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고, 해당 의료인의 성명, 위반행위, 처분내용 등을 공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권 의원은 “최근 수면내시경을 받으러 온 여성 환자들을 상대로 전신마취 후 성폭행한 의사가 징역형 집행 후 다시 개원해 진료하고 있다고 하고, 수 차례 반복해서 의료사고를 낸 의사가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병원을 옮겨다니며 진료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면서, “이에 따라 환자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2007년 경남 통영의 의사가 수면내시경 치료를 받으러 온 여성 환자들을 성폭행해 징역 7년을 선고받았지만 의사면허는 유지돼 현재 경남 다른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에서 20년 가량 환자를 진료해 온 의사는 2011년 여성을 성폭행하고, 주사기로 뽑은 자신의 피를 피해자 집에 뿌리는 등 위협을 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의사 면허는 취소되지 않아 환자를 진료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렇게 성폭행이나 살인을 저질러도 면허가 취소되지 않게 된 것은 지난 2000년에 국민의 의료 이용 편의와 의료 서비스의 효율화를 도모한다는 이유로, 의사 면허 취소 기준이 의료법 위반에 한정하도록 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은 면허 규제 대상 범죄가 낙태, 의료비 부당 청구, 면허증 대여, 허위 진단서 작성 등 일부 범죄에만 한정되어 있어 의사가 살인, 강도, 성폭행 등으로 처벌을 받아도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나아가 범죄를 저지르거나 중대한 의료사고를 내 면허 정지나 취소가 됐다 하더라도 현재 징계 의료인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어, 같은 자리에서 간판만 바꿔 병원을 계속 운영한다거나 다른 병원으로 재취업하는 등 환자들이 범법 의사에게 진료를 받게 되는 상황들이 되풀이 되고 있다고 권 의원은 지적했다.

권 의원은 이는 의료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선출직인 국회의원은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 받으면 의원직을 잃게 되고, 현재 변호사, 법무사, 공인중개사 등은 원칙적으로 범죄 유형에 관계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면허가 취소되는 등 타 전문가 직역들은 면허 규제가 매우 엄격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변호사, 세무사의 경우 각각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세무사회 홈페이지에서 ‘단순 징계’까지도 실명, 내역 등 공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의료인의 경우에는 어떠한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해외의 경우도 대체로 주요 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면허를 취소하거나 정지하고 있다.

일본은 벌금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으면 형의 경중에 따라 의사면허가 취소되거나 정지되고, 미국은 다수의 주에서 유죄 전력이 있는 의사는 면허를 받을 수 없게 하고 있다.

독일은 의사가 형사피고인이 되는 경우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면허를 정지하고, 직무 수행과 관련한 위법이 있다고 확정되면 면허를 일시 또는 영구정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개정안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특정강력범죄로 형이 확정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은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또, 의료인이 해당 범죄를 범한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한편, 면허 취소 또는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료인의 성명, 위반행위, 처분내용 등을 공표할 수 있도록 했다.

권 의원은 “면허 정지나 취소된 의료인의 정보를 모르고 진료를 받는 것은 환자 권리가 침해되는 것으로, 우리나라도 의료인 면허 규제와 징계정보 공개를 통해 의사를 비롯한 국민 모두 생명과 안전을 중요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는 ‘특정강력범죄’에 한해 의사 면허 규제를 적용하고, 변호사 등의 경우처럼 모든 형사 범죄에 적용하는 것은 추후 보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 발의에는 권칠승 의원을 비롯, 고용진ㆍ박광온ㆍ박정ㆍ서형수ㆍ설훈ㆍ윤준호ㆍ이훈ㆍ최운열ㆍ최인호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10인이 함께 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