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김세연)는 지난 2일 보건복지부를 대상으로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 돌입했다. 여야 위원들은 미리 다짐한대로 정책국감을 약속하며, 국감이 정쟁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했다. 야당위원들이 왜 이렇게 ‘전의가 없느냐’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차분하게 진행됐다. 일부 위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자녀 문제를 거론하며 언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이내 자제하며 정책질의에 집중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문재인케어와 의사면허 관리, 의대정원 증대, 의료전달체계 개편, 리베이트 등의 현안에 대한 질의가 나왔다.

▽야당 “문케어는 실패한 정책”에 집중
야당 의원들은 현 정부의 대표적인 보건의료정책인 이른바 ‘문재인케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주력했다. 당초 정부의 목표와는 달리 부작용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은 “문케어를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의료이용 남발, 대형병원 쏠림현상 등의 부작용이 생겼다.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KDI가 마치 어용기관처럼 실손보험에 6% 정도 반사이익이 생기는 만큼 실손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고 발표했었는데, 그래서 실손보험료가 낮아졌나.”라고 반문했다.

같은 당 윤종필 의원도 “병원비 걱정없는 나라가 아니라 건강보험료 인상을 걱정하는 나라가 됐다.”라며, “건보 재정은 8년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건보료 인상은 계속될 것이다. 국민적 동의를 얻어가며 점진적으로 개선할 것을 촉구했는데, 정부는 국민환심 사기에 급급해 건보재정 뿐 아니라 시스템마저 무너뜨리는 상황이 됐다.”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또, 건보공단이 잘못을 감추는데 급급해 여론조사 회사와 유도질문지를 만들어 국민 절반이 문케어에 찬성한다는 거짓결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정책 홍보에 115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썼다고 일침했다.

한국당 김승희 의원 역시 “복지부는 비급여를 급여화하면 의료기관의 비급여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최근 손해보험사 발표자료에 의하면 비급여가 오히려 늘었고 급여 본인부담금도 증가하고 있다.”라며, “의료 이용이 증가했기 때문인데, 이건 어떻게 설명하겠나.”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이어 “의학적 필요가 있는 비급여를 모두 급여화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이 없는 한 비급여 영역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는데 결론적으로 오히려 더 늘었다.”라며, “결국 문케어는 목적 달성을 못하고 실패한 것이다. 비급여 영역이 늘어나는 한 목표했던 보장률 70%는 물거품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박능후 장관은 “여러 지적에 대해 깊이 생각하겠다.”라면서도, “다만 보장성 강화 자체에는 모두 찬성한 걸로 안다. 방법론과 속도 문제인데, 현재 OECD 평균 보장률 80%에 비해 우리나라가 좀 낮다. 가능한 확대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또, 박 장관은 “건보 재정도 걱정하는데, 애초보다는 좀 나은 형편으로 꾸려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당초 추계했던 예산에 비해 집행률이 50~60%대로 저조하다며, 보장성 강화 속도가 느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장관은 “초기에는 비급여의 급여화 과정에서 보상 등의 문제 때문에 의료계와 상당한 협의가 필요해 집행률이 떨어졌다.”라며, “올해부터 적어도 80% 가까이 올라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종신직? 의사면허 관리 맹비판
이날 국감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의사면허 관리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복지부는 관리 강화를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 심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최근 발생한 낙태 사고 등을 언급하며, 의사면허 관리 제도개선을 주문했다.

2015년 이후 성범죄로 징계 받은 의사 사례
2015년 이후 성범죄로 징계 받은 의사 사례

같은 당 맹성규 의원도 “최근 5년 간의 의사 징계처분 건수를 전수 조사한 결과 실제 성범죄에 대한 의사 징계가 모두 경징계에 그쳤고, 면허 취소 처분에 대한 재교부 역시 너무 쉽게 이뤄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맹 의원은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에 대한 자격관리는 보다 엄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성범죄에 대한 단호하고 강력한 처벌은 시대적 요구이자 흐름이다.”라며, “의사 징계 처분에 대한 전수 조사 결과를 통해 성범죄 등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가 드러난 만큼, 국민이 납득하고 안심할 수 있는 보다 강화된 자격관리 방안 마련을 위해 의료법 개정 등 복지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기동민 의원도 “의사가 성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아도 의사면허가 유지되는 등 현행 의료법은 의사면허 취소나 취업 제한에 관대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개전의 정(소명서) 등을 평가할 별도 심의 기구 없이 복지부가 자체 재교부 심사를 하고 있어 면허 재교부도 어렵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의사 면허 관리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기 의원은 “의사면허 재교부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림에 있어 심의위원회 등의 의견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제도적 개선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 역시 “진료중 성범죄 의료인은 자격정지가 유일한 대책인데, 2018년 8월 이전에는 불과 1개월이던 것이 12개월로 상향됐다. 하지만 최대 1년이 지나면 여전히 대책이 없다.”라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미국의 경우 성범죄로 형이 확정되면 면허정지, 의사면허가 박탈되고 재취득이 불가능하다. 독일은 의사면허 취소가 가능하다.”면서, “이처럼 외국은 처벌이 강화된 특별법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12개월이 지나면 어떤 짓을 해도 제한할 수 없다. 진료중 성범죄 의료인에 대한 면허박탈을 검토해 보라.”고 주문했다.

