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된 후 법안의 입법예고 기간과 후에 진행한 과정을 통해 밝혀진 발언을 종합해 보면, 보건복지가족부 담당 사무관과 의협 집행부가 의사회원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때부터 줄곧 이 개정안의 추진을 반대해 온 전국의사총연합에 따르면, 의료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된 후 공식의견수렴기간 동안 대한의사협회는 총 네 번의 의견서를 보건복지가족부에 제출하였고, 제출 의견서 전부 원격진료를 1차 의료기관에 한정하는 조건으로 원격진료를 수용하는 의견이었다고 주장했다.

법안의 공고와 의견수렴 기간에 의협의 조건부 찬성 의견서 제출을 협회 회원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 일반 회원들에게 알려진 후 회원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자 대한의사협회는 2009년 9월 17일로 공식의견수렴기간이 마감된 후에 전국을 다니며 설명회를 가지고 2009년 10월 10일 “원격의료 수용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회원들과 토론회를 가졌다.

문제는 이 자리에 토론자로 참석한 보건복지가족부 보건산업정책과 사무관이 “현재 입법절차 중에 있다. 도입하겠다 안하겠다 결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하였고, 당시 사회를 맡았던 좌훈정 의협공보이사와 축사를 한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 두 사람 모두 “지금이 의견수렴기간이며 의협의 공식 입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는 것이다.

당시 회원들은 이 말을 믿고서 토론에 임하였고 회원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힌 의협은 결국 원격진료에 대한 의협의 최종적인 반대 의견서를 보건복지가족부에 제출함으로써 의협은 뒤늦게나마 회원들의 뜻을 수용했다는 명분을 쌓았다. 그러나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은 반대 의견서 제출 후에도 원격의료를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회원들의 따가운 눈총을 사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14일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과정에서 의협의 공식 입장을 묻는 규제개혁위원들의 질문에 대하여 보건산업정책과 박금렬 과장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의 허용에 대한 의협의 공식입장은 찬성”이라고 세 번이나 답변함으로써 논란이 시작된 것이다. 원격진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주무부서인 보건산업정책과의 박금렬 과장과 송규철 사무관은 “보건복지부에서는 공식의견수렴기간 받아들여진 의견서만 유효한 의견서로 인정할 수 있다”며 그 동안 의사들에게 해왔던 말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송사무관은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 다음 날, 과거에 자신이 말했던 “지금이 의견수렴기간이다”라고 말했던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본지가 입수한 지난 해 10월의 토론회와 전화통화 녹취록에 그 말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전국의사총연합 노환규 대표는 지난 해 10월 10일 의협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뿐 아니라 같은 달 20일경, 자신과의 전화통화에서도 “지금이 공식의견수렴기간이다. 입법이 되려면 아직도 여러 절차가 남아있고 개인이든 단체든 얼마든지 의견을 내면 되는 것이다”라며 공식의견수렴기간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측은 이번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절차 전에 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그간 원격진료의 도입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굽히지 않은 의협 집행부와 복지부 공무원들 사이에 모종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는 상황이다.


공무원의 거짓말은 과연 국회의원들의 말 바꾸기처럼 처벌받을 수 없는 치외법권인가?

개인의 거짓말도 상대방에게 재산상의 피해를 주는 경우 사기죄로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입법에 관여하는 행정부서의 공무원은 거짓말에 대해 일반 국민보다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21세기 대한민국의 정치권과 행정부에서는 지금도 거짓말이 난무하고 있다. 과연 거짓말은 고쳐질 수 없는 대한민국의 고질병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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