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의 부당이득에 대한 징수고지, 독촉으로 소멸시효를 중단시키고, 현재 5년, 10년으로 이원화된 의료급여, 건강보험의 부당이익금 징수기간을 15년으로 확대ㆍ통일하는 등 부당이득 환수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중이지만, 관련부처인 보건당국과 법무당국 모두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앞서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은 지난 5월 15일 이 같은 내용의 ‘의료급여법’ 및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달 12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최근 3년간 사무장병원 등 의료급여 부당이득청구ㆍ환수 실적(단위: 100만원, 2019년 5월 31일 기준)*자료: 보건복지부
최근 3년간 사무장병원 등 의료급여 부당이득청구ㆍ환수 실적(단위: 100만원, 2019년 5월 31일 기준)*자료: 보건복지부

최 의원은 “그동안 사무장병원, 면허대여 약국(면대약국) 등은 부당이익금 환수과정에서 소멸시효가 중단되지 않아 부당이익금을 청구하는 기간 동안에도 소멸시효가 완성돼 추징할 수 없는 부분이 발생했다.”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에서는 건강보험료, 의료급여 청구 등에 대해서는 소멸시효를 중단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 법적 절차가 진행이 더디게 되더라도 환수해야 할 금액이 소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환수규모가 큰 부당이익금 환수에 대해서는 소멸시효를 중단할 근거가 없어 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당이익금으로 환수할 수 있는 금액이 계속 감소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은 건강보험급여에 대해서는 민법을 준용해 10년치를 부당이익금으로 징수했고, 기초의료보장 대상자들의 의료급여에 대해서는 지방재정법에 따라 5년치만을 징수해 왔다.

그러나 일부 대형 병원과 약국의 1년간 부당이익금이 수 억원씩 달하는 상황에서, 10년과 5년으로 나눠진 법을 정비하고 징수 기간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최 의원은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도자 의원은 부당이득금 징수의 고지 또는 독촉으로 소멸시효가 중단되도록 하고, 건강보험급여와 의료급여의 추징기간을 모두 15년으로 강화하는 건강보험법, 의료급여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최도자 의원은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이 의료의 공공성을 해치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불법행위에 대한 환수를 강화해 불법의료기관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두 개정안에 대해 보건당국과 법무부 모두 부정적 입장을 전해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먼저, 현행 10년인 부당이득 징수금 채권의 소멸시효를 15년으로 연장하고, 부당이득 징수금의 고지 또는 독촉 시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신중검토’ 의견을 내놨다.

복지부는 소멸시효 연장과 관련해 “채권 소멸시효가 10년을 초과하는 입법례가 없다는 점, 소멸시효를 연장해도 징수율 향상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현행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또, 소멸시효 중단 사유 추가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보험료나 보험급여비용의 경우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돼 고지 또는 독촉 등 간단한 방법으로 소멸시효를 중단할 필요성이 있으나, 부당이득 징수권은 ‘민법’에 따라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별도의 소멸시효 중단 사유를 추가할 필요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일부수용’ 검토의견을 내놨다.

소멸시효 연장에 대해서는 “소멸시효를 연장해도 징수율 향상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행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복지부와 같은 의견을 전했지만, 소멸시효 중단 사유 추가 조항에는 “효율적인 업무 처리 및 시효 관리를 위해 고지 또는 독촉으로 소멸시효가 중단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라며 찬성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시효 완성으로 소멸되는 채권을 최소화하고 부당이득 징수 실적을 제고하려는 취지는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몇 가지 고려할 점을 전했다.

소멸시효 연장과 관련해서는 소멸시효 연장 시 부당이득 징수 실적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을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위원실은 “소멸시효기간, 시효 중단 등에 관해 ‘민법’을 준용하고 있는 현행법에 따라 부당이득 징수금 납부를 독촉(최초 독촉만 해당)하거나, 징수 대상자의 재산을 압류하는 경우 또는 징수 대상자의 소 제기에 공단이 응소하는 등의 경우에는 소멸시효가 중단돼 실제 소멸시효 기산부터 완성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됨을 감안할 때, 소멸시효를 연장할 경우 실제 부당이득 발생 시점으로부터 최소 15년 이상이 경과한 후에야 시효가 완성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채권의 발생부터 소멸까지의 시점이 15년 이상으로 장기화될 경우 과거 사실의 입증이 더 어려워지고, 시효 진행 중 징수 대상자와 공단의 선 순위 채권자인 제3자 간 새로운 법률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점에서, 부당이득 징수 실적이 반드시 개선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참고로 채권에 대해 ‘민법(10년)’보다 긴 소멸시효를 적용하고 있는 입법례는 현재까지 없다. 이는 장기간 권리 미행사에 대한 채무자의 신뢰를 보호하고, 법률관계가 지나치게 복잡해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가 반영된 것이다.

