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이 임신ㆍ출산과 관련해 모성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근본적으로는 인력부족이 문제로, 정부가 지원하는 모성정원제 도입과 문화 개선 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ㆍ진선미 의원, 자유한국당 김세연ㆍ이명수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이 지난 2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한 ‘의료기관 간호사의 모성보호 실태와 해결방안을 위한 토론회’에서다.

이날 안종기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기획조정실장은 의료기관 간호사의 모성보호 노동여건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최근 3년 내 임신, 출산 경험을 가진 전국 병원 근무 간호사 4,733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여성노동자가 80% 이상인 의료기관의 경우 20∼30대 가임기 여성이 70%에 달해 모성보호가 우선시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임신ㆍ출산 경험 간호사 10명 중 4명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을 사용해 본 경험이 없다는 비율이 36.7%로 여전히 높았다. 사용하지 못한 이유로는 ‘직장 분위기상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없어서’가 33.8%로 가장 높았으며, ‘인력이 부족해 동료들에게 불편함을 끼칠 수 있어서’가 25.6%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임신ㆍ출산 경험 간호사 중 21%는 인사상 불이익까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임신ㆍ출산 간호사들의 임신결정 자율성도 없다는 응답이 33.9%에 달했다. 자율적 임신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동료에게 업무가 가중되기 때문에’가 64.1%로 가장 많았다.

간호사들의 모성보호제도 사용 역시 미미한 수준을 나타냈다. 한 개도 사용하지 못했다는 간호사가 27.1%를 넘었으며, 사용하더라도 대부분 1~3개 정도 사용했고, 9개 제도 모두를 사용한 경우는 0.2%에 불과했다. 특히, 임신 중 초과노동을 경험한 비율 역시 38.4%로 달했다.

모성보호제도는 모성 보호, 육아지원 등을 위한 제도로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 등에서 모성보호와 관련된 법안으로, ▲(임신)근로 금지 시간 및 쉬운 근로 전환 ▲(임신)태아건강검진 ▲(임신)근로시간 단축제도 ▲(출산)출산전후 휴가 ▲(출산)출산전후 휴가 급여 ▲(출산)배우자 출산휴가 ▲(육아)육아시간 보장 ▲(육아)육아휴직 ▲(육아)육아휴직 급여 등, 9개 제도가 있다.

안 실장은 “모성보호제도가 제대로 구축되고 운용되기 위해서는 인력부족의 문제, 과도한 업무량의 문제, 동료에게 업무가중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부담 등이 해소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성보호제도를 장려하고 정서적ㆍ제도적으로 배려하는 조직문화 구축과 조직적 내면화, 임신순번제나 임신ㆍ출산ㆍ육아휴직 후 원직복직의 불가능 등 지금까지 여전히 존재하는 반모성보호제도 노동환경의 개선과 일터의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오선영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국장은 모성보호를 위한 대안으로 ‘모성정원제’를 제안했다.

오 국장은 공공의료기관 육아휴직 대체충원 방안과 관련, “대부분의 공공의료기관이 비예산조직으로 대체충원에 따른 인건비가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경영상황을 고려해 모성보호에 필요한 충원인력만큼 정규직 정원을 신청하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성정원제는 매년 임신과 출산, 육아휴직으로 발생하는 결원 인력을 병원별로 미리 책정해 별도 정원으로 채용하는 제도로서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등 발생시 인력 공백이 없이 바로 숙련된 대체인력 투입이 가능해 저출산 시대에 모성보호와 일-가정 양립을 위한 좋은 일자리 창출 방안이자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오 국장은 “최근 3년간의 육아휴직자에 대한 평균 결원인력을 고려해 별도 정원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고, 비예산조직이라 하더라도 모성정원에 대한 인건비는 별도로 지원해 대체충원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민간병원의 경우에도 의료서비스의 질과 환자안전, 노동인권 보호를 위해 적정인력을 고려한 정원규정을 두도록 하는 것을 의무화, 모성정원을 별도 관리하도록 하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사례를 중심으로 간호사의 모성권 보장을 위한 법ㆍ제도적 인프라 구축방안을 제안했다.

박 위원에 따르면, 일본의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정책과 정책 추진체계 등은 ‘간호사 등의 인재확보촉진에 관한 법률’과 ‘간호사 등의 인재확보 촉진을 위한 조치에 관한 기본적인 지침’ 등에 근거해 이뤄지고 있다.

박 위원은 우리나라도 법ㆍ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해 독립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발표한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의 실질화 등 간호인력의 처우 개선을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간호인력의 처우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하는 독립법률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의 ‘간호사 등의 인재확보 촉진에 관한 법률’도 우리처럼 간호인력의 처우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을 계기로 제정됐으며,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과 안정적 재정지원 등을 통해 간호사 처우가 개선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추진체계 강화를 위해 보건복지부 내 간호정책을 전담하는 전담부서를 설치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간호인력 업무전담 TF가 구성돼 있는 상황에서 향후 간호정책담당관(과)로 확대 개편되는 것이 업무의 지속성과 안정성, 체계성 등에 있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박 위원은 “일본의 경우 후생노동성 의정국 내 간호과가 설치돼 있다. 이 과에서는 간호사 교육, 간호사 등의 양성, 신입 간호직원 연수, 특정행위에 관계하는 간호사의 연수, 간호직원의 확보, 간호의 자질향상, 조산사 관련 시책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박 위원은 “간호인력의 모성권 보장을 위해서는 3교대 및 야간근로, 시간외 근로 등 불규칙하고 장시간 노동하는 노동환경의 개선이 필요불가결하다.”라며, 구체적인 방안으로 ▲1일 2교대 가능성 모색 ▲다양한 근무형태의 도입과 근로조건의 차별 금지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시간과 휴게시간 준수, 중장기적으로는 근로시간 특례적용 폐지 ▲근로행정 감독의 강화 등을 제시했다.

