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일회용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일반폐기물로 전환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심화되고 있다. 논란은 폐기물업계 및 관련연구를 진행한 단국대 김성환 교수 측과 의료계, 환경부의 대립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6월 26일부터 8월 8일까지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환자의 일회용기저귀 중 감염우려가 낮은 기저귀는 의료폐기물 분류에서 제외해 일반폐기물로 처리할 수 있게 하는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며, 현재 법제처 심사 중이다.

김성환 교수
김성환 교수

이와 관련,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 의뢰로 ‘요양병원 기저귀 감염성균 및 위해균에 대한 위해성 조사연구’를 수행한 김성환 단국대학교 미생물학과 교수는 지난 26일 국회 토론회에서 “141개 요양병원에서 배출한 일회용기저귀를 분석한 결과 폐렴구균이 28곳, 폐렴간균이 135곳, 포도상구균이 84곳, 황색포도상구균이 134곳, 칸디다균이 5곳에서 발견됐다.”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런 상황인데도 환경부가 일회용기저귀의 감염성 여부를 정확히 판단해 감염성이 있는 의료폐기물과 감염성이 없는 사업장일반폐기물로 철저히 분리ㆍ배출할 수 있을지 우려가 따를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의료계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의료기관에서 배출한 일회용기저귀 중 감염 우려가 낮은 것을 사업장일반폐기물로 전환하더라도 의료폐기물과 동일하게 보관, 운반, 소각하기 때문에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회장 손덕현)는 27일 공식입장을 통해 “연구 설계단계부터 오류가 있어 발표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라며, “요양병원에서 배출하는 일회용기저귀 중 감염병환자가 배출하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의료폐기물로 분리 처리하기 때문에 감염성균이 발견되더라도 감염성균이 확산될 여지는 거의 없다.”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쟁점은 치매 등 비감염병환자의 일회용기저귀에서 안전을 우려할 수준의 감염성균이 검출됐느냐이며, 따라서 이를 입증하기 위한 정상적인 연구라면 요양병원에 입원한 감염병환자와 비감염병환자의 일회용기저귀 검체를 분리 채집해 감염성균을 분석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요양병원에서 직접 시료를 채집한 게 아니라 의료폐기물 수거운반업체가 수거해 온 전용용기에서 검체를 채집해 해당 일회용기저귀가 감염병환자의 것인지, 비감염병환자의 것인지 확인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협회의 지적이다.

협회는 “환경부가 비감염병환자의 일회용기저귀를 사업장일반폐기물로 배출하도록 하면서도 전용봉투를 사용하고, 의료폐기물과 동일한 방법으로 보관하며, 의료폐기물 전용차량으로 운반하도록 했기 때문에 환경부 안대로 감염 우려가 낮은 일회용기저귀를 사업장일반폐기물로 전환하더라도 분리, 보관, 운반, 소각 등의 과정이 의료폐기물과 다를 게 없어 세균이 나왔다고 해도 전파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사업장폐기물소각장과 의료폐기물소각장은 시설기준도 동일하다는 점에서 서울녹색환경지원센터가 일회용기저귀를 사업장폐기물소각장에서 처리하는 것에 대해 감염 우려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라고 지적했다.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최근 환경부의 연구에 따르면 요양병원의 비감염병환자 500명의 일회용기저귀에서 전염 가능성이 있는 감염균 검출률은 6%에 지나지 않았고, 이는 일반인의 13%보다 낮은 수준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손 회장은 “요양병원은 감염에 취약한 노인환자들이 다수 입원해 있어 급성기병원보다 더 엄격하게 감염 관리를 하고, 격리실을 갖추고 있어 일부 일회용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전환하더라도 충분히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환경부도 같은 날 설명자료를 통해 감염 우려가 낮은 일회용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더라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업계 측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환경부는 “비감염병 환자의 일회용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는 것은 현행 처리체계의 한계로 인해 오히려 감염 위해성이 높은 의료폐기물이 제때 처리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비감염병 환자의 일회용기저귀가 의료폐기물에서 제외되더라도 처리 과정에서의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또, “요양병원 일회용기저귀에 대한 의료폐기물공제조합 측의 연구용역은 연구설계 상 오류로 인해 과학적 근거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다수의 전문가 의견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환경부는 “해당 연구에서 검출된 병원균은 대부분 인체에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상재균’이기 때문에 해당 균의 검출 사실만으로 기저귀의 '감염 위해성'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 견해다.”라며, “개정(안)에 따르더라도, 폐렴구균과 같은 법정 감염병 균이 검출된 기저귀는 기존 체계대로 의료폐기물로 분류된다.”라고 반박했다.

