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1세기 치료법’과 관련, 우리나라도 최근 제정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시 첨단바이오의약품 허가ㆍ심사 역량 강화, 조건부 허가된 의약품에 대한 안전관리 방안 마련 등 우리 실정에 알맞은 구체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은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최근 ‘외국입법 동향과 분석’에 게재한 ‘미국 첨단바이오의약품 개발 관련 법률 제정의 의미-21세기 치료법 제정의 내용 및 시사점’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미국의 ‘21세기 치료법(이하 Cures Act, 21st Century Cures Act)’은 의약품, 의료기기 등 의료 제품의 개발을 가속화하고, 의료 제품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2016년 12월 13일 제정됐다.

‘Cures Act’는 환자 중심의 의약품 개발과 관련해 개발과정에서 환자 참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규제 과정에서 환자 경험 데이터 사용을 정의하고 표준화하기 위한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일반적인 신약 개발 및 승인 과정에서는 안전성 및 유효성이 실질적이고 과학적인 증거를 통해 입증될 수 있도록 잘 통제된 임상시험을 실시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종전 법체계는 임상시험에 관해 제약사(sponsor), 연구자(researcher), 규제 기관을 주요 이해관계자로 설정할 뿐, 실제 환자의 관점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Cures Act’는 의약품 개발에 있어 환자의 참여(환자, 가족 및 간병인, 환자 단체, 질병연구 재단, 연구자 및 의약품 제조업체 포함)를 강조해 질병 상태에 있어 관련 요법이 환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 치료와 관련된 환자의 선호도와 관련된 데이터를 포함하도록 했다.

‘Cures Act’는 임상시험에 있어서 표준적인 증거 기반 의약품(EBM, Evidence-based medicine) 개발에 사용돼 왔던 무작위 임상시험에 의해 생성된 자료 이외에 실제 증거(RWE, Real-world evidence) 형태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자의 증상, 전반적인 정신상태, 질병이 환자의 신체 기능에 작용하는 효과 등을 포함하는 임상 결과 평가 관찰 데이터, 사례 기록, 환자등록체계(Registry) 또는 의료기록을 통한 데이터 마이닝 결과, 설문 조사 및 논문 등을 시판 전후 평가를 위해 제출할 수 있게 됐다.

또한 RWE를 평가할 수 있도록 수집 방법, 우선순위 분석 등의 표준 프로그램 제작을 추진하도록 했다.

‘Cures Act’는 컴퓨터, 모바일 장치, 웨어러블 및 기타 바이오 센서를 사용해 대량의 건강 관련 실제 데이터(RWD, Real-world data)를 수집하고 저장하는 것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러한 데이터를 의료 환경에 활용하려는 지속적인 움직임을 반영했다.

RWD는 임상 설정, 환자 상태가 치료 효과 및 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를 비교적 자세히 제공하기 때문에 치료제 개발, 환자 치료, 건강 관리 체계에 대한 연구 등에 활용될 수 있다.

또한, 무작위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과 비교하여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동시에 좀 더 많은 환자 집단과 관련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불확실한 품질과 출처의 대규모 데이터를 병합하거나, 부적절한 분석 도구 및 방법론을 사용할 경우 부정확하거나 신뢰할 수 없는 결과를 도출할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은 ‘Cures Act’의 시행과 함께 병원 자료, 보험청구자료 및 환자등록체계 등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조화시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시스템을 연구하는 대규모 분산된 연구 네트워크를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Cures Act’에는 재생의료 요법(Regenerative Medicine Therapy)에 대해 ‘세포치료, 조직공학치료, 인체세포와 조직 제품, 치료법과 제품이 동시에 사용된 복합제품’이란 정의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재생의료요법이고 중증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에 사용하며, 예비 임상 근거로 미충족 의료를 해결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첨단재생의료 치료제(RMAT, Regenerative Medicine Advanced Therapy)로 지정될 수 있다.

의약품이 RMAT로 지정받은 경우 FDA와의 협의를 통해 신속 승인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했다.

‘Cures Act’의 신속 승인 제도를 구체화하기 위해 FDA는 지난 2월 ‘중증상태에 대한 재생의료요법을 위한 신속 프로그램(Expedited Programs for Regenerative Medicine Therapies for Serious Conditions)’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패스트 트랙 지정, 획기적인 치료 지정, 재생의료요법 치료제 지정, 우선 순위 검토 지정, 가속승인의 재생의료요법이 이용 가능한 5가지 신속 프로그램을 다루고 있다.

FDA에 따르면, RMAT 지정신청건수는 2017년 31건, 2018년 47건, 2019년 6월 30일 기준 30건으로 매년 증가 양상을 보이고 있다. RMAT 지정 결과는 승인 약 35.6%, 거부 약 53.4%, 보류 약 11%를 나타냈다.

치료제 종류별 신청 현황에서는 동종세포치료제가 약 45.2%로 가장 많은 신청이 있었으며, 그 뒤로 자가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순으로 나타났다.

질환별로는 신경계, 종양, 심혈관계 순으로 나타나 다빈도 질환이 아닌 항암제를 비롯한 특수질환 치료제의 경우가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Cures Act’의 시행으로 인한 재생의료요법에 대한 표준 확립으로 미국 내 RMAT를 개발하려는 제약사들이 좀 더 수월하게 허가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입법 효과가 적절히 발휘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RMAT 지정 결과 및 요청 현황*자료: Regenerative Medicine Advanced Therapy Designation(FDA, 2018년 9월 13일)*주: 2016년 12월 13일~2018년 9월 12일 간의 자료
RMAT 지정 결과 및 요청 현황*자료: Regenerative Medicine Advanced Therapy Designation(FDA, 2018년 9월 13일)*주: 2016년 12월 13일~2018년 9월 12일 간의 자료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8월 27일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첨바법)’이 제정돼 오는 2020년 8월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첨바법은 기존 의약품과는 다른 특성을 갖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특수성을 반영해 허가 및 안전관리 체계를 별도로 마련한 것으로,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활성화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신속처리 지원을 통해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완화하고 전주기 안전관리를 강화해 국민 건강 향상에 기여하고자 제정됐다.

특히 대체치료제가 없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환, 희귀질환, 그 밖의 난치질환 등을 가진 사람을 임상연구 대상으로 할 수 있으며, 첨단바이오의약품 허가ㆍ심사 시 신속처리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은진 조사관은 “첨바법이 제정되면서 희귀ㆍ난치 질환자에 대한 치료기회 제공, 재생의료 분야 발전, 국제적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의약품 안전성 검증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는 만큼 시행에 앞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 조사관은 “글로벌 제약산업은 환자 중심의 의약품 개발 목표를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면서, ‘Cures Act’는 확대되고 있는 보건의료 기반 환자 중심의 RWD를 활용한 새로운 규제 기준 마련, 재생의료 특성을 고려한 규제 혁신지원 등 합리적인 규제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또한 첨바법이 제정되면서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환, 희귀ㆍ난치성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치료 기회를 확대하고, 재생의료 분야의 국제적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라고 평가했다.

미국에서는 ‘Cures Act’에 따라 기존 약물에 대한 적응증을 추가하거나 새로운 치료제 개발 시 RWE를 제출하는 것에 대한 논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김 조사관은 “규제 완화로 인한 환자 안전성 문제와 치료에 대한 비효율성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를 나타내기도 하는 만큼, 우리나라도 첨단바이오의약품 허가ㆍ심사 역량 강화, 조건부 허가된 의약품에 대한 안전관리 방안 마련 등 우리나라 실정에 알맞은 구체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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