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난임 예방 및 관리를 보건소의 기능 및 업무로 명시해 보건소의 난임 지원 업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중이지만, 보건당국은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

앞서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은 지난 4월 1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역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 12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현행법은 보건소의 기능 및 업무로 지역주민의 건강증진 및 질병예방ㆍ관리를 위하여 국민건강증진ㆍ구강건강ㆍ영양관리사업 및 보건교육,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 등의 지역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 의원은 “그런데 최근 난임 치료 환자수가 21만명을 넘어서고,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라며, “난임 여성들은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 전에 4~8주 가량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난임 전문 병원은 주로 대도시 일부지역에 몰려 있어 직장 여성들이 정기적으로 주사를 맞기 위해 찾아가기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보건소에서 난임 주사를 이용하기를 희망하는 여성이 대부분이지만 보건소의 업무 영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보건소의 기능 및 업무에 난임의 예방 및 관리를 명시해 보건소의 난임 지원 업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만들고, 난임 여성들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려는 것이다.”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전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불수용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복지부는 검토의견을 통해 “보건소 업무인 지역주민의 건강증진 및 질병예방관리에 부합하는 입법취지에 동의하나, 현재 지역보건법 제11조5항다목 등 모성과 영유아의 건강유지 증진 관련규정에 포괄해 수행이 가능한 만큼 별도 규정의 필요성 낮다.”라고 판단했다.

반면,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긍정적 검토의견을 내놨다.

난임 부부의 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2016년 기준 약 22만 1,000명이 난임으로 고통받고 있다.

난임이란 부부가 피임을 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부부간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년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의하면, 난임 부부의 수는 2007년 17만 8,000명에서 2016년 22만 1,000명으로, 10년 동안 4만 3,000명(24.2%) 증가했다. 난임 부부에 의한 출생아는 2017년 기준 2만 854명으로, 전체 출생아의 5.8% 수준이다.

전문위원실은 개정안에 대해 “보건소가 제공하는 지역보건의료서비스에 ‘난임 예방 및 관리’ 업무를 추가해 난임으로 고통 받는 부부들에 대한 국가 지원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그 입법 취지는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전했다.

개정안의 시행으로 직접 특정한 ‘난임 예방 및 관리’ 사업이 실시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건소의 업무 영역이 확대될 경우 향후 다양한 ‘난임 예방 및 관리’ 사업을 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행법은 ‘모성과 영유아의 건강유지ㆍ증진’ 업무를 이미 보건소의 업무로 규정해 보건소는 ▲임산부 산전관리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모유 수유 클리닉 ▲출산 준비 교실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지원사업 ▲미숙아 및 선천성 이상아 의료비 지원 사업 ▲영유아 건강검진 등의 모성과 영유아 건강관리 사업 등, 다수의 관련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보건소는 난임 의료비 지원 사업(기준 중위소득의 180% 이하의 저소득 난임 부부에게 난임 시술 비용의 일부를 지원)의 신청기관으로서 지금도 난임 관련 사업을 간접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특히 전문위원실은 “최근 들어 이른바 ‘주사난민’이라는 난임 부부의 문제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사회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의의도 있다.”라고 전했다.

난임 부부들은 임신을 유도ㆍ유지하기 위해 최대 8주 가량 매일 같은 시간에 복부주사 및 엉덩이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엉덩이주사의 경우 근육 주사로 스스로 주사를 놓기 어렵고, 주사부작용으로 하반신 마비 등의 우려가 있다.

하지만 난임 시술 의료기관으로 지정받은 전문병원은 특정 지역에 밀집해 있어 특히 맞벌이 부부 등 이동 시간의 제약이 있는 사람의 경우 매일 같은 시간에 주사를 맞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전문위원실은 “난임 시술 의료기관에서 발급받은 주사 의뢰서를 들고 거주지 혹은 직장 부근 의료기관을 가더라도 주사부작용 발생에 대한 우려로 시술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으며, 주사 시술이 수가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의료기관별 부과 금액이 달라 난임부부의 경제적 부담도 상당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해당 의료기관의 진료과목과는 무관한 ‘난임 시술’을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매일 불특정 다수의 다른 환자들에게 알려지는 것에 따른 정서적 스트레스를 받는 등의 문제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위원실은 “이에 따라 ‘지역보건법’이 정하는 인력 및 시설 기준에 따라 이미 다수의 의료인ㆍ의료기사 등 전문인력이 의료기기를 활용해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보건소에서 ‘난임 주사’를 시술할 수 있다면, 난임 부부들이 정해진 시간과 장소(보건소)에서, 동일한 비용으로 안정적으로 난임 주사를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난임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개정안은 이와 같은 ‘난임 주사 시술’을 보건소에서 가능하게 하기 위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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