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기저귀 의료폐기물 정책을 두고 관련업계와 의료계ㆍ정부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석현ㆍ신창현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일회용기저귀의 의료폐기물 제외에 따른 문제점과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달 26일 일회용기저귀의 의료폐기물 지정 범위 축소를 골자로 한 ‘폐기물 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와 관련, 최근 서울녹색환경지원센터의 조사ㆍ연구를 맡은 김성환 단국대학교 미생물학과 교수는 조사 대상 105개 요양병원에서 배출된 일회용기저귀에서 제2군 법정 감염병균이자 생물안전등급 제2위험군균인 폐렴구균 등 각종 감염병균이 검출돼 보건학적으로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다며, 입법예고안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입법예고한 내용의 타당성 검토를 위해 좀 더 많은 요양병원에 대한 감염관리 실태 조사를 수행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안전한 방향인지 판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지난해 말부터 전국 105개 요양병원에서 배출된 일회용기저귀를 조사한 결과, 90%가 넘는 97곳의 요양병원 기저귀 폐기물에서 법정 감염병균 및 제2군 위험군균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저귀에서 검출된 감염병균은 ▲폐렴구균(Streptococcus pneumoniae) ▲폐렴간균(Klebsiella pneumoniae)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 ▲프로테우스균(Proteus mirabilis) ▲부생성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saprophyticus)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 등이다.

특히 18개 요양병원 기저귀에서 발견된 폐렴구균은 적십자 국제위원회가 지정한 의료폐기물 감염 가능균 중 하나로 국내 폐렴 원인균 발병 1위를 차지하는 감염병균이며 지난 2014년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됐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요양병원 일회용기저귀에서 법정감염병균에 해당하는 폐렴구균 및 제2위험군균 등이 상당 수준 검출돼 일회용기저귀에 대한 철저한 감염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라며, “하지만 이러한 병원균이 어디에서 유래됐는지는 아직 연구된 바가 없어 요양병원 감염균 관리 실태의 안전성은 아직 불분명하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감염 우려가 높은 일회용기저귀만을 철저히 가려내 분리 배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이를 제도적으로 감시할 여건이 제대로 마련됐는지 의문이다.”라며, “이러한 이유로 혹시 감염 기저귀가 일반폐기물로 배출돼 감염병 확산의 온상이 될지 모른다는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환경부 개정안은 아직 보건학적으로 그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 많고 요양병원의 감염관리 실태에 대한 의구심 역시 작지 않다.”면서, “좀 더 많은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감염관리 실태를 조사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한 일회용기저귀 처리 방향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특히 “올해 감염병관리위원회 참여 부처가 9개로 확대되는 등 감염병 예방관리를 위한 범부처 대응이 강화된 상황에서 환경부 주도로 진행되는 일회용기저귀의 일반폐기물 전환 시도는 정부의 감염병 예방관리에 허점이 될 수 있다.”라며, “국가 감염병균 관련 정책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등의 관련 부처 전문가들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의료폐기물 처리업계도 감염 우려에 따른 철저한 분리 배출의 어려움을 지적하고 나섰다.

토론자로 나선 최병운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 사무국장은 “요양병원에서 배출되는 의료폐기물 상자를 열어보면 일반 쓰레기가 상당히 많이 섞여 있는 등 병원들의 의료폐기물 관리에 미흡한 점이 많이 보인다.”라며, “감염 우려에 따른 일회용기저귀 분리 배출은 불가능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최 사무국장은 이어 “만에 하나 치명적 감염균에 오염된 일회용기저귀가 엄격하게 관리되지 않고 추적 처리 불가능한 일반폐기물로 처리될 경우 감염병 전파를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2015년 메르스 사태와 같은 비극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라며, 환경부의 일회용기저귀 의료폐기물 지정 범위 완화 정책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의료폐기물 문제가 국민 건강과 안전에 중요한 사안임을 감안해 환경부는 물론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해 중립적이고 공정한 제 3의 기관에서 요양병원 일회용기저귀에 대힌 감염균 존재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감염 우려가 없다는 명확한 검증을 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적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뒤 시행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제도 변경이 오히려 의료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용범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전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는 “이번 개정안은 수가체계상 인력 및 인프라 부족으로 요양병원 내에서 감염병 진단과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라며, “비감염성 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함에 따라 얻게 되는 경제적 수익보다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더 커질 수 있어 결국 무의미한 행정 절차가 추가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결국 이번 개정안이 발의된 이유가 의료폐기물 처리 용량이 한계에 이르러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그렇다면 이 문제는 소각장 신설이나 기존 소각시설의 증설 등 환경법적으로 해석해 풀어가야 하는 정부의 정책적 문제로 판단된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의료계는 조사 방법에 문제가 많으며, 연구 결과만으로 일회용기저귀의 감염성이나 위해성을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송영구 강남세브란스 감염내과 과장은 “시료 확보 과정에서 문제가 있고, 대조군 관련 연구가 없는 등 연구 방법에 문제가 있다.”면서, “연구 결과가 환경부 정책을 반대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비감염성 환자의 기저귀에서 감염성균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타인에게 감염성균을 전파한다고 위험하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늘어나는 의료폐기물 처리를 위해 이번 개정안은 비상 대응책이라고 강조하면서, 정책 변경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권병철 환경부 폐자원관리과장은 “감염 여부를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곳은 의료기관으로, 이들이 판단한 감염성 우려가 낮은 일회용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권 과장은 “다만 일반폐기물로 분류된 일회용기저귀라고 하더라도 더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의료폐기물 전용 차량으로 운반하기로 했으며,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엄격하게 분리 배출하게 하고 관리해 나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