지정토론에서 유재선 대한간호협회 이사도 간호사 모성보호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강조하며,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했다.

유 이사는 “의료기관의 경우 여전히 인력부족에 따른 업무 부담과 조직 문화의 특성으로 직장분위기가 모성보호 노동여건 개선의 장애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라며, “간호사들의 경우 임신을 한다 해도 초과근무 또는 야간근무를 하는 실정이고, 병원환경 상 임산부라고 해서 업무의 양이 줄어들지도 않고, 높은 수준의 업무 강도로 인해 유(조)산, 사산 등이 발생하며 이로 인해 즉시 이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가임기 간호사의 이직으로 결원이 발생하면 신규간호사로 충원하게 되고 이는 또 다시 업무 중 신규간호사 교육으로 간호사들에게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이어지는 노동행태의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근무환경 개선 ▲국가 차원의 단기고용 형태 도입 ▲직장 분위기 개선 및 간호조직 문화개선 홍보 캠페인 시행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을 위한 간호단독법 제정 등을 제시했다.

병원계는 간호사의 모성보호 강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모성정원제를 의무화하거나 간호단독법안을 만드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부회장은 “모성정원제는 좋은 아이디어지만 병원장 입장에서 봤을 때 잠깐 휴직하는 비율을 명확하게 고정적으로 정할 수 있나 의문이 든다.”라며, “병원별로 재량에 의해 탄력적으로 해보자고 하면 현장에서 검토될지 모르겠다. 병원의 인력상황 등을 고려해 강제보다는 탄력적으로, 필요한 곳에 적용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간호단독법 제정에 대해서도 “모성보호나 인력 효율성, 근로자 권익 보호 등을 위한 법은 괜찮겠지만, 간호법 문제는 좀 어렵다. 간호협회는 찬성해 달라고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내부적으로 묻기도 했는데, 대부분 간호법 내용 자체에 거부감이 있진 않다. 제일 걱정하는 건 병원 안에 여러 직능이 있는데 각 직능마다 단독법으로 나아가면 어떻게 하겠냐는 우려다.”라고 말했다.

또한 정 부회장은 지방 중소병원의 인력 부족 문제를 호소하며, “모성보호는 병원계 혼자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지 못 한다. 관련법 한 두개를 개정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건 병원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는 구조가 뭔지, 정부와 관련단체가 협력하는 것이다. 사회전반적 인식 변화도 같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현재 다양한 모성보호 정책이 시행중이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걸 인정하며, 간호사가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가족친화 문화가 확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홍승령 보건복지부 간호정책 TF팀장은 “간호인력 부족에 대한 압박도 있고, 간호대학 입학정원 증대, 면허간호사 수 증대에 대한 우려도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는 간호조무사를 제외한 간호사 면허자 수가 OECD 평균 활동간호사 수보다 적은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홍 팀장은 “이처럼 간호사 수 자체도 인구대비 적은데, 그 중 임상현장에서 일하는 비율이 50%가 안 된다. 60대 이상 인력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유휴인력 중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또, “간호사가 임상에서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어야 의료서비스 질이 유지되고 높아진다. 모성정원제는 그런 고민에서 나온 방안인 것 같다.”면서, “부처간 협업과제를 통해 간호사들이 더 일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어 “오는 10월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시행된다. 보건의료 종사자 처우와 직접 관련이 있는 법이다. 장기근속지원사업이 있지만 아직 구체화 안돼서 준비를 못하고 있는데, 법이 시행되면 그 체계 하에서 각종 계획과 사업 등을 고민할 것이다.”라며, “간호사가 많기 때문에 간호사 중심 대책을 먼저 개발할텐데, 다른 여성 직종과의 불필요한 갈등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박혜원 여성가족부 인력개발과 사무관은 “2016년 경력단절여성 실태조사 결과, 종사업종 비율을 보니 보건사회 업종이 12%로 4위를 차지했다.”라며, “고령화 등 사회 변화로 간호사 수요가 높아지고 있고, 간호인력은 여성고용의 주된 업종이므로 생산가능 인구를 늘리는 부차적 효과도 있어 간호사 모성보호 강화는 국가정책적으로도 중요한 이슈다.”라고 말했다.

박 사무관은 이어 “여성가족부는 가족친화적 문화, 모성보호제를 잘 쓸 수 있는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라며, ‘가족친화인증제도’를 소개했다.

모성보호제를 잘 쓰는 기업에 금리우대, 정부사업 가산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로, 현재 3,000여 개 이상 기업이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이 중 병원, 의료기관을 포함한 간호사가 종사하는 기관은 50여 개에 불과해 2% 정도밖에 안되는 상황이며, 그나마 절반 이상은 공공기관, 공공단체라 의무적으로 인증을 받아야 하는 곳들이다.

박 사무관은 “모성보호가 제대로 안되는 건 대형, 수도권보다는 지방, 사립, 민간이 더 많은데, 이런 부분은 아직 부족하다.”라며, “여가부도 여성 다수업종에서 가족친화 문화가 확산되도록 정책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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