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vs 56%.

각각 일본과 우리나라의 폐동맥 고혈압 3년 생존율 수치다. 전문가들은 숨어있는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생존율 향상을 위해 조기검진 필요성과 전문센터 지정, 전문약제 도입, 인식 개선 캠페인 등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치명적인 폐동맥 고혈압 조기 발견 및 전문 치료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폐동맥 고혈압은 전신에 작용하는 일반적인 고혈압과는 달리, 심장과 폐 사이에 있는 폐동맥의 혈압이 높아지는 질환이다.

폐동맥 고혈압이 발생할 경우 쉽게 피로하고 호흡곤란, 전신 무력감, 현기증 등 비특이적인 증상이 나타나며, 의사의 의심을 바탕으로 병력, 신체검진, 초음파와 심전도, 흉부 엑스레이 등을 종합해 진단해야 하므로 진단이 쉽지 않다.

일반인들도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고혈압과는 달리 폐동맥 고혈압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고, 의사 중에서도 폐동맥 고혈압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 수가 적어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상당히 낮다.

이날 발제에 나선 정욱진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숨어있는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생존율 향상을 위해 조기검진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 교수는 “WHO가 제시한 폐고혈압은 5개군이 있으며, 폐동맥 고혈압은 이 중 1군에 해당한다.”라며, “폐고혈압이란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류마티스내과, 소아심장과 등 다양한 진료과가 봐야 하는 ‘다양한 질환군’이며, 폐고혈압 안에 ‘심혈관질환’과 ‘희귀질환’이 다양하게 포함된 ‘독특한 질환군’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약 25년 전까지는 치료법이 전무했으나, 최근 전문치료제 10종이 개발돼 전세계적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질환군이라고 전했다.

폐동맥 고혈압이 위험한 이유는 진단까지 약 1년 6개월이나 소요되고, 확진 후 생존율은 2.8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절반은 돌연사, 나머지 절반은 우심부전으로 사망하는 아직도 완치가 없는 불치 질환이다.

폐동맥 고혈압 확진이 늦는 이유는 빈혈, 심장질환, 폐질환 등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환자, 1차진료 의사 모두 의심하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폐동맥 고혈압은 조기진단이 생존율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매우 중요하다. 프랑스, 미국,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등록 연구결과, 조기진단 환자는 생존율이 세 배 가량 높아졌다.

치료제가 없던 시기의 폐동맥 고혈압 평균 생존율은 진단 후 2.8년에 불과했지만, 최근 다양한 약제 개발로 평균 생존율이 3배 이상 증가했다. 병용요법시 기대 생존율은 7.6년으로 기대된다.

특히 일본의 경우 지난 20년간 폐동맥 고혈압 3년 생존율이 46%에서 96%로 50%나 증가했다.

정부와 학계의 인지율 향상 노력으로 폐동맥 고혈압 등록이 10년 사이 2,000건 이상 더 발견됐다. 또, 1999년부터 가장 강력한 ‘에포프로스테놀(Epoprostenol)’ 등이 출시되자 즉시 도입했으며, 10년 전부터 적극적 병용요법을 허용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 폐고혈압 환자의 획기적인 생존율 향상의 원인은 ▲폐동맥 고혈압의 인지율 향상 ▲다양한 전문약제의 적극적 병용 허용 ▲정부의 적극적인 등록연구 사업 후원 등을 꼽을 수 있다.

반면 국내 현황을 보면, 국내 숨겨진 폐동맥 고혈압 환자는 약 4,500명~6,000명으로 추산되는데, 실제 치료 환자는 30% 미만이다. 이렇다 우리나라 3년 생존율은 56%에 불과하다. 일본의 3년 생존율 95%, 선진국 평균 85%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정 교수는 “일본은 주요 약제가 1999년부터 도입되고 적극적 병용치료가 허용돼 장기 생존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10개 약제 중 7개만 허가된 상황으로 주요 약제가 도입되지 않았다. 특히 가장 강력한 치료제인 ‘에포프로스테놀(Epoprostenol)’가 도입되지 않았다.”라며, “글로벌 회사들의 ‘코리아 패싱’과 정부ㆍ보험당국의 무관심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폐고혈압은 인지율 제고가 필요한 광범위한 새로운 질환군이다.”라며, “폐고혈압 환자의 장기 생존을 위해서는 국내 미허가 전문약제를 신속도입하고, 적극 병용치료를 장려해야 한다. 또, 폐고혈압 등록사업 플랫폼 구축 지원 및 폐고혈압 전문센터 지정도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환자 측과 전문가들도 조기검진 및 전문치료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 아이의 엄마라는 폐동맥 고혈압 환자는 “겉으로는 아파보이지 않아도 달릴수도 언덕을 오를 수도 없다. 숨이 차서 아이를 업어줄 수도 없었다. 몸을 쓰는 모든 일이 힘들다. 약의 부작용으로 한나절 누워있어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이 환자는 “산정특례가 적용되지만 그래도 약값이 연간 600만원이 든다. 남편 외벌이로는 엄청난 부담이다.”라며, “재산이 많건 적건 폐동맥 환자들이 부담없이 치료받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좋은 약을 먹어도 생존율은 10년이라고 한다. 발병한지 5년이 지났으니 이제 5년 남았다. 어린 두 딸이 대학에 가려면 12년이 남았다. 두 딸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라며, “하루라도 빨리 효과 좋은 약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정부가 치료를 위해 재정을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기범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을 관리하는 외국 선진국 사례를 소개했다.

