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원도에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지만, 전면 허용을 위한 관련 의료법 개정은 몇 년째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부ㆍ여당은 지난해 8월 격오지에 한해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감감무소식이며, 야권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이 반대했다며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이후 발의된 원격의료법(의료법 개정안)은 2016년 6월 박근혜정부가 대표발의했지만, 2017년 3월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된 후 다뤄진 적이 없다.

다만, 정부ㆍ여당은 지난해 8월 당정 협의를 통해 군부대ㆍ원양어선ㆍ교정시설ㆍ의료인이 없는 도서 벽지 등 4개 유형에 한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추진하기로 하고 입법을 계획했다.

박근혜 정부의 ‘전면적 허용’과 달리, ‘제한적 허용’을 골자로 새 법안을 발의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와 민주당은 법안을 발의하지 않고 있다. 당정 협의 이후 수개월 안에 정부 입법이나 의원 대표발의로 법안을 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015년 당시 야당 시절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려던 원격의료법을 당론으로 반대해 무산시킨 바 있다. 이제 와서 추진하려니 민주당 입장에선 명분이 없으며, ‘자가당착’의 상황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민주당 내부에선 원격의료법에 여전히 부정적인 여론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의료인-환자간 원격의료를 재추진하려면 당론을 바꿔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2015년 박근혜정부 당시 민주당 반대로 원격의료법 통과가 무산된 만큼, 현재로서는 야권이 먼저 나설 동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ㆍ여당이 법안 발의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논의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9개월도 남지 않은 20대 국회 상황도 문제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법안이 발의되더라도 통과는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의료계와 시민사회의 반대도 부담이다. 여야 모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표심을 생각한다면 강하게 의료법 개정을 밀어붙이긴 힘들거라는 분석이다.

한편,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3일 강원도의 환자-의사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규제 특례 계획을 발표했다.

규제 자유 특구로 지정된 7곳 중 디지털헬스케어를 담당하는 강원도에 진단과 처방이 포함된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특례 조항을 부여했다.

중기부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특례를 부여해 강원도 격오지의 만성질환자 중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1차 의료기관에서 원격으로 모니터링 및 내원안내, 상담ㆍ교육, 진단ㆍ처방을 행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진단ㆍ처방은 간호사 입회하에 진행된다.

중기부는 민간의료기관에서 원격의료의 전과정을 실증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진전과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의료기관의 접근이 어려운 격오지 환자가 자택에서 의사의 상담ㆍ교육을 받고, 의사는 환자를 지속 관찰ㆍ관리하게 돼 의료사각지대 해소, 국민 건강증진, 의료기술 발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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