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방상혁 상근부회장이 9일 오후 8시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최선의 진료가 가능한 의료환경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최대집 회장이 8일째인 9일 오후 쓰러지자 그의 뒤를 이은 것이다.

방 부회장은 최대집 회장의 이탈로 싸움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오판이라며, 자신이 단식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최선의 진료가 가능한 의료환경은 모든 의사의 바람이라며, 함께 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의 단식에 대해 찬반이 엇갈린다.

최 회장이 지핀 불씨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며 지지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장기간 릴레이 단식은 실익이 없다며 멈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 시점에서 방 부회장의 후속 단식은 적절한가?

그의 후속 단식은 두가지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첫째,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스스로 의문부호를 찍었다는 점이 아쉽다.

단식 현장엔 최대집 ‘회장’ 단식 O일째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 이 푯말에는 하루가 지날 때마다 숫자가 하나씩 더해졌다.

위원장이 아니라 회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의사단체 수장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그는 의쟁투의 위원장으로서 단식에 돌입했다고 봐야 한다.

의사협회는 지난 4월 의쟁투를 구성하면서 의료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변곡점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의쟁투는 각종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의료기관의 생존과 기본적인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구성된 투쟁체다.

투쟁의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회원 조직화와 대국민 홍보 등 투쟁 관련 사항을 모두 전담하는 기구다.

특히, 최대집 회장이 의쟁투의 행동선포식과 함께 단식을 시작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최 회장이 체력의 한계로 단식 현장에서 이탈했을 때 그의 자리를 채워야 하는 인사는 협회의 상근부회장이 아니라 의쟁투의 일원이어야 했다.

의쟁투와 의사협회의 역할이 모호해질수록 의쟁투를 출범시킨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둘째, 단식의 목적이 불분명해졌다는 점이 아쉽다.

최대집 회장은 단식 과정에서 자신을 찾아온 인사들에게 내부 결속이 단식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라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평했다.

또, 복지부차관이 찾아왔을 때는 의협이 요구한 현안들이 한번에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안다고 말하면서, 현안을 단기와 중ㆍ장기 과제로 나눠서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즉, 단식은 내부 결속을 이끌어 내고, 의료현안을 풀어가기 위한 의ㆍ정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한 카드인 셈이다.

실제로 수많은 의료계 인사가 단식현장을 찾아와 최 회장을 격려했고, 수 십 곳의 의사단체가 의쟁투의 투쟁과 회장의 단식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최 회장의 자평처럼 내부 결속 측면에선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의ㆍ정 협상도 복지부차관의 방문으로 가능성이 열렸다. 김강립 차관은 단식을 끝내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 달라고 제안했고, 최대집 회장은 집행부와 상의해보겠다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대화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을 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 부회장은 김강립 차관이 자리를 뜬 직후, “찾아와 준 것은 인간적으로 고맙지만 의협회장이 국민건강을 위해 의료제도 개혁을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대안 없이 대화만 이어가자고 제안한 것은 아쉽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런 그가 최 회장을 이어 단식을 시작했다.

단식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돌아봐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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