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유령수술’을 할 경우 해당 의료인에게 현행 300만원에서 3,000만원 이하로 10배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지만, 환자단체를 제외하곤 모두 부정적 검토의견을 내놨다.

민주평화당 김경진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지난 3월 7일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 12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개정안의 효과
개정안의 효과

현행법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등을 하는 경우 수술 등의 방법 및 내용, 수술 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의 성명 등을 환자에게 설명하고 서면으로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수술 등의 방법 및 내용, 수술 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가 변경된 경우에는 변경 사유와 내용을 환자에게 서면으로 알려주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의료현장에서는 실제 적발이 어렵다는 사정을 이용해 사전에 동의를 받은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사전 통지도 없이 수술을 시행하는 일명 ‘유령수술’에 의한 피해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이는 규정 위반에 대한 제재가 지나치게 가볍다는 점도 그 원인의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개정안은 수술 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변경된 사실을 알리지 아니한 자 및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 수술등에 참여한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에 대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김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환자의 권리보호와 안전에 기여하려는 것이다.”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전했다.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와 병원계 뿐 아니라 보건당국도 부정적인 검토의견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행위 과정에서 긴급상황 등 발생 가능성을 감안하지 않고 설명의무 불완전이행에 대해 일률적으로 과태료를 상향해 부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의료인과 환자 간 손해배상 등을 통해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주장했다.

대한병원협회도 “개정안에 따른 과태료 상한(3,000만원)은 현행법 상 유사 설명의무 위반 시 과태료 상한(300만원) 대비 과도한 측면이 있으며, 위반행위의 주체가 모호하여 적용 상의 어려움 발생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대리수술에 대한 처벌 강화 취지에는 공감하나, 과태료 상한의 적정 수준 등에 대하여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반면,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안전을 제고하려는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 찬성 입장을 밝혔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과태료 상한 입법례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과태료 상한 입법례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은 개정안 취지는 타당하면서도, 몇 가지 고려할 사항을 제언했다.

전문위원실은 “대리수술은 고의적으로 환자를 기망하는 행위로서 환자의 알 권리와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환자의 건강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이를 사회적으로 근절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수술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등이 변경된 사실을 알리지 아니한 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해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수술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등이 변경된 사실을 알리지 아니한 경우’에 한정해 과태료 상한을 상향하고 있는데, 이 경우를 환자에게 수술등에 대한 설명을 전혀 하지 않았거나,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수술등을 한 경우보다도 가중해 처벌하는 것은 그 침해법익을 고려할 때 형평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과태료 상한은 현행과 같이 설명의무 위반 전체에 대해 동일한 수준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또, 적정 과태료 상한과 관련해서는 타 법령 상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 수준, 대리수술에 대한 ‘형법’ 상 사기 성립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참고로, 2016년 12월 현행법 신설 시 보건복지위원회 대안은 설명의무 위반 시 형벌(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절차적 의무 위반에 대한 형벌 부과는 과도하다는 의견이 있어 현행 ‘의료법’ 상 최대 상한인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수정된 바 있다.

관련 입법례를 살펴보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보험업법’, ‘공인중개사법’ 등과 같이 일반 소비자와 판매자의 정보 비대칭이 존재하는 대부분의 업종의 경우 판매자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 ‘의료법’ 대비 높은 수준의 과태료 상한을 규정하고 있다.

전문위원실은 다만, “최근 검찰이 대리수술을 한 성형외과 원장을 ‘형법’ 상 사기로 기소해 2019년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라며, “이와 같이 대리수술이 ‘형법’ 상 범죄로 인정될 경우 대리수술을 근절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절차적 의무에 불과한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수술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등이 변경된 사실을 환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을 알면서 수술등에 참여한 주된 의사등’에 대해서도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경우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의료법’ 상 설명의무와 같은 절차적 의무규정 뿐만 아니라 대리수술을 금지하는 실체적 의무규정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전문위원실은 이어 “대리수술이 ‘형법’ 상 범죄로 인정된다면 이 경우 방조범으로 함께 형벌에 처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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