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시론ㆍ칼럼
기사인기도
전공의 교육 투자가 진정한 안전망 확보선진국 형 교육 개념 ‘환자의 안전이 곧 의사의 안전’에서 출발
헬스포커스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19.09.26 10:35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21세기 초반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여러 나라에 의료와 교육 분야에서 엄청난 변화를 일으킨 것은 바로 미국의학한림원(Institute of Medicine)의 유명한 ‘To error is human’ 이라는 환자 안전에 관한 보고서의 출간이었다. 환자의 안전에 직결되는 핵심 요인으로 우선 안전한 의료인과 안전한 의료시스템의 구축이 가장 주요한 사안으로 등장했다. 지금도 많은 경우에서 전공의에게 충분한 사전교육 없이, 그리고 적절한 지도감독 없이 실무 현장에 투입하는 일이 거의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충분한 교육 없이 전공의 현장 투입은 학도병 훈련 없이 전쟁터로 내모는 일과 같아
얼마 전 영국에서 이제 막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전공의에게 새로운 환경의 병원 근무가 시작되고 전공의를 뒤에서 지원해야 할 전문의(consultant)는 근무지가 아닌 다른 도시에서 다른 형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여기에 더해 소아병동에서 ‘DNR’ 환자와 침상이 바뀌는 바람에 소생 가능한 소아환자는 그만 안타깝게도 생명을 잃고 말았다고 한다.

매우 드물게, 영국의 검찰은 이 전공의에게 살인 혐의를 씌워 기소하였으나, 불행 중 다행으로 추후 무죄가 입증됐다고 한다.

한 사람의 신참 전공의가 아닌 환자안전을 위한 병원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으나, 용케도 해당 병원은 그 책임에서 빠져 나갔다는 사회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도 3월에는 대학병원에 가지 말라는 뼈 있는 농담 속에는 진실의 일부를 담고 있는 경험에 의한 대학병원 사용지침에 관한 비공식적인 권장사항이 내포돼 있는 것이다.

속칭 ‘초턴’이라 불리는 신참 인턴과 통상 주치의라고 불리는 전공의 1년차가 자신이 소속한 과의 업무에 익숙하거나 정통할리 없고, 이들을 뒤에서 지원하는 2차적 당직제도도 정상 작동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전문성 없이 법 추진 남발 결국 교각살우로 의료 생태계 망칠 것
이런 현상은 세계 어느 나라의 대학병원이나 교육병원이라면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요즘 표현으로 ‘웃픈 현실’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이런 부정적인 상황을 해소해 보려는 노력이 전문직 집단이 아닌 다른 집단에서 앞장서는 모습은 우리나라 전문의 집단이 갖는 취약점이기도 하다.

국회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이 환자보호에 대한 지나친 열정을 견지한 나머지 의학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배경에서 가장 흔하게 설계해 내놓은 법안은 전문의 이외 진료를 제한하자는 희한한 법안을 앞세우며 마치 자신이 불특정 다수의 많은 환자를 위해 큰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전문지식의 배경이 없는 의원이 의료와 교육에 관한 자연스러운 생태계의 순환구조를 무시한 발상으로 우리나라는 향후 역량이 뛰어난 전문의를 배출할 수 있는 길이 막혀버리는 것으로 환자의 안전보다는 양질의 전문의 양성 중단이라는 사회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반사회적 법안의 발의자라는 점은 간과하는 것 같다.   

극소수 의사 잘못에만 초점 맞춘 여론몰이 식 징벌 법안 악화가 양화 구축하는 꼴  
많은 반교육적인 법안이 국회에서 끊임없이 발의되어 일부는 법안으로써 생명을 얻기도 하고 일부는 생겼다

결실을 맺지 못하고 없어지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어떤 국회의원도 의사양성을 위한 방안모색은 하지 못한다.

의사 잘못에 대한 처벌강화로 일관하는 이들의 사고방식은 곧 우리사회의 수준을 이야기하기도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환자안전에 대한 조치로 선진국의 조치는 전공의교육에 대한 재검토, 병원 내 환자안전을 위한 각종 장치와 제도 도입 등 의료인의 처벌과는 거리가 있는 생산적인 정책과 조치였다.

대표적으로 중증환자를 다루고 중요한 사회적 국가적 자산인 대학병원의 전공의 교육과 진료를 위한 지원이었다.

우선 ‘선 교육 후 진료정책’으로 의과대학 졸업 후 전공의가 취할 수 있는 진료범위 내에서 진료 전 우선 교육해야 할 중요한 역량에 대한 교육을 먼저 실시하고 교육의 실시로 끝나는 것이 아닌 역량 강화를 위한 숙련도의 점검까지 모두 포함한 매우 엄격한 평가 과정을 교육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선진국의 환자안전 첫 번째 조치 실질적인 전공의 교육에서 합리적 답을 찾다
일부 전문적인 의료의 수준은 전공의가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렵고 힘든 상황이 전개되는데 문제는 이런 상황이 늘 규칙적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닌, 간헐적이고 또한 예측불허한 상황이 많다는 점이다.

그리고 전공의 교육을 담당하는 전문의가 휴가, 학회, 출장, 다른 환자서비스에 묶여 있을 경우 이런 상황에 대한 교육의 기회가 없다는 점이다. 결국 교육기회 포착의 어려움은 임상적으로 드물고 위험한 상황에 대한 전공의의 무능력을 만들어 낸다. 

