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 상 의료기관의 구분 중 요양병원의 정의에서 정신병원을 제외하는 방안에 대해 보건당국과 병원계가 모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신병원을 요양병원에서 분리하는 것이 타당한 측면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이 적합한지는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지난 4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최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정신병원의 입원일수별 입원환자 현황(단위: 명)*자료: 정신건강현황 예비조사 결과보고서
정신병원의 입원일수별 입원환자 현황(단위: 명)*자료: 정신건강현황 예비조사 결과보고서

당초 ‘의료법’은 병원급 의료기관을 구분하면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제5호에 따른 정신의료기관 중 정신병원에 관해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아 정신병원이 일반 ‘병원’으로 분류되고 있었으나, 2009년 1월 정신병원이 ‘요양병원’으로 분류되도록 ‘의료법’이 개정됐다.

그런데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병원을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 중 제19조제1항 후단에 따른 기준(정신의료기관의 시설 및 장비 기준, 종사자의 수 및 자격기준)에 적합하게 설치된 병원’으로 정의하고 있어, 사실상 ‘의료법’에 따른 분류와 관계없이 병원급 의료기관 중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의료기관을 정신병원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정신병원 중 일부는 ‘의료법’ 상 ‘요양병원’이 아닌 일반 ‘병원’으로 개설돼 있는 등 ‘의료법’에 부합하지 않는 종별 분류가 이뤄지고 있으며, 보건의료행정 상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현행 ‘의료법’은 요양병원(정신병원을 포함)의 장이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의료기관 인증을 의무적으로 신청하도록 하고 있는데, 정신병원 중 ‘의료법’ 상 일반  ‘병원’으로 개설된 정신병원의 경우 의무인증 대상 해당 여부가 모호하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노인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의 분류기호부여 과정에서 급성 정신질환자를 노인요양환자로 분류하기도 하고, 요양병원으로 분류된 정신병원에 대해 환자안전관리료를 제외하고 있으나 이 경우에도 ‘환자안전법’에 따라 환자안전 전담요원 배치를 해야 하므로 모순적이며, 지방자치단체에서 정신병원에 노인요양환자 데이터를 요구하기도 하는 등 불합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남 의원은 “현행법의 요양병원 정의규정에서 정신병원을 삭제하고 정신병원을 종래와 같이 병원으로 분류되도록 해 의료기관 평가ㆍ인증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심사 분류 등에서의 혼란을 해소하고, 양질의 정신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전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정신병원을 요양병원에서 분리하는 것이 타당한 측면이 있는 반면, 입원환자 중 상당기간 요양이 필요한 정신질환자가 있을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정신병원을 병원에 포함하는 방안과 정신병원 종별을 별도 신설하는 방안, 현행 유지 중 어떠한 방안이 적합한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신중론을 밝혔다.

대한병원협회도 “정신병원의 의료적 특성, 법체계적 관점에 비춰 정신병원을 병원에 포함하는 방안과 정신병원 종별을 별도 신설하는 방안, 현행 유지 중 어떠한 방안이 적합한지에 대하여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복지부와 같은 입장을 내놨다.

사단법인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는 “의료기관 평가ㆍ인증체계 관련 혼선, 노인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의 분류기호 부여의 혼란 등을 시정하기 위해 개정이 필요하다.”라며, 개정안에 찬성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정신병원이 ‘요양병원’에서 제외될 경우 인증 신청 의무 대상에서도 제외되므로 현행 인증 신청 의무를 유지하기 위해 법 제58조의4제2항 추가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한편,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정신병원을 현행 ‘의료법’ 상 ‘요양병원’의 정의에서 제외해 일반 ‘병원’으로 일관성 있게 분류하도록 하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정신병원의 경우 주로 급성기 환자보다는 장기 치료가 필요한 입원환자 중심으로 의료를 행하는 병원이라는 점에서 요양병원과 유사한 측면은 있으나, 정신질환자에 대한 의료의 특성을 고려해 정신건강복지법 상 별도의 관리체계가 마련돼 있고, 요양병원의 환자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포괄수가(정액수가)가 적용되는 반면, 정신병원의 환자에 대해서는 행위별 수가가 적용되고 있어 요양급여비용 산정 체계가 상이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현행 ‘의료법’에서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은 별도로 구분하는 것이 타당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위원실은 다만, “개정안에 따르더라도 정신병원의 ‘의료법’ 상 종별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가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와 관련된 혼란을 제거하고 법 체계적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에 관한 기본법인 ‘의료법’에 정신병원의 정의를 신설하고, 정신건강복지법에서 해당 정의를 인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이어 “정신질환자에 대한 의료의 특성, 정신병원에 대한 독자적 관리체계 마련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향후 정책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전문위원실은 또, “개정안을 반영할 경우 현행법 상 의료기관 의무인증 대상에서 정신병원이 제외되게 되므로, 현행과 같이 정신병원을 의료기관 의무인증 대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행법 제58조의4제2항을 함께 개정해 의무인증 대상에 ‘정신건강복지법’ 상 정신병원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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