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라니티딘 사태’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1일 “우리나라 의약품 안전관리의 총체적 위기를 그대로 보여준 참사”라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 보건복지위원 일동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의사협회는 먼저, 150만명의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는 다빈도 처방 의약품의 위험성을 식약처 스스로 먼저 알아내려는 노력 없이, 미국과 유럽 등 외국의 발표 결과에 따라 뒤늦게 조사에 나선 점을 비판했다.

의사협회는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와 동일하다. 물론, 연간 7조원의 예산을 사용하고 전일제 직원만 2만명 가까이 이르는 미국의 FDA와 우리나라의 식약처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매번 이렇게 외국의 발표 결과에만 의존해야 한다면 과연 식약처는 왜 존재하는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위협을 인지한 후의 대처가 중구난방이었다고 지적했다.

당초 지난달 16일 발표시에는 먼저 시행한 검사결과에서 문제의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다가, 10일만에 원료의약품 7종에서 모두 NDMA가 검출됐다며 전면적인 판매와 처방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의사협회는 “이 과정에서 엄청난 혼란이 야기됐다.”면서, “정확한 검사결과를 확인하고 전문가 의견을 확인해서 조치해도 늦지 않은데, 신속하게 대처하는 척 하기 위해서 일부 검사결과만 발표했다가 스스로 입장을 뒤집은 꼴이 된 것이다.”라고 질타했다.

의사협회는 ‘발사르탄 사태’ 때에도 서둘러 주말에 발표를 했다가 월요일부터 의료기관이 마비가 되는 혼란이 있었으며, 처음 발표했던 의약품 리스트가 축소돼 다시 혼란을 유발하기도 한 점을 언급하며, “내실 없이, 보여주기에 급급한 아마추어 행정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의사협회는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식약처의 ‘무능’보다도 ‘안이한 태도’다.”라며, 발사르탄 사태 때에도 어설픈 대처로 비난을 받으면서도 ‘신속한 대처’였다며 자화자찬을 하더니 이번에도 또 스스로 칭찬을 하고 나섰다고 일침했다.

위협을 먼저 찾아낼 정도의 역량이 없다면 최소한 성실하고 빈틈없는 대처라도 해내야 하는데, ‘뒷북’을 치면서도 매번 공치사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협회는 “발사르탄 사태때도 수많은 국민과 의료인에게 혼란을 줬으면서도 제대로 된 대응 매뉴얼을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라며, “발암물질보다 국민을 더 분노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식약처의 무능하면서도 뻔뻔한 태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협회는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식약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다. 식약처가 허가해 준 약을 믿고 처방한 의사들의 불신 역시 마찬가지다.”라며, “환자와 함께 의사 역시 이 사태의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쏟아지는 환자들의 의문과 불만, 오해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의사들의 몫이다. 언제까지 식약처의 이 같은 ‘발암행정’의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 근본적인 혁신은 정말 불가능한 것인지, 의료계는 묻고 싶다.”라고 반문했다.

의사협회는 식약처를 향해 “어설픈 대응을 해놓고 뻔뻔하게 자화자찬할 것이 아니라 진정 국민과 의사가 믿을 수 있는 식약처로 거듭날 수 있도록 처절한 혁신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라며, “이러한 중대한 사태가 두 번이나 반복됐다는 것은 단순히 능력의 부족이나 실수의 차원이 아니라, 조직과 시스템에 어떤 중대한 결함이 있을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제를 찾아 체질을 개선하고 충분한 전문인력 확보와 조직개편을 통해 식약처가 의료계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국민건강 수호의 파트너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정부와 국회 역시 식약처가 내실을 기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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