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결정권을 부여하고, 퇴원한 응급입원 정신질환자가 자ㆍ타해 위험성이 있는 경우 경찰관에게 접근제한 등의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이 추진중이지만, 당사자인 경찰과 환자단체 모두 반대의견을 전해 주목된다. 반면, 보건당국과 소방당국은 각각 ‘일부수용’과 ‘수정수용’ 입장을 밝혔다.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담아 발의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법 개정안’은 최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현행법상 강제입원(비자의입원)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43조), 행정입원(제44조) 및 응급입원(제50조) 등 세가지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보호의무자 2명 이상의 신청으로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진단 결과 정신질환자가 자ㆍ타해 위험으로 인한 입원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시키는 제도다.

행정입원은 기초자치단체장이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에게 진단의뢰한 정신질환자가 자타해 위험이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인정하는 경우 기초자치단체장이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시키는 제도다.

응급입원은 자ㆍ타해 위험 가능성이 크고 급박한 상황의 정신질환자를 발견한 사람이 경찰관 및 의사의 동의를 받아 정신의료기관의 장에게 입원을 신청하면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정신질환자를 3일 이내 기간 동안 강제로 입원시키되, 입원 이후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입원필요성 진단을 거쳐 입원 유형 전환 또는 퇴원을 시키는 제도다.

개정안은 이 중 범죄경력 조회 결과 재범 우려가 큰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에 대한 응급입원 제도를 도입하고, 퇴원자가 자ㆍ타해 위험이 있을 경우 격리조치 등 대응책을 도입하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개정안에 따르면, 자ㆍ타해 위험성이 큰 정신질환 추정자를 발견한 경찰관은 반드시 해당자의 범죄경력을 조회해야 하며, 범죄경력 조회결과 범죄경력이 존재하고 재범의 우려가 큰 경우이거나 정신질환으로 자ㆍ타해 가능성이 크고 급박한 경우 입원 의뢰를 시킬 수 있다.

또, 응급 입원 이후 입원 필요성이 없어 퇴원한 사람이 자ㆍ타해 위험성이 있는 경우 경찰관이 접근제한 또는 격리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개정안에 반대하며 현행 유지를 주장했다.

경찰청은 먼저, 응급입원 시 범죄경력조회 의무화와 관련해 “당사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법익의 균형성을 위반할 소지가 있으며 인권침해, 침해 최소성 원칙 위반 등 논란의 여지도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또한 경찰관 단독으로 응급입원이 가능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도 “의료 비전문가인 경찰관이 환자의 입원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환자에 대한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라며, 반대했다.

위해 우려 퇴원자의 접근제한ㆍ격리조항에는 “자ㆍ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해서는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근거로 경찰관이 현장에 대한 합리적 판단에 근거하여 보호조치를 하거나 위험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서, “의무적 접근제한ㆍ격리조치를 규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주장했다.

정신질환 당사자 단체인 ‘파도손’도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파도손은 “경찰이 범죄행위와 관련 없는 사안에 강제입원의 주체가 되는 것은 인권침해 논란 소지가 크다.”라고 우려했다.

특히, 경찰은 정신질환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전문지식이 부족하고 일상적으로 지역에서 발생하는 주취자, 가정불화, 층간소음 등 지역민원 해결수단으로 작동할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파도손은 또,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진단으로 퇴원이 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찰관의 판단으로 접근제한, 격리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진단 자체를 무의미한 절차로 전락시킬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일부수용’ 검토의견을 통해 “정신과적 전문성이 부족한 경찰이 신속히 응급입원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필요성이 있어 경찰관의 판단에 따라 범죄경력 조회가 가능할 수 있도록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의료 비전문가인 경찰관이 환자의 입원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퇴원 후 위해행위를 반복하는 사람은 격리조치가 아니라 다시 응급입원 등 절차를 진행할 수 있어 불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소방청은 응급입원 시 응급입원에 동의한 경찰관만 환자를 이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응급환자의 경우에만 구급대원이 호송하도록 하는 ‘수정수용’ 입장을 내놨다.

한편,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정신질환 추정자의 자타해 위험 행위로 인한 사회의 안녕에 대한 위해를 다각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개정안의 입법 취지는 의의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개정안의 조문 내용이 모호해 다의적 해석을 가능하게 하며(안 제50조제3항), 정신건강복지법의 입법목적과 체계에 어긋나는 점(안 제50조제9항)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전문위원실은 “안 제50조제3항은 범죄경력 조회 후 정신질환 추정자를 입원시키는 주체가 누구인지 생략돼 있어 불명확하므로 이를 구체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만약 경찰관이 입원결정의 주체라면 정신의료기관의 장에게 응급입원 결정권을 부여하고 있는 안 제50조제5항과 충돌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안 제50조제5항은 안 제50조제3항에 따라 ‘입원결정’된 사람에 대한 응급입원 결정권은 여전히 정신의료기관의 장에게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안 제50조제3항에 따라 재범자 등에 대한 응급입원의 유형을 새롭게 만들 실익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문위원실은 이어 “안 제50조제3항에 따라 (경찰관이) 입원결정을 하는 대상 중 자ㆍ타해 위험성 있는 사람이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경력이 존재하고 정신질환으로 인해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크고 급박한 상황’에 있는 사람인지, ‘정신질환으로 인해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크고 급박한 상황’에 있는 사람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안 제50조제9항은 응급입원 퇴소 이후 퇴소자가 위해행위를 반복하거나 위해행위의 우려가 큰 경우에는 접근제한ㆍ격리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경우에는 현행법에 따라 다시 응급입원을 시키거나 행정입원 등 기타 입원을 통해 정신질환자를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시켜 정신질환자의 건강과 사회의 안녕을 유지하는 것이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효과적인 대응 방안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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