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협회를 법정단체로 인정하면 간호인력 간 역할과 업무에 혼란을 가져오며 갈등이 심화되고, 의료의 질 문제도 생겨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법률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또, 간호조무사단체를 법제화할 만큼 중앙회로서의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고, 법제화는 권리가 아닌 규제가 강화되는 것이므로 굳이 법제화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민주주의와 복지국가연구회(대표의원 강창일ㆍ인재근)는 2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국민건강과 환자안전을 위한 간호체계 정립방안 토론회-의료법상 의료인 단체의 법적 성격과 역할을 중심으로’를 개최했다.

앞서 간호조무사협회는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개최한 ‘바람직한 간호인력 역할 정립과 상생방안 정책토론회’를 통해 간호조무사협회의 법정단체화를 주장했다.

이번 토론회는 간호협회의 맞불작전으로 보이지만, 신경림 간호협회장은 직역간 갈등으로 보는 시선을 경계했다.

신 회장은 “이번 토론회는 각 직역의 입장이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법학자, 변호사 등 각계 전문가를 모시고 국민 건강권이라는 대전제 하에 법리적인 측면에서 최근 현안을 짚어보고 토론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 및 역할은 의료법에 분명하게 나와있다. 간호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도 각자 본연의 지위에 적합한 역할이 있다고 본다.”라고 역설했다.

신 회장은 “간호협회장으로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갈등 구도로 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러한 갈등의 근본원인이 과거 낙후된 보건복지시스템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때문이며,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인력으로서 언제까지나 간호사와 함께해야 할 인력이기 때문이다.”라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국민과 환자를 위한 의료인단체의 모습이 무엇인지,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하는지 바른 해답을 찾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주호노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수직적 업무의 분업관계라고 강조하며, 간호인력인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각각 중앙회를 두는 것보다는 법률에 근거해 각자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주 교수는 또, 중앙회의 당사자 능력, 의료인단체의 설립주체로서의 당사자능력 유무에 대한 판단기준은 독자적인 전문지식체계 하에 회원 강제가입 전제, 의료질관리 능력: 교육권, 징계권, 보수교육능력, 자율규제능력 등인데, 간호조무사가 중앙회 설립시 당사자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전문지식체계와 질관리 능력이 결여될 뿐만 아니라, 보수교육 능력, 자율규제 능력도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지정토론에 나선 김종호 호서대학교 법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보다 강력한 목소리로 간호조무사단체 법정화를 반대해 청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김 교수는 “간호조무사단체를 인정하게 되면 사실상 의료인 대우를 요구하게 될 것이고, 결국 국민건강이 볼모로 잡힐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행 의료법은 의사법이 아니므로 완전히 해체해서 새롭게 구성하는 보건의료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의료법에 간호 관련 조항은 몇 개에 불과하다.”면서, 간호단독법 제정으로 근본적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의료인의 사명은 임무의 공공성에 있으며, 이는 의료인 각자가 면허에 따른 의료행위를 성실히 수행함에 따라 가능하다.”라며, “의료의 질적 수준 향상이 중요한데, 간호조무사가 중앙회를 설립하면 의료질관리가 이뤄질까?”라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오히려 정치적 갈등, 다툼만 빈발할 뿐, 의료질 관리와는 상관 없을 것이다.”라며, “간호조무사 중앙회 설립을 허용한다고 그들의 책임이나 역할이 증대되는것도 아니다. 오히려 주도권 싸움을 걸어오고, 간호협회와 마찰만 더 빈번할 것이다. 한지붕 두가족 상황에서 갈등은 불가피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거듭 “간호조무사 단체를 법정화하는 것은 특정직역의 이해만 대변하는 졸속안이다. 개혁의 필요성이 모든 개혁의 목적을 정당화 할 수는 없다.”라며, “직역이기주의에 의해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 환자와 국민을 볼모로 삼아선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의료법에 의해 법정단체화하는 것은 권리를 얻는 것이 아닌, 규제만 강화될 뿐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송진호 대한간호협회 자문변호사는 “민법상 법인의 설립주의 중 의료인 등 전문직에 적용되는 강제주의는 공익상 목적이 높을 때 도입하는 것인데, 간호조무사단체도 강제주의로 규정하면 오히려 여러 의무가 생긴다.”라고 밝혔다.

설립과 가입이 강제되고, 중앙회가 복지부에 여러가지 협조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송 변호사는 “이에 따라 간호조무사에게 자연스레 의무가 부과될 것이다. 의료법상 단체로 규정해 강제주의를 도입하면 오히려 간호조무사의 권리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단체 설립으로 권익 신장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의료법에 의한 의료인단체는 규제 측면이지, 권리를 주는게 아니다.”라며, “정책에서 배제되는 등의 문제도 의료법 때문은 아니다. 정책입안자의 의지, 태도, 간호조무사의 요구와 목적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법정단체와는 상관 없다. 굳이 의료법상 의료인단체와 동일하게 할 필요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간호조무사단체를 특별히 규제할 이유도 없고, 두 단체가 생기면 갈등이나 대립만 생길 것 같다.”라며, “장기적으로는 간호협회 회원 자격을 유연하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 크게는 간호조무사와 간호사의 교육체계, 지위 등을 통합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부회장도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게 최선의 길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의료법에서 모든 규정을 세밀하게 할수록 전문가단체의 족쇄가 되고 발전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다.”면서, 간호조무사 법정단체화에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송 부회장은 이어 “간호사와 조무사, 간호와 보조의 문제 뿐 아니라 진료와 진료보조까지도 고민하면서 풀어나가야 한다. 의료행위는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과거에는 당연히 의사의 행위라고 생각하는 것도 지금은 간호사의 진료보조영역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커졌다.”라며,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의료법상 조항을 탄력성 있게 해석해야 직역의 전문성을 담아낼 수 있다. 유연성 있게 봐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정부는 현재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중인 만큼 신중한 입장을 전하며, 양 직역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자고 당부했다.

손호준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중앙회는 아니지만 간호조무사협회도 있다. 의료인단체로서의 권한과 의무는 없지만,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서 필요한 만큼 의료인단체에 적용되는 규정을 일부 준용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손 과장은 간호조무사단체 법정화와 관련, “의료인단체를 준용하는 규정으로 법안이 발의됐는데, 간호조무사는 의료인이 아니므로 의료인단체를 준용하는 것은 맞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법정단체화하는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중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의료법이 상당히 복잡하고 당초 법이 출발했던 것에 비해 많은 것을 포괄하고 있다. 법에 모든걸 담는것은 맞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의료법과 의료기사법 외에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없다보니 여러 직역간 업무범위 문제 등이 현장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손 과장은 “이런 문제들이 완벽히 해소될 것 같진 않고 계속 조정해야 할 것 같은데, 법정단체화 관련해 국회에서 의견을 모아달라.”고 역설했다.

또한 “의료법 규정, 해석에 따른 어려움 등을 보면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특히 간호행위 측면에서는 가장 전문성을 가진 간호사집단, 간호협회가 중심이 돼 간호인력이 같이 활동할 수 있는 상생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하며, “정부도 그런 논의의 장이나 방향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함께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간호조무사 법정단체화 방안을 담은 최도자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 3월과 7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돼 두 차례 논의가 이뤄졌지만,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 등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중이다.

특히 7월 논의에서는 복지부가 대안까지 마련해왔지만, 여전히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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