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4일 배포한 ‘진료거부금지 의무의 현황과 과제 연구보고서’를 통해 의료현장의 실정을 반영해 정당한 진료거부 사유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의료법 제15조제1항에 따라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하지 못한다.

이러한 진료거부금지 의무는 의료인의 직업행사의 자유를 제한하고, 정당한 사유의 경우 진료거부가 가능하다고 규정한 의료법의 해석과 적용에 혼란을 가져오는 문제가 있다.

연구소는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합리적인 가이드를 개발함으로써 건전한 의료계약 문화를 촉진하고, 의료인의 직업행사의 자유를 보호함과 동시에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국내 현황을 보면, 진료거부 문제는 환자가 병원의 전원 또는 퇴원 조치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거나 의료기관의 폐업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

법원은 의료인과 환자 측의 사정, 기타 정황을 종합해 진료거부금지 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지만 실제 의료인에게 진료거부금지 위반죄가 인정된 사례는 찾을 수 없다는 게 연구소의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도, 의사법에서 진료거부금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나 처벌 조항이 없어 선언적 규정으로서만 기능한다.

반면, 미국 및 유럽 주요 국가에서는 환자의 폭력행위, 마약류 등 부적절한 치료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의사의 환자 선택권을 인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최근에는 낙태, 피임 시술 등에 있어 의사의 윤리적ㆍ양심적 판단에 따른 진료거부가 가능한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거부 및 인종ㆍ성별ㆍ종교ㆍ성정체성 등을 이유로 하는 차별적 진료거부 등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며 진료를 거부하더라도 환자에게 진료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다른 의사에게 계속 치료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건이 부과되기도 한다.

연구소는 “의료법의 진료거부 금지와 처벌조항은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며, 의료전문가 단체가 주도해 진료계약 문화를 개선하고,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를 구체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특히, 진료거부 금지 의무에 관한 의사윤리지침 개정의 필요성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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