영국은 국가적으로 전문 치료기관을 만들어 다학제 진료를 한다. 전임 전문간호사를 고용하고 약사들을 통해 특화된 교육을 한다.

호주의 경우 6개의 인증된 폐고혈압 전문센터를 운영 중이며, 역시 전문 교육을 받은 의료진이 특화된 치료를 하고 있다.

일본은 1998년부터 질환에 대한 연구와 치료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없는 ‘에포프로스테놀(Epoprostenol)’ 주사용 제제를 1999년부터 환자에게 투약돼 빠르게 회복되고 좋은 생존율을 보인다.

또, 일본은 환자 등록사업, 국가 보조금, 전문치료기관과 유기적 시스템 등을 통해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하며, 질환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관련 학회들이 활발하게 학술적 교류를 한다.

김 교수는 “2007년에 설립된 우리나라 폐고혈압연구회는 향후 전국적으로 조기 진단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다.”라며, “국가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관리체제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고, 유전자 분석을 통해 원인을 파악할 것이다. 또, 한국에서 특화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환자들이 표준화된 치료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대부분 약제가 18세 이상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임의비급여로 투여하는 상황이라며, 소아환자의가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케어 일환으로 임의비급여가 없어진다는데,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약들은 예외로 해달라. 얼마 안 되는 환자라 해도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할 때 불법진료를 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촉구했다

박재형 충남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도 “일본과 같이 정부 지원의 통합된 플랫폼으로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일본의 ‘JAPHR 통합관리 플랫폼’의 경우 국가가 주도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국가통계가 나올 수 있고, 치료 지원시 얼마나 예산이 들지 알 수 있어 정책 결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지난해 그룹 1에 대해서는 1억원의 비용을 지원받아 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환자도 많기 때문에 계속 연구해야 한다.”라며, “바이오뱅크 구축과 관련, 후속연구를 통해 치료표적을 발굴해 표적치료제까지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전했다.

이 같은 전문가들과 환자의 주장에 보건당국은 개별 질환별로 법ㆍ정책이나 전문센터를 만들 수는 없고, 희귀질환관리법에 의거해 관리하겠다고 답했다.

김기남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특정질환에 대한 직접적인 정책이나 법이 제정되진 않는다.”라며, “대신 희귀질환관리법이 제정되며 의료비 지원, 전국 통계사업, 전문치료센터 지정 등에 대한 근거가 마련됐다.”라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이 법에 의거해 지난해 처음으로 926개 희귀질환을 지정했고, 건보공단 및 유관기관과 함께 자료를 수집해 등록통계사업을 진행중이다. 주로 유병률, 치료율 통계를 산출한다. 또, 질병관리본부가 희귀질환자 조기진단과 등록사업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직 연구비와 인식 부족 등으로 인해 등록률이 저조한 상황이다.”라며, “질본 사업의 등록률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또한 전문센터의 경우 법적 전문기관은 아직 지정되지 않았지만, 올해까지 중앙희귀질환센터가 지정돼 있고, 권역별로 10개 센터를 지정해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 중이다.

김 과장은 “내년까지 운영하며 2021년부터 전국의 희귀질환 전문기관을 지정할 예정이다. 질환별로 전문센터를 전부 지정할 순 없겠지만, 거점별로 센터를 지정해 전문기관 중심으로 치료법, 진단기준 등을 체계화하겠다.”라고 역설했다.

약제 문제 역시 희귀의약품 관련 제도를 이용하라는 답변이 나왔다.

오정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융복합 혁신제품지원단 허가총괄팀장은 “우리나라에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은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자가치료 의약품으로 긴급 도입할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오 팀장은 또, “희귀의약품은 국내 수요가 적어 제약업체가 등록하는 것을 꺼려 신청이 저조할 수 밖에 없다.”라며, “이에 대해 식약처는 희귀의약품의 경우 일부 독성자료, 약리자료 등에 대해 면제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며, 대체약제가 없는 제품은 2상 임상만으로도 국내 허가가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긴급 도입이 요구되는 제품의 경우 2001년 우선심사제도가 도입돼 있지만, 잘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희귀의약품은 변별력이 떨어지고, 국내에 긴급하게 도입이 필요한 약이 워낙 다수이다 보니 허가업무 담당자 입장에선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선순위를 뒷받침하기 위해 성분별, 질환별 등으로 계층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라며,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도 우선순위가 될 수 있도록 좀 더 고민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보건당국의 입장에 정욱진 교수는 “폐고혈압은 희귀질환관리센터에서 다룰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이 질환이 희귀질환 중 하나로 들어가면 절대 관리할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폐고혈압은 희귀질환이 아니라 독특하고 새롭게 관심을 가져야 할 질환으로, 희귀질환을 전공한 일부 교수가 진단ㆍ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고, 여러 과가 함께 나서야 하는 전문센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선진국들은 폐고혈압 전문센터를 따로 지정하지, 희귀질환으로 넣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절대 우리나라 생존율은 높아질 수 없다.”면서, “폐고혈압 환자들이 희귀질환 혜택을 받는건 괜찮지만, 정부 정책상 희귀질환의 하나로 분류하면 절대 치료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기남 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실현 가능한 현실적인 방안을 찾다 보니 질환별 센터 설립보다는, 전국적으로 지정 계획이 있는 희귀질환 전문센터 중 하나로 폐동맥고혈압 전문기관을 지정하자고 한 것이다.”라며, “개별질환으로 접근하려면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 현실적인 방안을 말한 것이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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