이런 연유로 이제 현대적 전공의 교육에서 새로운 대안적 방법으로 출현한 시뮬레이션 교육이 각광을 받고 있다.

물론 실제의 상황은 아니지만, 세월이 갈수록 좋은 기술의 출현으로 이제 실제상황과 거의 동일한 상태에서 정규 교육과 훈련이 가능해진 것이다. 조종사나 우주인의 시뮬레이션 교육은 아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교육도 교육 후에 이뤄지는 엄격한 평가를 바탕으로 교육 내용에 대한 숙련도 평가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지도 전문의 직, 간접 교육 바탕 전공의 숙련도 검증과 향상이 기본 과정
북미에서 전공의 생활을 하는 우리나라 의과대학 졸업생이 전하기를 전공의 평가에 대한 엄격함이 너무나 가설적이고 성취하기 어려워 보이나 최소한 자신의 근무를 같이 지켜보고 평가하는 전문의가 옆에 있다는 사실에 전공의 교육의 변화를 실감했다고 한다.

전공의가 하는 특정 직무에 대한 평가를 반드시 전문의의 직접적인 관찰에 근거한 평가를 요구하나 현재는 7:3 정도로 간접적인 평가가 오히려 더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전공의 직무를 옆에서 30%가 아닌 10%라도 지켜보고 그 숙련도를 평가하는 전문의를 갖추고 있는 대학병원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대부분 상급 전공의가 지켜 볼 수는 있어도 공식적인 환류를 주는 실질적이면서 엄격한 평가는 아닌 것이다. 

1년차 전공의는 간혹 쇄골하정맥주사를 위한 침습적인 처치를 하는데 잘못하면 폐에 구멍을 내면서 자칫 치명적인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것에 대한 대안으로 일부 국가에서는 반드시 이 처치에 대한 수료와 평가증서를 제출해야 비로소 환자에 대한 처치를 허용한다.

외과계열 1년차는 반드시 외상환자 처치에 대한 교육수료와 평가증서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상센터 근무는 할 수 없다. 

환자의 안전망 확충은 ‘先 교육 後 진료 시스템’에서 자연스레 배양
선진국이라면 어느 나라나 응급실, 외래 등은 노인환자들로 북적인다. 노인 환자 하나를 보는데 들어가는 시간도 많이 걸린다.

그러나 전공의가 진료에 참여하는 경우 지도전문의는 시간을 재촉하기 보다는 전공의에게 차분히 환자를 보고 교육적 논의와 환류를 받도록 한다고 한다.

선 교육 후 진료의 원칙이 환자의 안전과 의사의 안전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새로운 전공의 교육에서 전공의 역량의 발달과정을 매우 구조적으로 기술하고 전공의가 목표 수준에 도달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전공의의 발달 정도를 특수 직무에 의한 평가로도 추적이 가능하게 됐다.

이런 현대적인 개념의 전공의 교육은 이제 전공의 교육의 종료시점에 어느 정도의 전공의가 목표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는지도 찾아내고 전공의 교육프로그램의 취약성도 찾아낸다. 

미국의 경험에서 현재의 전공의교육 발달은 전공의교육 종료시점에서 약 20%의 전공의는 목표수준 미달이라는 보고를 내어 놓고 있다.

그리고 전공의 출신을 검토하여 전공의가 받은 교육 프로그램의 특성과 전문의시험의 합격률 분석에 의해 전문의로 단독 활동 시기에서 의료과오를 일으킬 확률도 연관성이 있음을 밝혀냈다.

수련의 숙련도 증강 등 정부 재정 지원에서 교육 풍토 쇄신해야 바뀔 수 있어
환자의 안전은 곧 의사의 안정이기도 하다. 환자가 안전하지 않으면 결코 의사도 안전할 수 없다.

의사 개인의 과오가 아니라도 의료시스템의 문제로 인한 부정적인 의료결과도 의사에게 책임을 추궁하려는 사회적 현상도 경험하고 있다.

그럼에도 선 교육 후 진료라는 원칙은 환자나 의사 모두에게 매우 유용한 명제임은 틀림없다.

선 교육을 위해서는 지도교수의 시간과 노력, 고비용 시뮬레이션 교육, 병원에서 벗어난 별도의 교육공간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교육을 위한 재정적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의료에 관한 모든 부정적인 것은 엄벌에 처하거나 방지용 규제로는 의료는 절대로 좋아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의료가 정권확보의 선전도구가 되어버린 이 마당에 사회나 국회를 설득하는 일 조차 우리 의료계가 짊어진 업보로 우리나라의 근대화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기술국가의 전공의 교육의 근대화, 그리고 현대화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 생각처럼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부자나라인 산유국은 현대적인 전공의 교육을 처음부터 도입해 정착시켰고 이런 사실은 몇 몇 선진국의 자극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현대적인 전공의교육을 실현한 몇 안 되는 나라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대적 경험을 거쳤다는 사실과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못한 이웃 나라들도 전공의교육 선진화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환자의 안전망 확충을 위한 전공의 교육의 직접 투자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

헬스포커스  webmaster@healthfocus.co.kr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헬스포커스의 다른기사 보기
icon주요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