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시,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에 의한 입원 필요성 진단을 예외적인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방문진단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정신질환자 진단ㆍ입원 등의 과정에서 경찰 또는 구급대원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중이지만, 경찰과 의료계는 난색을 표했다. 반면, 보건당국과 환자단체는 찬성해 논의결과가 주목된다.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지난 5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최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현행법상 강제입원(비자의입원)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행정입원 및 응급입원 등, 세 가지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보호의무자 2명 이상의 신청으로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진단 결과 정신질환자가 자타해 위험으로 인한 입원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시키는 제도다.

행정입원은 기초자치단체장이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에게 진단의뢰한 정신질환자가 자타해 위험이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인정하는 경우 기초자치단체장이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시키는 제도다.

응급입원은 자타해 위험 가능성이 크고 급박한 상황의 정신질환자를 발견한 사람이 경찰관 및 의사의 동의를 받아 정신의료기관의 장에게 입원을 신청하면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정신질환자를 3일 이내 기간 동안 강제로 입원시키되, 입원 이후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입원필요성 진단을 거쳐 입원 유형 전환 또는 퇴원을 시키는 제도다.

개정안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중 정신질환자가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진단을 거부하거나 정신의료기관 또는 정신요양시설 방문을 거부하는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방문진단으로 입원 필요성을 진단할 수 있도록 하고,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방문진단을 비롯한 진단 및 입원 과정에서 경찰관 또는 구급대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과 의료계는 반대 입장을, 보건당국과 환자당사자 단체는 찬성 입장을 밝혔다.

경찰청은 “정신질환자 호송 역시 의료의 영역이므로, 응급입원과는 달리 급박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데도 단순히 자타해 위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 비전문가인 경찰이 호송하도록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며, 현행 유지를 주장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질환자 자택에 의료인의 방문은 매우 위험한 행위로, 의료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경우 정신응급의료팀이 함께 출동하며, 일본은 지정의에게 공무원 직위를 부여하고 공무원과 함께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의학회는 또, “민간 의료기관에까지 왕진의 방문진단의 의무를 부여하는 개정안은 전례를 찾기 힘들며, 민간 의료기관의 진료 여건상 실제 수행이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수정수용’ 입장을 내놨다.

먼저, 방문진단과 관련해서는 “입법취지에는 공감하나, 전문의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가 우려된다.”면서, “방문진단의 근거는 명시하되, 정신의료기관의 사정에 따라 방문진단을 할 수 있도록 수정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공권력 호송에 대해서는 “정신의료기관에 가는 것을 거부하는 환자를 병원에 이송할 때 공권력이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각종 인권침해사례 다수, 가족의 부담 증가하고 있어 입법취지에 공감한다.”라고 판단했다.

복지부는 다만, 현재도 자ㆍ타해위험이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경찰 등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고, 지역사회가 아닌 정신의료기관 내부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안에 경찰이 개입하는 어려운 만큼, 적절한 개입범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신질환 당사자 단체인 ‘파도손’도 수정 수용을 전제로 개정안에 대해 찬성했다.

파도손은 “경찰은 정신질환자가 자ㆍ타해 위험성이 있을 경우 이에 대한 보호조치 및 정신질환자 호송요청 업무에 보다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방문진단 요청에 따를 수 없는 정신의료기관등은 소재지 관할 보건소에 이를 통지하고 보건소에서 방문진단 가능한 정신의료기관등을 수배해 보호의무자에게 연락하는 등 연계체계를 조문화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은 개정안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신건강 인프라 구축 등 선행요건을 제시했다.

전문위원실은 “현행법상 정신질환자가 자발적으로 정신의료기관 등을 방문하지 않으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절차를 합법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데, 개정안은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소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절차의 실효성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그 입법 취지는 타당해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현행법은 응급입원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대면진단에 의하지 않고는 정신질환자를 정신의료기관ㆍ정신요양시설에 입원ㆍ입소를 시킬 수 없도록 하고, 이 의무를 위반한 사람에게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보호의무자가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기 위해서는 ▲입원 시도일 기준 30일 이내 정신의료기관에서 발급받은 진단서가 있거나, ▲입원 시도일 당일 정신질환자가 정신의료기관을 방문하는데 동의해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대면진단을 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실제로 상당수의 정신질환자는 정신의료기관 등의 자발적 방문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고, 현실에서는 응급이송업체가 보호의무자의 동의를 받아 이들을 정신의료기관등에 강제로 이송해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대면진단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런 관행에 대해 지난해 법원은 “보호의무자가 정신질환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입원을 시키기 위해선 정신건강법 제43조에 따른 요건이 갖춰져야 하고, 이는 입원을 위한 강제이송에도 필요하다. 보호의무자의 이송요청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설 응급환자 이송서비스 업자가 정신건강법이 정한 요건을 갖췄는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주거에 들어가거나 강제로 이송하는 경우 주거침입죄와 감금죄가 성립한다.”라고 판시해 보호의무자의 요청이 있더라도 전문의 입원 결정 없이 정신질환자를 강제 이송하는 것은 위법한 것으로 결정했다.

전문위원실은 “이와 같은 판례의 입장을 따를 때, 정신의료기관 방문을 거부하는 정신질환자에게는 사실상 ‘보호의무자의 의한 입원’ 절차를 진행할 수 없어 이 제도는 형해화될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신질환자를 지속적으로 지켜보는 사람이 보호의무자라는 점에서 이들은 정신질환자의 예후를 가장 정확하게 살펴볼 수 있는 사람이고, 그런 점에서 정신질환자 본인의 치료와 사회의 안녕을 유지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비자의입원의 한 유형으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행 법률이 예상하지 못한 제도 운영상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예외적인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방문진단을 도입하려는 개정안은 필요한 입법으로 판단된다.”라고 전했다.

전문위원실은 다만, “방문진단이 실현ㆍ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지역별로 적정하게 배치ㆍ활동해야 할 것이므로 개정안의 내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신건강 인프라 구축도 같이 진행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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