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이번엔 정신질환자 정책을 둘러싸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겠다며 발표한 안전분야 정책에 담긴 정신질환자 관련 정책에 대해 한 변호사단체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확산시키는 등 혐오와 차별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조 후보자는 지난 20일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펼쳐보고 싶은 법무 검찰 정책을 밝히겠다.”라며, 안전분야 정책을 발표했다.

조 후보자는 해당 정책에 대해 “국민의 일상의 안전과 행복에 관한 것이다. 우리 가족, 우리 이웃이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하루하루를 마음놓고 생활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다짐이다.”라고 설명했다.

조 후보자는 “최근 진주 방화살인 사건 등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불시에 저질러지는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 사건이 국민 일상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라며, “그 동안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범죄를 반복해서 저지르게 되는 근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부족함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다시 점검해 볼 시점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일반인에 비해 범죄율이 낮지만, 한 번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는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재범률을 보인다.”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정신질환으로 인한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처벌보다 치료가 중요하다.”면서, “고위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재판 중 피고인이나 치료명령 없이 수용된 수형자에 대해 치료명령을 청구하거나 치료받는 것을 조건으로 가석방하는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라고 전했다.

또한, 정신질환 보호관찰 대상자의 정보를 지역 내 경찰 및 정신건강복지센터와 공유해 보호관찰 종료 이후에도 지역사회에서 체계적인 관리가 되도록 함으로써 정신질환자 관리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역설했다. 출소 후 재범을 저지르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는 지난 28일 해당 정책공약에 대해 “정신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확산시키는 등 혐오와 차별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민변 인권위는 “대검찰청의 2017년 범죄분석에 따르면 정신질환자 가운데 범죄를 저지른 비율은 0.136%이지만, 같은 기간 전체 인구 범죄율은 3.93%로 28.9배나 높고,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비율도 정신장애인이 0.014%로 전체 강력범죄율 0.065%보다 약 5배 정도 낮다.”라고 설명했다.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이 일반인과 비교할 때 훨씬 낮음에도 불구하고, 조 후보자는 최근에 발생한 특정사건만을 거론하며 정신장애인의 강력범죄사건이 국민 일상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여러 전문가들이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확산되는 현상의 원인으로 강력범죄의 책임을 정신장애인 개인에게 전가하는 정부의 태도를 지적한 바 있다.

민변 인권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공약이 여러 대상, 가령 치료감호법상 치료명령의 대상인 주취자ㆍ약물사용자 등 중에서 유독 정신질환자만을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부적절하다.”라고 비판했다.

사실 이번 정책공약이 제시하고 있는 내용은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과가 지난 3월 발표한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 계획’에 따른 것으로, 조 후보자가 처음 제시한 것은 아니다.

민변 인권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자에 대해 이러한 우려를 표하는 것은 법무부장관이 범죄예방 정책만을 소관업무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법무부장관은 국가인권정책 주무부처의 장이고,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행위자에 대한 시정명령의 권한을 행사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정신질환자에 대해 강제치료 중심의 관리시스템을 강화한다는 정책공약의 내용에 정신장애인에 대한 재활과 보호, 지역사회에의 통합 방안에 대한 법무부 차원의 제안 또는 관계부처와의 협력 방안이 포함됐어야 마땅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민변 인권위는 “치료감호법 개정계획 자체의 문제점은 차치하고서라도, 정신장애인을 사실상 우범자와 등치시켜 관리하겠다는 공약 내용은 법무부 주도로 작성된 ‘제3차 인권정책기본계획’의 해당 내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법무부 ‘제3차 인권정책기본계획’은 ‘정신장애인이 사회적 편견으로 지역사회에 통합하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하고, 장애인 인식 개선을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민변 인권위는 “보편적 인권을 지향해야 할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발표한 첫 번째 정책공약이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라며, 향후 인사청문회 등에서 이에 대해 해명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 3월 29일부터 5월 8일까지 강력범죄를 저질러 실형을 선고 받은 주취ㆍ마약ㆍ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해 형기 종료 후 일정기간 사회 내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치료감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현행법은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 선고 시 정신질환자, 마약ㆍ알코올 사용 습벽이 있거나 중독된 자로서 통원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고 재범위험성이 있는 사람에 대하여 치료명령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실형을 선고 받는 경우에는 치료명령을 부과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개정안은 실형을 선고 받은 주취ㆍ마약ㆍ정신질환자에게도 치료명령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해 이들에 대한 출소 후 사회 내 치료 및 관리ㆍ감독 시스템을 마련하고자 추진하게 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징역형과 함께 2년~5년의 범위에서 치료명령이 선고될 수 있으며, 수형자에게도 법원의 결정으로 치료명령을 부과할 수 있다.

또, 가석방된 수형자에게 치료명령을 조건으로 부과할 수 있으며, 치료명령 집행 면제 신청을 통해 재심사를 요청할 수 있다. 정신질환 상태의 심각성 등에 따라 보호관찰관이 행정입원을 요청할 수 있다.

법무부는 각계각층 의견 수렴 후 최종 개정안을 마련한 뒤, 올해 안에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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