전문위원실은 또, 부당이득 징수금의 고지ㆍ독촉을 시효 중단 사유로 추가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징수 대상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측면이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고지의 경우 부당이득 징수금 납부의무자는 부당이득 환수 결정 고지를 받은 후에야 비로소 본인의 부당이득 납부의무 존부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채무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기한 내 채무 미이행)로 시효를 중단시키는 ‘최고’와 달리 ‘고지’를 시효 중단 사유에 포함하는 것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독촉의 경우 최초 독촉에 한해 판례상 소멸시효 중단 사유로 인정돼 현행법에 이를 소멸시효 중단 사유로 규정할 수는 있으나, 최초 독촉 외의 독촉도 시효 중단 사유에 해당되는 것으로 개정규정을 해석할 경우 지속적인 독촉만으로 영원히 소멸시효가 중단될 수 있어 징수 대상자의 재산권이 과도하게 침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위원실은 “개정규정의 의미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공단이 최초로 한 독촉만 소멸시효 중단 사유에 포함됨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무장병원, 면대약국 등 의료기관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의료급여를 수급한 수급권자에 대해 부당이득금을 징수할 수 있는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의료급여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보건복지부와 법무부 모두 부정적 검토의견을 내놨다.

복지부는 “일부수용부당이득금은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 징수하는 금원으로서 그 징수권은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지자체의 권리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지방재정법’ 제82조제1항의 5년을 적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개정안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효율적인 부당이득금의 징수관리를 위해 부당이득금 징수의 고지 또는 독촉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포함하는 것에는 동의했다.

법무부 역시 “부당이득금에 대한 소멸시효를 15년으로 연장하는 것은 다른 채권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의료급여에 대한 부당이득금의 소멸시효를 15년으로 하는 것은 ‘지방재정법’에 따른 소멸시효인 5년보다 3배나 길고, ‘민법’에 따른 일반적인 채권의 소멸시효인 10년보다도 길어 다른 채권과 비교해 부당하게 긴 소멸시효 기간을 설정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따라서 다른 법령에서의 부당이득에 대한 소멸시효 기간과 비교해 개정안의 소멸시효 연장의 필요성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민법’에 따른 일반적인 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와 비교해 부당이득금에 대한 징수 고지 또는 독촉만으로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것도 적절한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개정안은 부당이득금에 대한 징수 고지 또는 독촉을 부당이득금의 소멸시효 중단 사유로 추가했으나, ‘민법’ 제174조는 ‘최고는 6월내에 재판상의 청구, 파산절차참가, 화해를 위한 소환, 임의출석,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하지 아니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급여법’과 유사하게 부당이득금의 징수 규정을 두고 있는 ‘국민건강보험법’에서도 부당이득금에 대한 징수 고지 또는 독촉은 소멸시효의 중단 사유로 규정하지 않고 있으나, ‘국세기본법’과 ‘지방세기본법’에서는 독촉 또는 납부최고를 국세ㆍ지방세징수권의 소멸시효 중단 사유로 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따라서 ‘민법’에 따른 소멸시효 중단 사유와 다르게 부당이득금에 대한 징수 고지 또는 독촉을 부당이득금의 확정적인 소멸시효 중단 사유로 하는 것이 적절한지 관련 법령들과 부당이득금의 성질을 고려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판단했다.

참고로, ‘의료급여법’의 전신인 ‘의료보호법’에서는 부당이득금에 대한 납입 고지를 소멸시효의 중단 사유로 했으나, ‘의료급여법’으로의 개정 과정에서 해당 규정을 삭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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