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건복지부는 의료전달체계 개편 단기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명칭을 ‘중증종합병원(가칭)’으로 바꾸고 경증환자 비율을 낮추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형병원에 경증환자가 몰려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러한 정부 대책에 대해 의료계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환자들이 ‘응급의료센터를 대형병원 외래 또는 입원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통로로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응급실 환자 100명 중 53명은 경증환자이며, 중증환자는 7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1일 중앙응급의료센터의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자료를 통해 2016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 및 지역응급의료센터 방문환자 중 경증환자의 비율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4년간 응급실 방문환자 현황(권역센터+지역센터)*중앙응급의료센터 제출자료, 김상희의원실 재구성
최근 4년간 응급실 방문환자 현황(권역센터+지역센터)*중앙응급의료센터 제출자료, 김상희의원실 재구성

4년간 응급실 방문환자수는 2016년 550만명, 2017년 554만명, 2018년 578만명, 2019년 상반기 276만명으로 지속 증가추세에 있었다.

이 중 경증환자의 비율은 2016년 304만명으로 전체 환자의 55.4%로 나타났고, 2017년 305만명 55%, 2018년 318만명 55%, 2019년 상반기 148만명 53.5% 점차 감소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응급실을 이용해야 할 중증환자의 경우에도 2016년 8.3%, 2017년 7.4%, 2018년 6.9%, 2019년 상반기 6.9%로 지속 감세추세로 나타났다.

반면, ‘중증환자로 의심’되는 환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36.3%, 2017년 37.6%, 2018년 38.1%, 2019년 상반기 39.6%로 경증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지만 중증으로 분류하기도 애매한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상급종합병원이나 300병상을 초과하는 종합병원 중 지정하는데, 이들은 ‘중증응급환자 중심의 진료’를 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최근 4년간 권역응급의료센터 방문환자 현황*중앙응급의료센터 제출자료, 김상희의원실 재구성
최근 4년간 권역응급의료센터 방문환자 현황*중앙응급의료센터 제출자료, 김상희의원실 재구성

전국적으로 36개 의료기관이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돼 있는데, 이들 센터의 중증환자 비율을 살펴보았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 경증환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조금 낮은 편이지만 전체적인 추세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총 179만명이 방문했는데, 이 중 경증환자가 89만명으로 49.7%, 중증환자는 19만명으로 11%였고, 2017년 179만명 중 경증환자 46.3%, 중증환자 10.4%, 2018년 188만명 중 경증환자 45.7%, 중증환자 9.6%, 2019년 상반기 91만명 중 경증환자 43.9%, 중증환자 9.6%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중증환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긴 하지만, 전체적인 추세와 유사해 법에 명시된 업무가 무색할 지경이다.”라고 지적했다.

2019년 상반기동안 경증환자가 50% 이상인 권역응급의료센터*중앙응급의료센터 제출자료, 김상희의원실 재구성
2019년 상반기동안 경증환자가 50% 이상인 권역응급의료센터*중앙응급의료센터 제출자료, 김상희의원실 재구성

또한 36개 권역응급의료센터별 현황을 살펴본 결과, 이 중 1/3인 13곳은 경증환자 비율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순천향대학교 부속 부천병원은 응급실 방문환자 3만 1,810명 중 경증환자가 1만 9,332명으로 60.8%나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목포한국병원 57.7%, 의료법인 안동병원 55.9%, 조선대학교병원 55.4%, 단국대학교의과대학부속병원 54.8%, 차의과대학교 부속 구미차병원 54.1%, (학)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53.9%,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53.4%, 경북대학교병원 52.6%, (학)울산공업학원 울산대학교병원 52.0%, 인하대학교의과대학부속병원 51.9%, 제주한라병원 50.7%, (의)의료재단길병원 50.4% 순으로 나타났다.

일명 ‘빅 5’ 병원 중 유일하게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받은 서울대학교병원의 경우, 총 3만 5,887명의 방문환자 중 1만 3,248명이 경증환자로 36.9%를 차지하는 반면, 중증환자는 4,368명으로 12.2%로 나타났다.

2019년 상반기 경증환자가 가장 많았던 지역응급의료센터 상위 10곳*중앙응급의료센터 제출자료, 김상희의원실 재구성
2019년 상반기 경증환자가 가장 많았던 지역응급의료센터 상위 10곳*중앙응급의료센터 제출자료, 김상희의원실 재구성

전국적으로 155개 의료기관에 지정돼 있는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상황이 더욱 나빴다.

2019년 상반기에 경증환자가 가장 많았던 지역응급의료센터 상위 10곳을 살펴본 결과, 하남성심병원의 경우 총 1만 149명의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했는데 이 중 91.5%인 9,282명이경증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병원 역시 1만 2,612명 중 1만 1,039명이 경증환자로 87.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복지부는 2015년 메르스사태 이후 후속조치로 응급실 과밀화 해소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복지부는 비응급환자나 경증환자가 대형병원 응급실로 유입되는 것을 줄여나가겠다고 했으나, 경증환자 비율은 크게 줄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김상희 의원은 “2015년 복지부가 발표했던 내용 중 ‘환자 스스로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을 때에는 응급실 전문의료인력이 사전 분류단계에서 중증도를 판단해 비응급 환자는 중소병원 응급실로 회송하도록 한다’던 계획은 4년이 지난 지금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라며, “의료전달체계 개편안 시행과 함께 응급의료체계도 확실히 손을 봐야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확실히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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