄하는 의료인 및 의료업을 ‘의료법’에서 통일적으로 관리해 왔다는 점에서 현행 의료인 중 간호인력만을 제외해 별도의 법률로 규율하는 것은 현행 법 체계에 부합하지 아니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므로, 간호인력을 규율하는 법률의 별도 제정은 현행 보건의료 법률 체계 개편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한편, 세부 조항 중 ‘간호사 업무범위’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김상희의원안은 간호사가 의사 등의 ‘처방하에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김세연의원안은 간호사가 의사 등의 ‘지도하에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참고로 현행 ‘의료법’은 간호사가 의사 등의 ‘지도 하에 진료의 보조’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 역시 간호협회만 찬성하고, 보건당국과 의료계, 병원계는 부정적인 검토의견을 밝혔다.

대한간호협회는 “의사의 ‘진료 보조’ 활동에 국한된 협소한 의미에서 벗어나 간호사가 자신의 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간호서비스의 내용 보장 및 국민건강권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간호사의 업무를 기존 의료법의 ‘진료 보조’에서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확장할 경우 간호사만의 독자적 의료행위가 이뤄질 우려가 있다.”면서, 반대했다.

대한병원협회도 “제정안과 같이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할 경우 간호사가 주도해 실시할 수 있는 의료행위나 영역이 확장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의료사고가 증가하거나 환자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라며, 반대했다.

보건복지부는 “간호법안 및 간호ㆍ조산법 상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므로 법안 제정에 앞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전했다.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 역시 직역 간 업무 범위의 구체적인 설정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위원실은 “각 제정안에서 간호사가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고령화 등에 따른 간호서비스 수요 확대를 고려해 간호사가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영역을 설정하려는 취지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현행 ‘의료법’ 상 ‘진료의 보조’는 ‘의사가 주체로 돼 진료행위를 하는 데 있어서 그 지시에 따라 옆에서 보조하는 것’을 의미하는 바, 각 제정안에서 간호사가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의사의 처방 또는 지도 하에 간호사가 주체가 돼 진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로 보인다는 것이다.

전문위원실은 다만, “현행 보건의료법령 체계 하에서 간호사의 독자적인 업무영역을 설정하게 될 경우에는 의사 등 타 직역의 업무영역과의 충돌을 야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제정안에 따른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의 범위와 관련해 타 직역과의 논의를 통해 직역 간 업무 범위의 구체적인 설정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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