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문제와 인공지능 산업선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관련 연구 및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1일 발간한 ‘국제사회보장리뷰’에서 이지현 런던정치경제대학원 환경개발 석사는 ‘4차 산업혁명과 노인 간호의 변화’를 통해 선진 국가들이 어떻게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고령화사회 준비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사례를 소개하고,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했다.

인공지능 기술을 복지 산업과 연계하려는 시도는 이미 해외에서, 특히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 영국과 같은 선진 국가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4차산업혁명의 일환으로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령화사회에 진입하고 개인 맞춤 치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과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에 기반한 의료 기기 및 헬스 케어 등에 대한 관심 또한 급증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고령화 추세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데, 일본은 역사적으로 기술 개발을 통해 인적 자본을 포함한 제한된 자원을 대체하는 데에서 선두 국가다.

인공지능 기술을 노인 간호에 직접적으로 응용한 사례로는 도쿄에 소재한 신토미(Shin-tomi) 요양원이 있다. 요양원이 도입한 총 20개의 다양한 로봇 모델 중에는 심신 안정 및 테라피 용도로 사용되는 ‘파로(Paro)’라는 이름의 물개 모양 인형 로봇이 있다.

소프트뱅크 로봇 회사(SoftBank Robotics Corp)에서 개발한 ‘페퍼(Pepper)’는 인간의 형상을 한 로봇으로 간단한 체조 및 운동을 돕는다. 걷기 재활을 돕는 ‘트리(Tree)’는 리프(Rief)사에서 개발한 제품으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며 어느 방향으로 내디뎌야 하는지 알려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일본 정부는 신토미 요양원을 모델로 일본 내 요양원의 로봇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 개발은 높은 투자비용을 기반으로 한다. 예를 들어, 물개 모양의 작은 파로(Paro) 로봇은 무려 10년에 걸쳐 만들어진 작품으로, 총 2,000만 달러를 정부에서 지원받아 제작한 것이다.

2018년 기준 약 5,000개가 유통됐으며 그 중 3,000개는 일본 내에서 판매됐다. 파로(Paro)가 더 많이 수출되지 못하는 데에는 비용 문제가 있다. 현재 개당 약 40만엔에 판매되는 이 로봇은 유럽과 같은 주요 수출 대상 국가에서는 더 비싼 가격에 팔린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파로(Paro)와 같은 간호 로봇 상품 구매에 대해서도 금전적 지원을 하고 있다. 신토미 요양원의 경우 도쿄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보조금을 통해 금전적 부담을 해결할 수 있었다.

일본 정부는 약 38만명의 간호 전문 인력이 부족한 부분을 메꾸기 위해 노인 간호로봇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16년에 일본 정부는 외국인 간병복지사 비자를 만들었지만, 2017년에는 겨우 18명의 외국인이 해당 비자를 획득할 수 있었다. 언어 장애, 시험 등의 제도적 장벽이 높은 탓에 노인복지 전문인력을 해외에서 데려오려는 노력의 성과가 생각보다 미미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앞으로 간호 로봇 개발에 더욱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경우 인공지능 기술을 치매 예방 및 완화와 연계하는 연구가 기업, 특히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영국에 소재한 카멜레온 기술(Chameleon Technology)은 인공지능(AI) 기반 분석을 활용해 노인들의 일상생활에 최적화된 주거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개발 및 판매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일본, 독일에 이어 세 번째로 빨리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유럽 국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년층을 주고객으로 한 서비스 제공 업체가 꾸준히 증가해 왔다.

대표적인 예가 이탈리아의 솔레코페라티바(Sole Cooperativa)이다. 솔레코페라티바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사회협동조합으로, 85세 이상의 노인을 주 고객으로 해 건강 관리 및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당 단체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지목되는 이유는 인공지능과 IoT 솔루션을 결합한 서비스 제공을 통해 효과적으로 비용을 감축함과 동시에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켰기 때문이다.

솔레코페라티바도 카멜레온 기술과 동일한 방식으로 요양시설 내 복도, 화장실 등의 공간 곳곳에 감지 센서를 설치하고 이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 및 분석해 이상행동을 보이는 환자를 빨리 감지해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이상 패턴의 빈도와 노인들의 건강ㆍ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평가할 수 있는 노화지표(Frailty index)를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보고서는 “간호와 복지 분야는 본질적으로 인간이 인간을 돌보는 부문으로, 이를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과 선진 기술에 맡기는 것에 대한 윤리적인 우려도 기술 발전과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세계과학기술윤리위원회(COMEST)는 인간의 존엄성과 사생활 보호가 동시에 충족될 수 있는 방향으로 로봇이 개발돼야 한다고 제언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22일 OECD 각료이사회에서는 42개국이 인공지능 개발은 인권, 민주주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권고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권고안의 주요 내용에는 AI가 포용 성장(inclusive growth)과 지속 가능한 개발, 웰빙 촉진을 통해 사람과 지구에 이로운 방향으로 개발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권고안은 간호 복지와 같이 특히 인간의 존엄성 문제가 대두되는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활용에 큰 시사점을 제공하는 동시에 미래사회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를 암시한다.”라고 역설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1월 경기 수원시에서 ‘노인 돌봄 로봇’을 시범 운영했으며, 잇따라 전남 순천시 치매안심센터에서도 로봇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향후 한국 간호 복지 산업의 발전에 있어 적절한 정책과 규제 그리고 연구ㆍ개발 및 투자를 통해 인공지능과 같은 선진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당 산업이 한국 전체 사회복지 개발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기 위해선 윤리적인 부분에 대한 고찰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적 틀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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