또한 김 의원은 국민불안 종식을 위한 대안으로 수술실, 진료실 CCTV 설치를 주장하며, “의사협회의 반대가 있지만, 어린이집 CCTV 설치 당시에도 엄청난 반대에 부딪혔었다. 의사의 우월적인 권위 때문에 안된다는 논리로 미뤄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장관은 “성범죄 의료인 처벌강화와 관련한 법안이 6개 발의돼 있다.”면서, “법안 논의에 적극 참여해 (법안이) 성사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수술실 CCTV와 관련해서는 “워낙 논란이 많아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경기도에서 일부 시행중인데 예의주시하고 있다.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사회적 반발, 실효성 여부 등을 보고 있는데, 보면서 차차 결정하겠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의사인력 증원 주장, 지역구 챙기기?
이날 국감에서는 의사인력 부족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의대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지역구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돼 ‘지역구 챙기기’ 꼴이 됐다.

2015년 이후 성범죄로 징계 받은 의사 사례
2015년 이후 성범죄로 징계 받은 의사 사례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2007년 의대정원 동결 이후 의사 부족현상이 심각하다. 저출산 고령사회로 인한 의료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의대 정원을 최소 2,000명 증원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장관은 “의사인력 증원은 복지부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게 아니다.”라고 토로했지만, 오 의원은 “정부 의지가 제일 중요하지 뭐가 중요한가. 의사협회가 그렇게 무섭나. 최장수 장관하면서 그동안 의사인력 증원을 위해 뭘 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의원은 특히 인구 160만인 충북 지역 의대 정원이 49명에 불과하다며, 적어도 150명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의원의 지역구는 충북 청주시서원구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도 “우리나라 의사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복지부가 증원 요청조차 하지 않은건 직무유기다.”라고 비판하며, “2000년 이후 동결된 의대 정원을 확대해 의사부족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복지부가 책임있게 의사인력 확충에 대한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0년간 보건의료관련 학과 입학생 증원요청 현황
10년간 보건의료관련 학과 입학생 증원요청 현황

윤 의원은 또, “전남에 유일하게 의대가 없다. 관련 연구용역이 진행 중인데, 결과가 나오면 잘 반영하라.”고 주문했다.

박능후 장관은 “의약분업 과정에서 정부와 의사협회가 의대 정원을 동결하는 조항이 있었다는데 확인해 봐야 한다. 하지만 의사인력 문제는 의대 정원 늘리는걸 스타트로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국감 단골메뉴 되풀이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마다 등장한 의료전달체계 개편, 복수차관제, 직역간 갈등, 리베이트 관련 지적은 올해도 어김없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대형병원 환자 대기일수 문제를 언급하며, 이로 인해 전공의법을 지킬 수 없는 여건이 되며,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장관은 “한 달전 의료전달체계 단기대책을 발표하고, 중장기 대책을 마련 중이다.”라며, “원리는 대형병원, 특히 상급종병이 경증환자를 받았을 땐 병원에 마이너스가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경증환자를 받을수록 불리하게 수가체계를 개편하겠다는 목적인데, 개편안 발표 이후 대형병원의 반발이 많다.”라고 토로했다.

박 장관은 “그러나 계속 그런 방향으로 추진해서 대형병원 스스로 경증환자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은 복수차관제 도입 문제를 언급했다.

이 의원은 “장관이 보건 분야 대답할 때와 복지 분야 대답할 때가 다르다. 장관이 보건 분야가 좀 취약한데 중요한 분야다. 복수차관을 도입할 생각이 없나?”라고 물었고, 박 장관은 “이 문제는 정부조직법을 바꿔야 하고 정부정책에 큰 부담을 주는 일이다.”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그건 방법론적 얘기고, 필요하냐는 것이다. 국무회의에서나 대통령에게 건의해 봤나?”라고 거듭 질의했고, 박 장관은 “저는 배포가 작아서 실장 하나를 늘려서 그 분야를 강화하겠다는 말은 했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의사, 한의사 등 보건의료계 직역 간 지속되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직역 갈등별로 전담 TF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의원은 “보건의료 직역 간 갈등이 첨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국가 입장에서나 치료를 받는 국민 입장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직역 간 갈등별로 정부부처ㆍ국회ㆍ직능단체별ㆍ학계 등 전문가로 이뤄진 전담 TF를 구성해 1~2년 내 갈등을 해소할 각오로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장관은 “직역 개별적으로 만나면 갈등이 풀릴 것 같다가도 함께 만나면 난감한 상황이 있다.”라며, “여러 형태의 직역간 협의체를 만들었고 합의에 거의 도달했다가 불발된 사례도 있었다. 좀 더 노력하겠다.”라고 답했다.

같은 당 인재근 의원은 의료계의 불법 리베이트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면서, 복지부가 제약사로부터 경제적이익 지출보고서를 한 건도 제출받지 못한 사실과 약한 처벌조항을 지적했다.

박능후 장관은 “경제적이익 지출보고서 제도가 2018년부터 시행됐다. 2018년 자료가 올해 3월까지 작성하도록 돼 있으니 이제 거의 작성됐을 것 같다. 얼마나 작성됐는지 확인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장관은 “직역단체 의견을 수렴해 의료인의 면허번호 대신 의료인 정보를 지출보고서에 추가하도록 했고, 처벌조항은 200만원 이하 벌금을 1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하는 개정안을 추진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인 의원은 또, “리베이트 규제 강화에 따라 일부 제약사는 영업대행사를 통해 우회적인 리베이트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제약사의 개입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영업대행사를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라며, “우회적 리베이트 제공을 막기 위해서는 영업대행사도 지출보고서 의무작성 주체로 포함하고, 처벌규정도 강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늘(4일)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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