환경부는 오는 9월 16일 국회에서 열리는 ‘의료폐기물 제도개선 토론회(문진국의원실 주최)’를 계기로 환경부에서 추진한 ‘노인요양병원 발생 일회용기저귀의 감염위해성 연구용역’ 결과발표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김성환 교수 연구팀 및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은 지난 30일 환경부 설명자료에 대해 재반박에 나섰다.

이들은 연구설계 오류의 근거로 꼽힌 실험 대조군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요양병원 내 감염병 환자와 비감염병 환자의 일회용기저귀를 대조, 조사해야 한다는 얘기 같은데, 이번 연구는 비감염병 환자가 배출한 일회용기저귀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연구의 시료채취 대상은 감염병 환자가 아닌 비감염병 환자에게서 나온 일회용기저귀(일반의료폐기물)이다. 환경부가 앞으로 이들을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도 감염의 위험이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라며, “실험의 대조군이 없다는 주장은 이번 조사연구의 목적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는 선행연구 차원의 성격이 크다며, 연구결과를 믿지 못한다면 환경부와 요양병원협회, 의료폐기물공제조합, 질병관리본부 등 이해관계자가 모여 공정하게 조사 연구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시료채취 방법 오류와 관련, 기저귀를 요양병원이 아닌 의료폐기물 소각장에서 채취했다는 지적에는 “전국 1,500여 개 중 어느 요양병원을 시료채취 대상으로 정할지 특별한 기준을 만들기가 어려웠으며, 특정 요양병원을 정했다 하더라고 해당 요양병원의 협조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국 8곳의 소각장에 도착한 전국 152개 요양병원의 일반의료폐기물 전용 박스를 무작위로 선정해 일회용기저귀 3개씩을 샘플로 채택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요양병원 일반 병실에 있는 환자들은 모두 비감염병 환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에게서 나온 기저귀의 감염성균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연구이다.”라며, “만약 요양병원이 직접 선정한 기저귀를 대상으로 한다면 그 선정에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라고 반박했다.

혈액이 묻은 거즈 등 다른 일반의료폐기물과 혼합된 상태에서 시료를 채취했다는 지적에는 “기저귀를 버릴 때 대부분 새거나 냄새가 나지 않도록 비닐에 두 겹 정도 꽁꽁 싸서 버리기 때문에 다른 의료폐기물로부터 오염될 여지는 거의 없다.”라고 주장했다.

박스 내 타 의료폐기물과의 혼입을 지적했는데, 격리 배출을 해야 하는 ‘격리의료의료폐기물’이 혼입돼 오염됐다면 요양병원 내 분리배출이 잘 이뤄지지 않음을 자인하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의료폐기물공제조합 연구에서 검출된 병원균은 대부분 인체에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상재균’이기 때문에, 해당 균의 검출 사실만으로 기저귀의 ‘감염 위해성’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28곳의 요양병원 배출 일회용기저귀에서 법정 감염병균인 폐렴구균이 나왔는데, 이것이 심각한 것이 아니라면 뭐가 심각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비감염병환자의 일회용기저귀가 의료폐기물에서 제외되더라도 배출ㆍ운반체계가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에는 “요양병원 일반 병실에서 나오던 일회용기저귀가 이번 환경부 개정안대로 시행 시 일반의료폐기물에서 사업장일반폐기물로 변경돼 배출, 처리된다.”라며, “시행규칙 개정에는 일회용기저귀를 개별 밀폐 포장한 후 전용 봉투에 담아 배출, 운반하게 돼 있는데 이러한 일회용기저귀가 일반폐기물 소각장에 도착하면 다른 일반폐기물과 섞이고 크레인 집게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전용 봉투는 찢어지고 뜯겨져 그 안에 있는 기저귀들이 공기 중에 노출될 수 있고 이 경우 작업자들에 대한 감염과 이들에 의한 2차 감염의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해당안을 계속 추진중이다.

지난 30일 열린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제1호 안건으로 ‘의료폐기물 안전 처리 방안 추진 점검 및 향후 계획(안)’을 논의했다.

이번 안건은 정부가 지난해 6월 의료폐기물의 안전한 처리를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의료폐기물 안전 처리 방안’의 후속 계획으로, 지난 대책의 성과와 한계점을 점검하고, 향후 제도개선 계획을 포함했다.

정부는 불필요한 의료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감염 위해성이 낮은 일회용 기저귀는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는 한편, 관계부처 합동으로 배출 점검을 실시하고 우수 감축병원에 보상책을 제공하는 등 의료기관의 의료폐기물 분리배출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적정 수준의 처리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대규모 종합병원 내 자가멸균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위해성이 낮은 의료폐기물은 전용소각장 외의 소각시설에서도 처리가 가능하도록 ‘전용소각제도’를 폐지하는 등 처리방식을 다각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폐기물 배출자와 처리자 등 이해관계자 간 협의를 통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처리 비용을 산정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처리업계 상생 협의체’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