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이 정신질환자를 ‘행정입원’시키는 권한을 경찰에게도 부여하는 방안이 추진중이지만, 보건당국과 경찰, 정신질환자 당사자 모두 반대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앞서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은 지난 4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최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현행법상 강제입원(비자의입원)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행정입원 및 응급입원 등 세 가지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보호의무자 2명 이상의 신청으로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진단 결과 정신질환자가 자타해 위험으로 인한 입원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시키는 제도이다.

행정입원은 기초자치단체장이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에게 진단의뢰한 정신질환자가 자타해 위험이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인정하는 경우 기초자치단체장이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시키는 제도이다.

응급입원은 자타해 위험 가능성이 크고 급박한 상황의 정신질환자를 발견한 사람이 경찰관 및 의사의 동의를 받아 정신의료기관의 장에게 입원을 신청하면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정신질환자를 3일 이내 기간 동안 강제로 입원시키되, 입원 이후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입원필요성 진단을 거쳐 입원 유형 전환 또는 퇴원을 시키는 제도이다.

입원ㆍ입소자 입원유형별 분포(단위: 명, %)*주: 국가 정신건강현황 3차 예비조사 결과보고서(2017)
입원ㆍ입소자 입원유형별 분포(단위: 명, %)*주: 국가 정신건강현황 3차 예비조사 결과보고서(2017)

개정안은 이 중 행정입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를 행정입원 형식으로 강제 입원 시킬 수 있는 권한을 ‘경찰’에게도 부여하려는 내용이다.

행정입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정신질환자 입원치료 비용 및 정신질환자 관리 감독 책임을 부담해야 하므로 활용도가 높지는 않다. 실제로 ‘(구)정신보건법’에 따른 입원ㆍ입소 유형 현황을 살펴보면, 행정입원은 전체 입원 중 0.1% 내외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수용 곤란’ 입장을 전했다.

경찰이 시장ㆍ군수ㆍ구청장과 같은 권한을 가진다면 같은 책임(관리책임, 비용부담 등)도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나, 이는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찰청도 검토의견을 통해 ‘수용 곤란’하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사회적 편견 심화 우려 및 응급입원과 달리 급박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행정입원 주체에 규정할 실익 없다.”라고 주장했다.

정신질환 당사자 단체 ‘파도손’도 수용곤란하다고 전했다.

파도손은 “경찰이 범죄행위와 관련 없는 사안에 강제입원의 주체가 되는 것은 인권침해 논란 소지가 크다.”라고 우려했다.

특히, 경찰은 정신질환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전문지식이 부족하고 일상적으로 지역에서 발생하는 주취자, 가정불화, 층간소음 등 지역민원 해결수단으로 작동할 위험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개정안에 따르면, 행정입원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이 늘어나게 돼 가령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이 행정입원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경찰이 행정입원을 시키는 경우와 같이, 행정입원이 활성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확대돼 자타해 위험성이 있는 정신질환자 관리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입법 취지는 타당해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비용분담 등 행정입원을 저해하는 요인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과, 조문 체계상 오류가 있다는 점은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행정입원권을 국가행정기관인 경찰에 부여하더라도, 기관 예산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행정입원에 따른 정신질환자 치료 비용부담으로 국가(경찰)가 행정입원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동일하게 있다는 것이다.

현행 법률은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를 알게 된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나 정신건강전문요원이 기초지방자치단체장에게 진단ㆍ보호 신청을 하도록 하고, 그 신청을 받은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이 다시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에게 진단을 의뢰하고, 그 진단 결과 입원 필요성이 인정되면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이 행정입원 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개정안은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이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에게 진단을 의뢰하는 단계까지는 개정하지 않아 기초지방자치단체장만 진단을 의뢰할 수 있도록 하되, 진단 결과 입원 필요성이 인정되면 행정입원 결정권을 경찰에게도 부여하려는 내용이다.

전문위원실은 “이 경우, 기초지방자치단체장에게 정신질환자 진단을 의뢰받은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그 진단 결과를 자신에게 진단을 의뢰하지 않은 다른 행정기관인 경찰에게 송부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경찰에게 행정입원권을 부여한 제도 도입의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만약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두 기관에게 진단 결과를 송부하더라도, 동일한 진단 결과에 대한 입원 결정을 서로 다르게 할 경우 향후 인신구속에 대한 손해배상 등의 소송과정에서 입원 결정을 내린 주체가 과도한 부담을 질 우려가 있어 오히려 행정입원을 미룰 가능성이 있으며, 두 기관이 행정입원 결정을 동일하게 내린 경우에도 비용부담 관계 등의 실무적인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전문위원실은 “따라서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를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에게 진단의뢰하는 권한부터 경찰에게 부여해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에게 진단을 의뢰한 기관이 진단 결과에 따라 각각 행정입원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한편, 최근 정부는 중증정신질환자 관리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행정입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향후 행정입원에 따른 비용을 지방자치단체에 국비보조로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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